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강남좌파'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조국 사태, 난 이렇게 본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진보와 개혁을 위한 길

등록 2019.09.15 11:55수정 2019.09.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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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9월 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결정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소위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광민 변호사의 글을 게재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조국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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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마주치는 김진태-조국지난 6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릴 당시 조국 후보자가 김진태 한국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 맞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후보자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에서 이제는 사상전향을 했습니까?"
"사노맹의 당시 강령에 동의하지 않고 있었고요. 지금 저는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합니다."


지난 6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와 조국 후보자의 답변이다. 위 대화 이후에도 조국 후보자를 '사회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김 의원과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한다는 조 후보자 사이의 설전은 한동안 이어졌다.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회주의자다" "아니다"라는 질답이 옥신각신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였다.

과연 우리나라에 조국 법무부장관을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김 의원은 정말로 조 장관이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해서 "사상전향을 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을까?

조 장관의 어떤 모습에서 사회주의자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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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 남소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부터 인사청문회까지 일련의 과정은 우리에게 '조국'이라는 개인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려줬다. 만 16세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26세에 교수가 된 엘리트, 사노맹 관련사건에 관여했던 운동권 출신, 동시에 화려한 자기소개서를 통해 소위 '스카이'에 입학한 자녀를 둔 아버지, 56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고 사모펀드에 15억 원을 투자하기도 한 재력가.

과연 조 장관의 어떤 모습에서 사회주의자의 그것을 찾을 수 있을까? 서민들은 평생을 저축해도 꿈꿀 수 없는 56억 원의 재산. 서민들이 조금이라도 이자율이 높은 상품을 통해 돈을 불리고자 이름도 생경한 저축은행을 찾아다닐 때 15억 원이라는 거액을 저축은행 정기적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고수익 사모펀드에 투자한 재테크 전력 등 그 어디에서도 사회주의자의 모습은 비치지 않는다.

다만 인사청문회 전의 조국이라면, 그때 그의 발언이라면, 혹여나 "조국은 사회주의자다"라는 오해의 소지가 약간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국 역시 진보주의자 또는 개혁주의자라면 모를까, 사회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후보자를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하는 김진태 의원과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한다면서 우회적으로 자신이 사회주의자가 아님을 피력한 조국 후보자간 설전은 흡사 한 편의 코미디 같았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거의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가려버릴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조국 사태'라 할만 했다. 하지만 정작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인사청문회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마저 "맹탕 야당이 청문회를 열어줘 조국을 법무장관 시켜준다"라고 했을 정도로 내용이 없었다.

후보자 본인에 대한 불법사항은커녕 가족 또는 지인에 대한 불법사항조차 밝혀낸 게 없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동양대학교 총장 직인 표창장 역시 청문회 후 밝혀지고 있는 정황들을 보면 '위조됐을 가능성'이 크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조국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매우 컸고, 지금도 크다. 서울대·고려대에서는 촛불집회가 이어졌고, 시민단체 경실련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지역경실련은 달랐지만).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한다면서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입장을 밝힌 정의당은 이에 반발하는 당원들의 비난에 홍역을 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시작해 바른미래당을 거쳐 이젠 무소속인 이언주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삭발까지 단행했다. 자유한국당은 다시 거리로 나갔다. 

한국사회 집단무의식이 낳은 조국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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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 법무부장관직 자진 사퇴 촉구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렸다. ⓒ 권우성

 
뚜렷한 비위사실 하나 없는데도 수많은 사람이 법무부장관 조국을 반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김진태 의원과 조국 후보자간 설전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회주의자냐?"라는 김진태의 질문은 결과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김 의원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어쩌면 그 질문은 수십억 원 재산에 화려한 학벌을 가졌고, 그에 어울리는 엘리트 자녀교육을 했던 조 후보자에게 던진 '너도 강남이면서 왜 좌파인 척 해?'라는 비난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김진태의 진의가 그랬다면, '기득권은 손에 꼭 쥔 채 사회개혁을 외치는 강남좌파'에 대한 비난인 것이다.

'조국 반대 촛불'이 타올랐던 곳은 서울대와 고려대였다. 흔히 '스카이'라 불리는 대학이다. 초·중학생 때 온갖 사교육을 통해 특목고에 입학하고, 특목고에서도 화려한 활동으로 생활기록부를 꾸며야 '스카이'에 안정적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건 이미 국민적 상식이 됐다. 그렇기에 조 장관 딸의 화려한 스펙에 상실감을 느껴야 할 이들은 '스카이' 담장 안보다는 바깥에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조국 반대 촛불은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뜨겁게 타올랐다. 

서울대·고려대에서 타오른 촛불은 '그렇게 우리를 비난하더니 알고 보니 너도 다를 것이 없잖아!'라는 분노 아닐까? 물론 촛불집회에는 화려한 생기부로 입학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친구들이 득실득실한 교정에서 촛불을 든다는 건 '조국도 다를 것 없잖아'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 본다.

한편,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스카이캐슬'에 들어가지 못한 수많은 서민도 조국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의 분노는 왜 일었던 걸까. 그것은 아마도 '너는 우리 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역시 강남이었구나'라는 배신감이었을 것이다. 흔하디 흔한 논문표절, 탈세, 부동산 투기, 병역 비리 하나 없는 조국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를 배신감 아닌 다른 감정으로 설명하긴 힘들어 보인다.

'조국 사태'는 우리 모두의 집단무의식에서 기인한 것일 테다. '평등하지 않으면서 평등하다'는, 혹은 '정의롭지 못하면서 정의롭다'는 집단무의식. 이미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수백만 원짜리 입시컨설팅이 성행할 정도로 고도의 정보력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자본력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경기장이 돼버렸다.

부모의 재력과 학력이 자녀에게 대물림 되는 '계층의 공고화'는 깨뜨리기 어려운 장벽이다. 그럼에도 그 장벽이 없는 듯, 있다고 해도 깨부술 수 있다는 듯 우리 모두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 아닐까. 그리고 '개혁주의자 조국'이라는 이미지는 이러한 집단무의식 속에서 대중의 지지를 받아왔던 것은 아닐까. 그 환상이 깨지자 강남은 '왜 아닌 척 했느냐'라며, 서민은 '왜 우리를 배신했느냐'며 비난에 열을 올린 것일지도 모른다.

'왜 아닌 척 했느냐'와 '왜 우리를 배신했느냐'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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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11시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소회의실에서 청년과 조국 법무부장관의 대담이 열렸다. '청년전태일' 주최로 열린 이번 대담에서 1시간 20분 동안 청년들은 자사고·특목고 폐지,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공정한 취업룰 필요성 제기, 청년 노동자 산재 대책 필요성 제기,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특성화고 사회적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법무부


그렇다면 '조국 사태'라는 홍역을 치른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은 조국 인사청문회가 보여준 한국 사회의 민낯, '강남좌파는 결코 진보적이지 않다'는 것을 정면으로 인식하는 게 먼저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위해 외쳐왔던 말들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역시 '강남의 길'을 걸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인물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진보하기 위해서는 '강남좌파'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강남의 길을 걸은 이들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과 특혜를 진정한 좌파, 나아가 서민에게 가져올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하나 더 있다. 조 장관이 진심 진보와 개혁을 원한다면 스스로 강남 그리고 '스카이캐슬'을 깨부수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광민은 경기도 부천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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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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