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임 때까지 뇌물을 약속했던 최순실과 삼성

[판결문으로 본 박근혜 국정농단 9] 정유라 승마지원 박근혜·최순실-삼성 뇌물사건 전모 ②

등록 2019.09.20 20:42수정 2019.09.2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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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에 시작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관련 촛불시민혁명 3주년이 다가왔습니다. 1주일에 한 번꼴로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사건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들을 다룹니다. 각 사건의 핵심내용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각 사건의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 관계자들의 범죄 또는 부패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록합니다. 그래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권력부패를 기억하는데 주춧돌이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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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정유라씨의 모습. ⓒ 연합뉴스

 
앞의 연재글(정유라 승마지원 박근혜·최순실-삼성 뇌물사건 전모 ①)에서는 최순실이 박근혜의 지원을 받아 뇌물을 받을 수 있는 준비를 마칠 때까지를 소개했다. 이번 글에서는 준비과정을 마친 이 사건이 2015년 8월 하순부터 2016년 10월까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소개한다.

이 사건의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다른 사건보다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1개의 뇌물 사건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범행이 있었고, 이 사건에 대한 하급심 재판이 모두 6번 열렸는데,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엇갈리는 게 많았다. 최순실과 삼성그룹 측이 뇌물 제공을 구체적으로 약속한 2015년 8월 26일부터 이 사건의 마지막까지 따라가 보자.

[2015년 8월] 삼성-최순실, '용역 대금 213억 원 지급계약' 체결

2015년 8월 26일, 최순실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기 위한 창구로 쓰기 위해 코어스포츠를 설립한 다음 날이다. 이날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가 승마훈련 지원 명목의 용역계약을 체결한다.

삼성전자가 승마훈련 선수단 지원 및 장비 구입과 임차, 대회 참가비 및 인건비 등 각종 운영비와 말과 차량 구입비 명목의 용역대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총 계약금액은 213억 원, 계약기간은 2015년 8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다. 그러니까 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근혜의 임기인 2019년 2월 직전까지 뇌물을 주고받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 계약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맺어졌다. 이 자리에 삼성전자에서는 박상진 사장(승마협회 회장), 황성수 전무(승마협회 부회장)가 참석했다. 최순실 측에서는 박원오와 코어스포츠 공동대표이사 쿠이퍼스와 박승관,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이 참석했다.

계약체결을 즈음하여 박원오는 최순실 지시를 받아 삼성전자에 보낼 2015년도 4분기 용역대금 청구서를 작성한다. 또 2016년도 예산 계획을 각 분기별로 나누어 작성한다.

최순실이 박원오에게 시켜 작성한 예산안은 선수 2~6명의 독일 체류비, 말 8~12마리의 관리비용, 승마코치 2명, 트레이너 2명, 말 관리사 6명에게 지불하는 비용을 기준으로 마련되었다. 2015년 4분기와 2016년 1~2분기에 각각 말 4마리씩 구매대행비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2015년도 4분기 용역대금은 81만 520유로, 2016년도 1분기는 71만 6049유로, 2분기 70만 5433유로, 3분기 53만2305유로로 정했다.

[2015년 9월] 삼성, 코어스포츠 계좌로 10억 9천여만 원 송금

계약이 체결되고 2주일 후인 2015년 9월 8일, 코어스포츠는 2015년 4분기 용역대금 청구서를 삼성에 보낸다. 이를 받은 삼성전자는 9월 14일에 최순실이 정한 금액대로 코어스포츠 명의의 독일 KEB하나은행 계좌에 보낸다. 10억 8687만 원(81만 520유로)이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삼성전자 승마단의 해외전지 훈련 관련 용역대금인 것처럼 내부 품의서 등 서류를 작성해 코어스포츠에 돈을 보냈다.

코어스포츠가 최순실의 개인 사금고였기 때문에 코어스포츠 계좌에 들어온 삼성의 돈은 정유라의 승마훈련 비용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최순실이나 정유라의 개인 소비용으로도 쓰인다. 뒤에 보다시피 최순실의 호텔 매입비용으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삼성이 코어스포츠 계좌로 보낸 돈 중에서 5만 4786유로가 11월 18일에 최순실의 계좌로 이체된다. 이 돈은 코어스포츠 설립 전에 최순실과 정유라가 독일에서 개인 자금으로 지출했던 금액에 대한 사후 보전을 위해 쓰인다.

구체적으로는 정유라의 아기 용품과 분유, 정유라가 키우던 강아지 패드 등에 쓰인 개인 돈을 코어스포츠 자금으로 보전했다. 최순실은 BMW 차량 1대와 폭스바겐 차량(골프) 1대 구입비, 자신의 호텔 숙박비도 코어스포츠에 들어온 돈으로 지불한다.

[2015년 10월] 삼성, 말 1마리와 차량 3대 구입

삼성은 코어스포츠에 거짓 용역대금을 보내어 최순실이 그 돈을 개인지출과 정유라의 승마훈련비용으로 쓰게 해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삼성은 최순실이 요구하는대로 정유라가 쓸 말과 승마 관련 자동차들을 구입한 뒤 최순실에게 사실상 넘겨주기도 했다.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이 체결된 지 두 달쯤 된 10월 14일, 삼성전자는 선수단 차량 3대를 2억 4418만 원(18만 6887유로)을 들여 구입한다. 그리고 이 차량을 최순실에게 넘겨주어 자유롭게 사용하게끔 맡긴다.

