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가 단단해야 한다' 이 말에 담긴 속뜻

[김창엽의 아하! 과학 22] 위기 상황 대처하는 핵심 호르몬 분비 사실 밝혀져

등록 2019.09.17 10:28수정 2019.09.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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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라는 단어는 종종 '골격' 혹은 '단단함' 등을 연상시킨다. 인체의 주요 장기들, 예를 들어 위나 간 췌장 신장 등이 말랑말랑하고 더욱 생기 있는 느낌을 준다면 뼈는 딱딱하고 환경 변화에 무덤덤한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뼈가 위기 상황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체 조직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사람을 포함해 척추동물의 대다수는 갑작스러운 위험에 처했을 때, 피신 혹은 맞대응이라는 두 가지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인다. 

피신하든 맞대응하든 맥박수는 갑자기 늘어나고 숨이 가빠지거나 식은땀을 흘리게 된다. 한데 이 과정에서 '내과적으로' 가장 밀접하게 관여하는 인체 부위가 바로 뼈다. 
 

주요 뼈 세포들 뼈의 주요세포들. 뼈 조직세포, 뼈모세포, 뼈 간세포, 파골세포. (왼쪽부터) 오스테오칼신 호르몬은 뼈모세포에서 분비된다. ⓒ 위키미디어커먼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제러드 카센티 교수가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담은 논문을 발표해 시선을 끌고 있다. 연구팀은 뼈에서 분비되는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이라는 호르몬이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동물들이 포식자와 맞닥뜨렸을 때 혹은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충돌 혹은 추돌하는 등의 갑작스러운 위기에 처했을 때, 2~3분 이내 혈액 내 오스테오칼신 호르몬의 수치는 크게 치솟는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과 인체 변화를 추적해 이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오스케오칼신의 구조 모식도. 단백질로써는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구조지만, 인체 내 역할을 지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 위키미디어커먼스

 
지금까지 위기 상황에서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의 이런 반응은 아드레날린 혹은 아드레날린 계통의 호르몬이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실제로 아드레날린의 역할은 거의 없으며, 아드레날린이 태생적으로 분비되지 않는 동물들 또한 위기 상황을 오스테오칼신 호르몬 분비를 통해 대응하려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카센티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 도망을 치거나, 위기를 모면하려면 빠르게 움직여줘야 하는 동작이 수반되곤 하는데 이 경우 골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뇌나 다른 장기가 아닌 뼈에서 오스테오칼신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는 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오스테오칼신의 이런 역할이 규명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의학계에서도 비교적 생소한 개념으로 통한다. 카센티 교수는 약 10년 전 오스테오칼신과 관련해 호르몬으로써 역할 가설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후 후속 연구를 통해 속속 가설에 부합하는 이런저런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전자주사현미경으로 본 뼈 조직. ⓒ 위키미디어커먼스

 
예를 들면 오스테오칼신은 당분 흡수 대사를 조절하고 기억 증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 동물들에서는 지구력을 갖고 오랜 시간 달릴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스테오칼신은 뼈모세포에서 생산된다. 뼈모세포는 말 그대로 뼈의 형성을 주도하는 세포이다. 


일상에서 '뼈대 혹은 골격이 탄탄해야 한다'는 말을 흔히들 하는데, 오스테오칼신의 발견과 조명은 오랜 세월의 경험칙에서 비롯된 이런 말에 담긴 지혜가 현대 과학으로 속속 규명되는 한 예라고 할 수도 있겠다.
#뼈 #호르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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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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