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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회 오전 6시 방송 "아침이슬 같은 DJ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영광의 ‘온에어’ 5] 정민아 CBS 아나운서

19.09.14 17:12최종업데이트19.09.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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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된 방송 제작진들을 만나 제작 과정 비하인드, 그리고 방송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취재해 독자들에게 들려드립니다. 여기는 '이영광의 온에어'입니다.[편집자말]
지난 3일 열린 제46회 한국방송대상에서 개인상 부문 아나운서상에 CBS 정민아 아나운서가 수상했다. 서강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방송인으로는 다소 특이한 이력인 미래에셋증권 대체 투자 본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2005년 아나운서로 CBS에 입사한 정 아나운서는 뉴스 앵커와 음악 방송 DJ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매일 새벽 6시 CBS 음악 FM과 인터넷 방송 ''조이 포 유'에서 방송되는 < 정민아의 Amazing Grace >를 8년째 진행하고 있다.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아나운서상 수상 소감이 궁금해 지난 9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정 아나운서를 만나 수상 소감과 함께 < 정민아의 Amazing Grace > 진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정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아나운서상 수상... 세상에 선한 영향력 끼치고 싶어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부문 아나운서상 수상한 CBS 정민아 아나운서 ⓒ SBS 화면 캡쳐

 
- 지난 3일 열린 제46회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부문 아나운서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먼저 소감 부탁드려요.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부문 아나운서상은 제가 아나운서로서 일하면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라고 생각해요. 수상 후 이 믿기지 않는 상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지 생각했어요. 아직 정확한 답을 한 마디로 얻지 못했지만 여러 가지 생각 중 그런 게 있어요. 방송인 중에는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화려한 자리에 있는 언론인이 있는가 하면 그보다 빛을 덜 받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하는 수많은 언론인이 있는데 저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상은 큰 빛이 있지 않은 성실한 삶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는 것을 저와 이 세상에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어요."

- 수상의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결국에는 진심이 통한 것 같아요. 언론인 치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 없어요. 모두 열심히 하고 모두 진심을 담아 일하지만 저는 제가 청취자들에게나 세상에 아침이슬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거든요. 아침이슬을 보며 '저건 별로야, 보기 싫어, 저걸 보니 내가 좌절하게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모두가 아침이슬이 깨끗하고 영롱하다고 느끼고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하잖아요. 저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3000회 가까이 매일 청취자들과 소통하며 저를 아침이슬처럼 알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방송을 했는데 그동안의 진심이 발현된 것 같아요."

- 수상 소감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맞습니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게 제가 거창한 일로 사회의 개혁이나 변혁을 일으키거나 투쟁에 나서서 사회를 바꾸자는 영향력보다, 제가 가진 달란트로 세상에 전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무엇일지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선한 느낌을 아침에 청취자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따뜻한 마음, 훈훈한 느낌. 내가 관심받고 위로받고 있다는 그런 느낌 등 제가 전하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 현재 < 정민아의 Amazing Grace >를 진행하시잖아요.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 정민아의 Amazing Grace >는 음악 프로그램이에요. 크리스천 콘텐츠를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죠. 찬송가를 틀어요. 그런데 그냥 우리말로 부르는 찬송가가 아니에요. 우리가 부르는 대부분의 찬송가가 미국에서 만들어졌잖아요. 찬송가를 원어로 듣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에 여러 개의 기독교 채널이 있고 크리스천 콘텐츠를 담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지만, < 정민아의 Amazing Grace >만이 갖는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 CBS 안에서도 원어와 우리말 찬송을 섞어서 선곡하는 방송은 많지만, 원어 찬송만으로 선곡 구성이 되어 있는 프로그램은 < 정민아의 Amazing Grace >가 유일합니다."

- 원어로 듣는 찬송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처음엔 우리말이 아니고 영어라서 청취자들이 '나는 영어를 잘 모르는데 우리말로 틀어주면 안 돼요?'라는 의견이 굉장히 많이 들어왔었어요. 이해하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 지금은 그런 의견이 아예 안 들어오거든요.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친숙하고 익숙해진 거죠.

평소에 우리가 찬송을 골고루 부른다기보다 자주 부르게 되는 게 있고 상대적으로 덜 자주 부르게 되는 곡들이 있잖아요. 전 무조건 청취자들에게 친숙한 곡을 위주로 선곡을 하기 때문에 영어라도 청취자들의 귀에 익숙한 거죠. 제가 영어로 찬송을 틀어도 청취자들은 우리말로 따라 부르세요. 다른 언어로 들어도 은혜는 매 한 가지라고 감동을 공유해 주시죠.

