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개방 환영"... 박정희 때부터 입은 어업 피해 보상은?

행안부 등 기관, 17일 개방 행사... 거제 유호리 어촌계 '보상 대책' 목소리

등록 2019.09.16 13:51수정 2019.09.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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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저도. ⓒ 거제시청

 
"박정희 때는 거의 매년 8월, 대통령이 휴가를 오기 열흘이나 보름 전부터 마을 주민보다 많은 군인과 경찰이 상주했고 저녁 9시부터 소등이 됐으며, 어로활동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섬이 이제 개방된다고 해서 찬성하지만, 그동안 받은 피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

대통령 별장이던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저도(豬島)의 임시 개방을 하루 앞두고 임차섭 유호어촌계장이 밝힌 말이다. 임 계장은 "저도 개방은 찬성하나 그동안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대가라든지 보상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면적 43만여㎡의 작은 섬인 '저도'는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바다 위의 청와대)'로 지정되면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을 뿐만 아니라 어업 행위도 할 수 없었다.

행정안전부, 국방부, 해군 경남도, 거제시는 17일부터 저도를 임시 개방한다. 저도 개방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30일 이곳을 찾아 '저도 개방 기념 행사'를 열기도 했다.

임차섭 어촌계장은 "유호리에 어촌계가 처음 설립된 게 1962년부터다. 당시 저도 쪽 해역 70.3헥타르에 걸쳐 어업 활동을 해왔다"며 "그런데 1972년부터 청해대로 되면서 어업 활동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유호리에서 저도 사이는 직선으로 800m 거리다. 유호리에는 현재 2개 마을로 130여세대 23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임 어촌계장은 "차지철이 권총을 차고 와서 통제를 했다. 완전히 억압적으로 해서 어민들의 어업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며 "그 때는 어민들이 대들었다가는 총 맞아 죽을 분위기였다.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때는 어로활동에 제한을 받는 기간이 한 해에 평균 한 달 보름 안팎이나 됐다"며 "그런 피해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김영삼 정부 때 일부 어업권이 풀렸다. 그는 "저도를 기점으로 어업이 한시적으로 풀린 때는 김영삼정부부터다. 어업권을 다 주지 않고 일부만 내주었다"며 "지금도 전체 가운데 절반 정도인 33.6헥타르 정도만 조업할 수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피해에 대한 보상을 정부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어촌계장은 "저도 개방과 관련해 유호리 주민들이 완전히 무시를 당하고 있다. 그동안 생존권을 박탈당해 왔는데 그에 대한 대가성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저도 임시 개방은 한시적이라고 하는데, 일단 지켜볼 것이다. 그래도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물리적인 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며 "유람선 사업자 선정 등에 있어 주민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해연 전 경남도의원은 "저는 거제시의원과 경남도의원으로 있을 때 여러 차례 저도 개방을 요구해 왔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도 컸고, 그런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공약을 한 것이라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방은 바람직하고 환영하나, 이번에 전면 개방을 하지 못하고 소유권을 거제시가 아직 이관받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어민들은 하루를 조업하지 못해도 피해가 크다"며 "무엇보다 유호리 주민들이 박정희 정권 때부터 통제에 묶어 많은 피해를 보아 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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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지사, 변광용 거제시장 등이 7월 30일 오후 거제 저도에서 개방 기념 탐방 행사를 가졌다. ⓒ 거제시청

 
17일부터 1년간 한시적 개방 ... '저도 개방 협약식'

저도는 17일부터 2020년 9월 16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30일 저도 방문 당시 "저도를 우선 시범 개방하고 관련 시설 등 준비가 갖춰지면 완전히 본격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범 개방은 월‧목요일을 제외한 매주 닷새 동안 낮에 이뤄지며, 군 정비기간은 개방기간에서 제외한다. 방문 인원은 하루 최대 600명이고, 하루 방문 횟수는 오전‧오후 각 1회씩이며, 방문 시간은 1회당 1시간 30분이다.

개방 범위는 산책로, 모래해변과 연리지정원 등이고 대통령별장과 군사시설은 제외된다.

행정안전부 등 5개 기관은 17일 거제 궁농항에서 '저도 개방 협약식'을 갖는다. 협약서에는 저도 개방과 관리권 전환 추진을 위한 기관별 역할, 저도 상생협의체 운영, 저도 시범 개방에 관한 세부사항 등이 담긴다.

이날 거제시 주관으로 궁농항 일원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거제시 관현악단 축하 공연, 저도 개방 축하 퍼포먼스, 저도 뱃길 개통기념 해상 퍼레이드 등이 열린다.

기념행사 후에는 첫 번째 공식 방문객 200여명이 유람선을 타고 저도를 방문, 약 1시간 30분 동안 둘러볼 예정이다.

유람선 운항항로는 거제 궁농항(출발)→거제 한화리조트 앞 해상→거가대교 3주탑→저도(1시간 30분)→거가대교 2주탑→중‧대죽도→궁농항(도착)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입도는 무료지만, 왕복 유람선 비용은 인터넷 예약 기준으로 성인 1명당 1만 8000원(거제시민 할인 1만 5000원)이다. 유람선 승선 신청은 이틀 전까지 해야 한다.

저도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100여년에 걸쳐 군사적 요충지로 어업권과 생활권에 제약을 받아왔다. 저도에는 대통령실(300㎡), 경호원실(66㎡), 장병숙소(6,203㎡), 콘도(42실), 골프장(5홀), 인공 해수욕장, 일제 포진지, 팔각정 등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현재 고라니와 사슴, 천연기념물인 외가리 등 70여 마리의 동물과 해송(곰솔), 동백, 편백, 노간주, 팽나무, 광나무, 느티나무 등의 식물이 서식 중이다.
#저도 #청해대 #국방부 #경상남도 #거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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