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새로 산 담뱃갑만 730여개, 제 이야깁니다

[비흡연의 행복] 자책하지 마세요, 금연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등록 2019.09.18 20:55수정 2019.09.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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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없이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와 해법을 8회에 걸쳐 싣습니다. 자신을 경멸하지 않도록요.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할 부분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 기자말 


▲ 흡연 기간 23년
▲ 금연 시도 기간 8년(2011년 12월~2019년 6월, 102개월)
▲ 어제 버린 후 다음날 새로 산 담배 730여 갑

"죽을 병 걸려봐야 정신 차리고 끊지."

주변의 많은 분들이 담배 피우는 분들을 보고 저렇게 얘기합니다. 지금이야 몸이 멀쩡하니까 담배를 피우지만 큰 병이라도 걸리고 나면 담배를 끊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위에서 언급한 놀라운 금연 시도 횟수의 이력을 갖고 있는 제 경우를 보면 아닌 듯 합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8년전 뇌척수염이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병에 걸렸습니다. 2주간 혼수상태에 빠졌고, 젊은(당시 31살) 청년이 긴 시간 깨어나지 못하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의료진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기적적'으로 깨어났을 땐 걷지도 못했고, 형이 결혼을 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호스를 꽂아 소변을 빼내야 하는 '고장'도 발생했습니다. 위에 '기적적'이라고 한 것은, 죽음의 문턱 바로 곁에 갔을 만큼, 제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몸이 어느 정도만 회복되었을 때, 그러니까 소변 고장이나 기억상실이 낫기 전에 퇴원을 하면서 의사 선생님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의식이 돌아오고 깨어난 것만 해도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퇴원해서는 술과 담배를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저는 과연 담배를 끊었을까요? 자식을 앞세울까 두려워 제 입원기간 내내 매일 새벽 새벽기도를 나가고 부지런히 보양식을 나르던 저희 부모님의 기대는 지켜졌을까요?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금연은 가능합니다. 의지박약이라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저도 끊었으니까요. ⓒ 픽사베이

 
퇴원 후 초기엔 피우지 않았지만 몸이 점차 나아지면서 다시 피우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 본다면 참 나쁜 자식인 셈이죠. 그래도 담배는 끊지 못했습니다. '큰 병 걸려봐야 담배 끊는다'는 말처럼, '결혼을 하면 담배를 끊는다' '아내가 임신 하면 끊는다' '아기를 낳으면 끊는다' '회사를 그만두면 끊는다' 등등 금연과 관련해서 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를 보면 모두 아닙니다.

그동안 만나온 많은 사람들을 보면 꼭 저만의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담배를 끊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요? 도대체 왜!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끊어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저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세상엔 정말 의지만으로 끊어내신 위대한 분들과 혹은 그냥 생각없이 안 피웠더니 계속 안 피게 되더라는 축복받은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하실 수 있다는 분들은 제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담배를 끊겠다며 버린 담뱃갑을 찾아 다음날 쓰레기통을 뒤진 횟수가 적어도 40~50번은 되는 분들, '나에겐 의지라곤 없구나' 자책하며 자신을 미워하고 경멸해온 분들, 그리고 부모님과 아내(혹은 남편)와 자식 앞에 미안하고 부끄러웠던 경험을 가진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금연은 가능합니다. 의지박약이라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저도 끊었으니까요. 죽을 병에 걸려도, 결혼을 해도, 아내가 임신을 해도, 사랑하는 아기가 태어나도 못 끊던 저도 끊었으니까요. 세상 모든 분들이 금연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금연에 실패한 이유는 그저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못나고 어리석어서가 결코 아닙니다.

어제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과 함께 남은 담배를 호쾌하게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고, 오늘 아침 쓰레기통을 뒤진 당신. 자책하지 마시고 이어질 글들을 꼭 한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지난 8년간 제가 제게 그랬던 것처럼요.

[연재순서] 

1. 금연, 누구나 가능하다
2. 왜 금연이 안 될까?
3. 섣불리 도전하지 마라
4. 의지와 자신감부터 기르자
5. 자신감이 들 때 바로 시작하라
6. 몇 가지 권고사항
7. 괴로운 금연이 아닌, 행복한 비흡연을 위하여
8. Q&A
#금연 #비흡연 #의지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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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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