또 올드팝 가수들 있잖아요. Pat Boone, Willie Nelson, Patti Page와 같이 어르신 청취자들은 자신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많이 접했던 미국 올드팝 가수들이 부른 찬송을 선호해요. 이 가수들이 찬송도 불렀냐고 너무 좋아하세요. 사실 저희 프로 청취층은 평균 60대라 저는 어르신들을 잘 섬기고 모신단 생각으로 방송하거든요. 젊을 때 생각나서 너무 좋다는 청취자 진짜 많으시고 저희 청취자 중엔 교회 안 다니는 청취자도 많아요. 처음 들을 땐 찬송가인지 모르고 듣는 거죠. 팝송으로 알고 듣다가 '이게 찬송가였어요? 찬송가가 이렇게 좋군요'라며 저와 친밀해진 경우도 많아요."

- 2012년부터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새벽 6시에 방송하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저는 다행히 아침형 인간이거든요. 밤에는 무조건 자야 해요. 그래서 다행히도 지금까지 3천여 일 가까이 버틸 수 있는 것 같고요. 앞으로 잘해나갈 수 있는 힘이 아직 충분하고요. 그래도 매일 새벽 쉽진 않아요. 어느 하루 쉽게 일어나지진 않아요.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건 항상 힘든 것 같아요. 그러나 세수하고 정신 깨어 마이크 앞에 방송하는 순간이 하루 중에 제일 좋습니다."

- 새벽 6시에 방송하라고 처음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이 프로그램과 저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어요. 처음엔 6시 프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이 프로 전에도 새벽 뉴스를 오래 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건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프로그램의 장르를 제가 전혀 모르는 분야였기 때문에 맨바닥부터 공부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에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막막하잖아요."

- 직접 해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지금도 공부를 하는 중이고요. 지금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봤을 때 물론 아직도 부족하지만. 내가 예전에 잘못 선곡하거나 잘못 멘트했던 것들이 있었다는 걸 발견해 가기도 하며 저는 여전히 공부하며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보다 확실히 올해 성장했고, 올해보다 확실히 내년엔 더 성장해 있을 거라 스스로 믿어요."

DJ부터 작가까지 1인 4역, 4~5초 멘트 여백으로 공감 나타낼 수도
 

<정민아의 Amazing Grace>를 진행 하고 있는 정민아 CBS 아나운서 ⓒ 정민아 제공

 
- 그럼 몇 시부터 방송을 준비하세요?
"출근은 4시 50분 즈음해요. 그리고 생방송이 끝나면 그때가 방송인들은 홀가분한 시간이죠. 한 시간쯤 쉰 뒤 다음날의 방송을 위해 또 준비하는 거죠."

- PD, DJ, 작가 등 1인 3역을 한다고 들었어요. 그게 가능한가요?
"1인 3역인데 엄밀히 말하면 엔지니어의 오퍼 레이팅 역할까지 1인 4역을 혼자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물론 정신없고 품이 많이 들고 힘들지만 저는 1인 다역을 한다는 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 1인 다역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건 직접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건데 우선, 제가 제 호흡에 맞춰 방송을 운영한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라 생각해요. 무슨 말이냐면 사람은 감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1~2초의 여유 어떤 땐 3~4초의 여유를 주고 싶을 때도 있고 어떨 땐 그런 여백 없이 말을 빨리 달려야 할 때도 있고요.

그러나 다른 연출자가 제작해준다면 저의 그런 개인적 호흡까지 조절해 주진 못할 텐데 제가 연출자의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저의 감정선 흐름대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요. 제가 위로를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내가 당신에게 공감하고 있어요' 한다는 것을 포즈의 운용으로 같이 느낄 수 있다거나 아무 말이 없지만, 방송사고 아닌 4~5초의 여백 길이로 공감을 나타낼 수도 있죠. 또 날씨에 따라서 다르기도 해요. 날씨는 예상과 다르게 수시로 변하잖아요? 생방송 1인 제작이기 때문에 날씨의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기도 좋죠."

- 선곡에 특별항 기준이 있을까요?
"전 무조건 친숙함과 익숙함이에요. 교회 가서 보더라도 성도님들이 찬양할 때 앞에서 찬양 리더가 잘 모르는 CCM을 불러주는 것보다 모두가 아는 찬송이 나오면 확실히 호응도가 올라가듯이 청취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내가 알고 익숙한 노래! 잘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이 나왔을 때 확 마음이 불타오르거든요. 그래서 저의 선곡의 기준은 청취자들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찬송이에요. 하지만 백 곡 중 백 곡을 모두 그런 곡으로 가면 루즈한 감이 있어서 중간중간 소수의 양념 같은 곡을 넣어요. 양념이란 영어 곡만 트는 중에 유럽의 언어, 아프리칸 언더 등의 곡 또는 재즈풍과 같이 편곡 기법이 독특한 그런 찬송을 들려주면 사람들이 신선하다고 느끼고 '찬송을 이렇게도 부를 수 있군요' 하는 반응이 오죠."

