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사랑한다고 자살 생각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싸우던 한 젊은 목회자의 죽음

등록 2019.09.16 18:21수정 2019.09.16 18:21
3
원고료주기
 
a

사진 출처: 유튜브 캡처 ⓒ

 
[뉴스M=신기성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에 위치한 대형교회 하비스트 크리스찬 펠로우십의 제리드 윌슨(Jarrid Wilson) 목사는 그동안 정신건강에 관한 강의와 저술 활동을 활발하게 해왔다. 그런 그가 9월 10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나이 서른 살이었다.

사람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헌신했던 목회자

지난 여름 윌슨 목사는 "생애 전반에 걸쳐 심한 우울증을 겪어 왔으며 자살에 대해서 여러 차례 생각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한번은 이렇게도 썼다. "나는 우울증과 싸우고 있는 신앙인입니다. 나는 우울증을 갖고 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합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정신 건강 문제로 씨름하는 과정을 책(Love Is Oxygen: How God Can Give You Life and Change Your World)과 블로그를 통해 공유했다. 자신의 우울증과 힘겨운 싸움을 하던 그는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메시지를 자주 보냈다.

그가 섬겼던 교회의 담임목사인 그렉 로리(Greg Laurie)는 교회 홈페이지에 깊은 슬픔과 애도의 마음을 표하며 평소에 윌슨 목사가 자살 충동을 겪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고 도우려 했다고 전했다.

2016년에는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Anthem of Hope'를 설립하고 우울증, 불안 장애, 자살 충동, 마약 중독 등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도와왔다. 이 단체는 교회가 이런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자신이 자살하던 날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교인의 장례식을 집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자살로 아들을 잃은 릭 워렌 목사와 부인 케이 워렌은 윌슨의 인스타그램에 "함께 기도한다. ...... 남겨진 가족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애정이 필요하다"고 권면하기도 했다.

그가 자살한 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던 글이 소셜미디어 등에 공유되고 있다. 그는 시 같은 글을 이렇게 남겼다.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자살 생각이 항상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우울증이 항상 치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항상 치유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불안 장애가 항상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수님이 우리를 위로하거나 우리와 교제를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수님은 늘 그렇게 하십니다.
 
 
a

사진 출처: 제리드 윌슨 트위터 ⓒ

 
그의 아내 줄리안 윌슨은 남편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겨 '사랑이 넘치고, 베풀기 잘하고, 친절한 마음을 소유하고, 격려 잘하고, 잘생기고, 유쾌한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여름 윌슨 목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정죄하는 것에 반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기독교인들은 암과 같은 육체적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지옥에 갈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신 질환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그는 자살한 사람은 당연히 지옥에 갈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들은 요즈음 정신 건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또한 그들은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놀라운 은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며, 정신 건강에 관한 문제는 분명히 세계의 모든 신앙인들이 더 잘 이해해야 하는 주제라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목회자와 정신 건강 전문가들

윌슨 목사의 자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명의 정신 건강 전문가의 자살 뉴스가 들렸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상담 심리 서비스 디렉터였던 그레고리 일스(Gregory Eells) 교수이다. 일스 교수는 6개월 전 펜실베니아대학교로 옮긴 후 힘든 시기를 보냈으며 아직 뉴욕 주에 살고 있는 가족과 수백 마일 떨어져 지냈다.

윌슨 목사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일은 공교롭게도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다. NBC의 엘리자베스 척(Elizabeth Chuck) 기자는 일스 교수와 윌슨 목사의 자살을 대하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정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공동체에서 그렇게 많은 일을 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 스스로는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없었을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당신은 살 가치가 없어'라는 내면의 소리와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정작 본인이 필요한 도움은 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루 종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자신의 우울증을 치유하거나 부정적 내면의 소리를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자살이 일어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정신 건강 전문가들 가운데 그런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로리 목사는 윌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목사나 영적인 리더들은 모든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정신적 싸움으로부터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또한 우리가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 목사들은 매일 매일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새로운 힘과 도움을 구하기 위해 하나님 앞에 서야만 하는 그런 존재들이다."

미국 상담협회 린 린드(Lynn Linde) 박사는 "어떤 사람들은 나는 상담 전문가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아. 나는 온종일 사람들을 돕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을 돕는 법도 잘 알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필요한 도움을 얻거나 자신의 상태를 다른 전문가에게 내보이지 못하고 홀로 문제를 안고 살기 쉽다. 결국 타인을 돕느라 자기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비극적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의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문제를 소홀히 대하는 것이 전문가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목회자들도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상황에 있다. 교인들을 돌보고 상담하고 치유에 힘쓰느라 자신의 문제는 돌아보지 못한다. 미국 기독교상담가연합회의 정신 건강과 목회 분과 디렉터를 맡고 있는 제레드 핑글톤(Jared Pingleton)은 '많은 목회자들이 자기 자신을 돌보고 필요를 채우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것은 일종의 위험한 직업병'이라고 평했다. 목회 상황이 외롭고 소외감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신 건강 전문가이든 목회자이든 자신을 먼저 돌보는 것이 남을 돕기 위한 중요한 요소임을 기억해야 할 이유다.

(편집자 주) 우울증 자살 충동 등을 예방하기 위한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사회복지법인 '한국 생명의 전화'(상담 전화 1588-9191)를 통해 365일 어느 때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미주는 LA 생명의 전화가 매일 오후 3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연중 무휴로 운영된다. (상담 전화: 213-480-0691, 866-365-0691, 213-383-0691) 운영자는 박다윗 목사로, 지난 20여 년간 5만 건이 넘는 상담을 해 왔다고 한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을 위한 인터넷 상담 사이트도 존재한다. (https://www.speakingofsuicide.com/survivors/)

관련 기사:

https://religionnews.com/2019/09/10/pastor-author-and-mental-health-advocate-jarrid-wilson-dies-by-suicide/

https://www.nbcnews.com/news/us-news/suicides-two-mental-health-advocates-week-serve-grim-reminder-n1052461?cid=sm_npd_nn_fb_ma&fbclid=IwAR0MLk-Fu3G6R_JQ1b2uDqqTZ9o18pSXbYL-7rPvcODP_lrvokrCJ0Ua9Z0

https://beta.washingtonpost.com/religion/2019/09/10/jarrid-wilson-megachurch-pastor-known-widely-his-mental-health-advocacy-dies-by-suicide/

저작권자 © NEWS 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성숙한 성도, 건강한 교회가 세상의 희망입니다 뉴스M은 미주 한인 성도들이 성숙해지고 교회들이 건강해져서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교회 일치의 길라잡이', '교회 개혁의 나침반', '평신도의 작은 등불', '교회와 세상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김어준 영상에 표정 굳어... "한겨레 사과 받아야겠다"
  2. 2 발끈한 윤석열 "정경심을 왜... 다 드러날 테니 기다려달라"
  3. 3 일본 덕에 한국남자 '특별한 존재' 됐다? 경제학자의 궤변
  4. 4 "공수처 막는 황교안 보면서 '노회찬 에프킬라'가 떠올랐다"
  5. 5 그들에게 조국은 '젖은 땔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