혐오사회에서 청소년 조현병 환자가 '산다'는 것

선안나 청소년 소설 '위험한 소년'

등록 2019.09.15 15:41수정 2019.09.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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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으로 인한 사고 기사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조현병은 기사나 뉴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신체 균형이 깨져 일어나는 여느 질병처럼 뇌분비 물질의 균형이 깨져 일어나는 정신질병이기 때문이다.

가장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이 조현병 증세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더니 연락이 끊어졌다. 결혼 후 조현병이 발병했다. 한동안 소식이 끊어졌다가 만났을 때 친구는 자신감에 넘쳤다. 취미 생활만 하던 친구가 학습지 교사로 사회생활을 한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그녀가 왜 학습지 교사를 할까 의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참 생기 넘쳐 보였다. 한참 후 다시 만난 그녀는 근심에 차 있었다.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사고를 쳤다고 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자신의 조울증 증상을 털어놨다. 조증일 때는 자신의 정신 세계가 끝없이 확장된다고 했다. 자신감이 넘쳐나 일을 벌이다 사고를 친다고도 했다.

신체적 질병에 편견을 갖지 않는 사람도 마음의 병인 정신 질환에 대해서는 편견을 갖거나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현실을 알기에 마음의 감기인 우울증을 앓거나 조현병을 앓는 가족이 있는 경우 쉬쉬 하면서 숨기려 한다.

병이 깊어져서야 폐쇄 정신 병동에 격리하는 방법을 택한다. 병원의 적절한 약물치료나 입원이 필요하겠지만 방치나 격리가 최선은 아니다. 환자는 가족이 폐쇄병동에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으로 상처를 입어 병세가 악화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조현병이 어린이나 청소년에게서도 발견되는 정신질병이 되었단다. 조현병이나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대처와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위험한 소년 선안나 청소년 소설 ⓒ 도서출판답게

 

선안나 청소년소설 <위험한 소년>(답게)은 무한 경쟁에 내몰린 채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는 조현병 청소년을 그린 책이다. 작가는 조현병을 앓는 재하를 통해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십대에게 희망을 전하려한다. 조현병 환자는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더 상처받기 쉬운 여린 감정의 소유자다.


작가가 읽은 책 속 조현병 환자들은 하나같이 혐오스러운 이미지나 파편적 풍경으로 존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접한 조현병 환자는 일반인들보다 선량하고 마음이 여렸다고 한다. 사회는 그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거나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로만 본다. 정신질환자와 가족이 겪는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려는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주인공 재하는 다른 청소년과 다른 성장 과정이나 특별한 가정에서 자란 것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고 목표가 뚜렷한 학생이었다. 동생 인하를 끔찍이 아끼는 정 많은 형이기도 하다. 여자친구 화영은 재하와 달리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헤어디자인을 전공한다. 재하가 조현병이 발발하고도 연락하는 유일한 친구다.
 
나도 기억한다. 엄마가 화영누나를 얼마나 경계했던지. 나이도 어린 게 화장이나 하고 끼 부리고 다닌다며, 앞날이 창창한 형을 유혹하려 한다고 의심했다. 중학교 입학했을 때 짝이 된 후로 형은 화영누나와 줄곧 친하게 지내왔다. 처음엔 우리 집에도 몇 번 놀러 왔다.그런데 형의 성적이 점점 올라가자 엄마는 화영 누나를 꺼리고 경계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시도 냈다. 화영 누나가 더 이상 우리 집에 오지 않게 된 건 그때부터였을 거다. 그러나 형이 조현병에 걸린 지금, 형을 걱정하며 연락하는 친구는 화영 누나뿐이다.-172쪽

재하는 영국으로 연수를 다녀오고 나서 조현병이 발발한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이 부담이 되어 뇌분비물질의 균형이 깨진 것은 아닐까. 정신질환은 뇌 분비물질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병일 뿐이니 사실 주인공 재하는 위험한 소년이 아니다.

정신질환을 이해받지 못하는 사회에 내던졌을 뿐이다. 작가는 혐오사회에서 조현병을 앓는 주인공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지를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상생의 해법은 재하의 이웃이 된 독자와 우리 사회에 남겨진 과제다.
 
' ...... 우리 사회에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커서 많이들 힘드시죠?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내가 뭘 크게 잘못했나 생각하시는 부모님도 많은데, 절대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인슐린 분비 이상으로 당뇨병이 생기고, 교감신경이나 다른 체액적 요인으로 고혈압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도파민 같은 뇌의 신경물질 분비 이상으로 조현병 증세가 나타나는 겁니다. 즉, 당뇨나 고혈압처럼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거죠." - 229쪽
덧붙이는 글 위험한 소년/ 선안나 소솔/ 도서출판 답게/ 14,000

위험한 소년

선안나 (지은이),
답게, 2019


#조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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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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