- 멘트는 보통 어떻게 쓰시나요?
"저의 원칙은 '말을 줄이자!'입니다. 왜냐면 입장 바꿔 저도 청취자로 라디오를 들을 때 DJ가 말이 너무 많으면 진짜 빵빵 터지는 위트있는 말이 아닌 이상 채널이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제가 생각할 때 사람들은 저의 열 마디 말을 듣는 거보다 감동의 노래 한 곡을 더 듣고 싶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청취자에 대한 배려 중 하나는 제 말은 줄이는 대신 감동의 찬송 한 곡이라도 더 틀자죠."

- 1, 2부 채널이 다른 걸로 아는데, 이런 편성은 어떤가요?
"편성이 복잡하다면 복잡하죠. 1부는 음악 FM과 레인보우로만 들을 수 있는 인터넷 방송 조이 포유 이렇게 양쪽에서 나가고요, 2부는 조이 포유로만 나가요. 처음에는 헷갈려 하는 분이 많았어요. 2부가 이어진다고 1부 끝에 인사하는데 음악 FM은 다른 프로가 나가는 거죠. 그러나 제가 꾸준히 설명해 드리고 소개해 드리니 이제는 많이 익숙해하시고 알게 되셨어요."

오전 6시 방송, 하루 시작하는 사람-마감하는 사람 모두 잘 아우르고파
 

<정민아의 Amazing Grace> 포스터 ⓒ CBS

 
- 새벽 시간 청취자와 소통한다는 건 다른 시간대와 느낌이 색다를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저는 예전에 밤시간 뉴스를 진행해 보았지만, 그것이 실시간 소통 프로그램은 아니니까 밤시간 음악프로와 새벽 시간 음악프로의 느낌에 대해 정확한 비교는 못 해 드리지만, 새벽 프로를 오래 해 보니 아침이란 게 그런 것 같아요. 전날 너무 힘든 일이 있었어도 잠을 자고 나면 전날과 단절되잖아요. 아침이면 새 기분이 되는 거죠. 그래서 확실히 아침 시간 사연은 활기차고요. 희망차고 축복의 메시지가 많아요. 그것으로 인해 저도 위로와 활력을  얻어요.

그런데 또 한 가지. 아침 6시란 시간이 오묘한 게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시작이지만 누군가에겐 마감이에요. 오전 6시는 아침도 아니고 새벽도 아닌 것 같아요. 쉽게 생각할 때 대부분 사람이 출근 준비하고 잠에서 깨는 시간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밤새 일한 다음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시작과 끝이 교차되는 신비로운 시간이에요.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활기찬 것이지만 마감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단함의 끝이죠. 그 두 집단을 제가 잘 아우르고 싶어요."

- 어떤 DJ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아침이슬! 아침이슬 하면 모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거예요. 깨끗하고 영롱하고 희망 그리고 위로죠. 사람들에게 아침이슬 같은 DJ란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 뿌듯할 거 같아요."

- 그동안 방송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3천여 일 가까이 이 프로그램을 제작·진행하면서 딱 한 번 지각했어요. 제가 평소 잠자리에 들 때 5분 간격으로 알람을 10개 맞추고 자요. 그런데 하필 그날, 핸드폰 고장으로 핸드폰이 아예 꺼진 거예요. 동료가 제 휴대전화를 안 받으니 집으로 걸어서 어머니가 받았어요. 결국 30분 지각했습니다. 청취자들께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 말씀을 올렸는데. 감사하게도 왜 늦었냐고 항의하는 청취자가 단 한 명도 안 계셨어요. '너무 인간적이에요', '너무 재밌어요', '앞으로 또 이런 일 있으면 좋겠어요' 이런 반응이었죠. 전 속으로 '방송 끝나면 큰일 났다. 징계받겠다. 이 일을 어쩌나...'를 계속 생각했죠. 다행히 그날 이후로 지각한 적은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청취자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세요.
"아침 이슬로 저를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것은 청취자에 대한 감사 그리고 < 정민아의 Amazing Grace > 제작/진행자라는 귀한 자리를 저에 대한 신뢰로 맡겨 주시는 CBS에 대한 감사. 무엇보다 위에 계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죠. 지금까지 아침이슬 정민아 CBS 아나운서였습니다."
 

정민아 CBS 아나운서 ⓒ 정민아 제공

 
정민아 한국방송대상 정민아의AMAZING_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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