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만난 '흙수저' 청년들 "기대할 테니 행동으로 보여달라"

[스팟인터뷰] 장관과 대담 주최한 '청년전태일' 김종민 대표

등록 2019.09.11 17:53수정 2019.09.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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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11시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소회의실에서 청년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대담이 열렸다. '청년전태일' 주최로 열린 이번 대담에서 1시간 20분 동안 청년들은 자사고·특목고 폐지,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공정한 취업룰 필요성 제기, 청년 노동자 산재 대책 필요성 제기,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특성화고 사회적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법무부

 
"(조국 법무부 장관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시종일관 진지하게 들었다. 경청하는 장관의 태도에서 향후에 기대를 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비공개 대담을 주최한 청년전태일의 김종민 대표는 11일 오후 대담이 끝난 뒤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오늘 대담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이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11일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20분 동안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청년들 11명과 비공개 대담을 가졌다. 대담에 참여한 청년들은 특성화고 졸업생, 청년 건설노동자, 코레일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계약직 물리치료사, 취업 준비생 등으로 구성됐다.

조 장관은 후보자였던 지난달 31일에도 청년전태일 측으로부터 대담 참석을 요청받은 바 있다. 당시 조 장관은 참석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으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었던 터라 청문회 준비단 차원에서 이를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11일 비공개 대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저희 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혜택 받은 층에 속한다, (논란에 대해) 합법·불법을 떠나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린 점 겸허히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느꼈을 실망감과 분노를 제가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만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오늘은 제가 말할 자리는 아니고 청년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라고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

대담 전에 청년들은 '희망 사다리', '공정 사다리', '정의 사다리'라는 글자가 적힌 세 개의 사다리를 조 장관에게 전달했다. 사다리의 의미에 대해 청년전태일 측은 "장관 취임식 때 '젊은 세대들이 저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먼저 밝혀둔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국 "청년들을 만나겠다는 약속 지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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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11시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소회의실에서 청년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대담이 열렸다. '청년전태일' 주최로 열린 이번 대담에서 1시간 20분 동안 청년들은 자사고·특목고 폐지,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공정한 취업룰 필요성 제기, 청년 노동자 산재 대책 필요성 제기,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특성화고 사회적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법무부


김종민 대표는 비공개 대담 후 전화 인터뷰에서 분위기가 어땠느냐는 질문에 "시종일관 저희가 느낀 이질감과 박탈감에 대해 이야기했고 장관은 묵묵히 들으면서 적었다"라며 "주로 저희는 이야기하고 후보자는 듣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후에 뭘 어떻게 하겠다는 말을 들으러 간 게 아니다"라며 "행동으로 기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고 한계가 있지 않나"라며 "장관 말만 믿고 '알겠습니다'라면서 끝낼 것도 아니었고,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으니 향후 행동을 통해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조 장관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시종일관 진지하게 들었다"라며 "경청하는 장관의 태도에서 향후에 기대를 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비공개 대담의 성사 배경에 대해 10일 오전 법무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긴급하게 제안이 왔다, 지난번 대담(8월 31일 공개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주변에서 이야기할 만한 분들을 찾았다"며 "하루동안 50여 명이 조국 장관에게 전해달라고 글을 보내주셨고, 동시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10명 정도 돼서 함께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년 11명의 준비된 질문들 "현장에 와서 우리의 삶 봐달라"

"저희는 조국 장관이 오늘 청년들과의 만남을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않길 바랍니다. 더불어 조국 장관께서 스스로 약속하신 '젊은 세대들이 저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지켜지기 바랍니다.

오늘 이 대담 이후로 조국 장관이 청년들의 삶을 1/10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이해해서, 앞으로 청년들이 딛고 올라갈 공정한 사다리를 만드는데 절박한 심정으로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청년전태일 김종민 대표의 모두발언 중에서)


대담을 위해 모인 11명의 청년들은 대담 시간이 1시간이라는 걸 감안해 하고 싶은 발언을 준비해서 갔다. 청년들의 발언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전에 공개됐다.

이날 대담 자리에서 스스로를 "흙수저 청년"이라고 밝힌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이상현씨는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에 이어 대입 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상현씨는 "고졸에 대한 사회적 차별 해소와 더불어 99%의 청년을 좌절시키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청년들은 조 장관에게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요구했다. 청년건설노동자 서원도씨는 "내 부모는 너무나 가난했고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대학에 가보려 했지만 힘에 부쳤다"라며 하루하루 내 힘으로 밥벌이를 한다는 점에 만족하며 살았었는데 이상하게 서글픈 건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씨는 "모두가 똑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할 수는 없지만, 특권과 반칙만큼은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또다른 청년은 특권층의 채용비리 근절과 공정한 취업룰 정착을 위해 애써달라는 말을 남겼다.

청년들은 조 장관에게 청년 일터의 현실을 봐줄 것을 제안했다. 청년 치료사들은 조 장관에게 "시간을 내 병원에 와주시기를 바란다"고 청했다. 이들은 "지하 주차장을 치료실로 만든 곳에서 하루 종일 40명의 치료사들이 모기와 악취, 가스, 먼지 가득한 햇빛 하나 없는 지하에서 병들어가고 착취 당한다"며 "이 나라의 병원 노동자들의 현 상황과 노조할 권리가 어떻게 밟히고 있는지, 이런 상황을 버텨내고 있는 청년들의 삶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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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11시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소회의실에서 청년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대담이 열렸다. '청년전태일' 주최로 열린 이번 대담에서 1시간 20분 동안 청년들은 자사고·특목고 폐지,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공정한 취업룰 필요성 제기, 청년 노동자 산재 대책 필요성 제기,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특성화고 사회적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청년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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