다시 1주일 후인 10월 21일, 삼성전자는 정유라가 탈 첫 번째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Salcido, 나중에 살바토르31로 개명됨)를 '호프 카셀만(Hof Kasselmann)'으로부터 구입한다. 말 구입비는 7억 4915만 원(58만 유로)이었다.

이어 20일쯤 지난 11월 13일에 살시도에 대한 보험료 8217만 원을 보험사에 지급한다. 그러고는 살시도를 정유라가 맘껏 사용하도록 11월 15일경에 최순실에게 넘겨준다.

그즈음인 2015년 10월 26일, 박원오가 황성수 전무에게 이렇게 메일을 보낸다.
 
"모든 (삼성의) 지원 비용들은 (최순실) 여사께서 직접 관리하고 있음.... 속히 지원해준 삼성 측에 감사의 뜻을 전하라는 지시가 있었음."

[2015년 11월] 최순실 "돈 앞당겨 보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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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5일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며 취재기자들을 향해 항변하고 있다. ⓒ 유성호

 
첫 번째 용역대금 명목으로 10억여 원을 받은 지 두 달쯤 지난 11월 어느 날, 최순실은 2016년도 1분기 용역대금으로 책정된 것을 앞당겨 보내줄 것을 삼성전자 황성수 전무에게 요구한다. 그러면서 코어스포츠는 11월 18일에 용역대금 청구서를 삼성에 보낸다. 최순실에게 돈이 급하게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15년 11월에 최순실은 코어스포츠 명의로 독일 슈미텐에 있는 타우누스 호텔을 55만 유로에 매입한다. 2016년 2월 9일에 코어스포츠가 비덱스포츠로 이름이 바뀌고 난 뒤, 이 호텔의 이름도 비덱 타우누스 호텔로 바뀐다.

최순실은 매입비용 55만 유로 중 20만 유로는 개인자금에서 마련하였다. 나머지 35만 유로는 최순실이 독일에서 자주 거래한 KEB하나은행(독일지점)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마련하였다(이 독일지점을 맡았던 하나은행 임원에 대한 특혜승진 요구 사건도 발생하는데 나중에 따로 소개할 예정이다).

최순실은 바로 이 대출금 35만 유로를 상환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삼성에 2016년도 1분기 용역대금을 2015년 12월 초순까지 앞당겨 보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2015년 12월] 삼성, 코어스포츠 계좌로 8억 8천여만 원 추가 송금

이에 따라 2015년 12월 1일에 삼성전자가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에 8억 7935만 원(71만 6409유로)을 보낸다. 최순실은 승마훈련과도 무관하게 이 71여만 유로 중 35만 유로를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썼다.

이 돈 역시 명목상으로는 승마코치 2명, 트레이너 2명, 말 관리사 6명, 매니저 2명 고용에 따른 비용이었다. 하지만 코어스포츠는 이런 인력을 고용한 사실이 없다. 삼성 역시 코어스포츠가 이런 인력들을 고용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코어스포츠 직원으로는 신*평, 김*현, 박*희, 장*수, 우*준, 노*일, 이*희, 랄프, 캄프라데 등이 있었다. 이 중 정유라의 남편 신*평은 식료품을 사거나 정유라의 애완동물을 관리하는 일만 하고, 신*평의 친구인 김*현도 별다른 업무 없이 가끔 말 사료를 주고 말똥 치우는 일만 하였다. 박*희와 장*수, 우*준, 노*일 등은 모두 경리업무만 맡았다. 말 관리사인 이*희와 승마장 관리인인 랄프, 정유라의 코치 캄프라데만 승마훈련을 지원하는데 그치는 수준이었다.

또 용역계약에 따르면 코어스포츠는 삼성전자에 용역대금을 사용한 영수증 원본을 포함하여 월별 상세 회계보고서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원본 영수증이 포함된 용역대금 사용내역 및 잔액을 확인하지 않았다.

[2015년 12월~2016년 2월] 삼성, 말 운송차량 1대와 말 2마리 구입

삼성전자는 '살시도'를 최순실에게 넘겨주고 한 달 뒤 12월 14일에는 말 운송차량 1대를 2억 5890만 원(20만 유로)에 구입해 최순실에게 넘겨준다.

다시 두 달 뒤인 2016년 2월 4일, 삼성은 정유라가 쓸 마장마술용 말 '비타나 V'(Vitana V, 이하 '비타나')와 '라우싱1233'(Rausing1233, 이하 '라우싱')도 구입한다. 삼성전자가 지불한 돈은 26억 6882만 원(200만 유로)이었다.

보름 후인 2월 19일에 이 2마리의 말에 대한 보험료 1억 5929만 원(11만 7천 유로)을 보험사에 지급한 뒤 삼성전자는 이 말들도 최순실에게 넘겨준다.

[2016년 3~7월] 삼성, 9억 4천여만 원과 7억 3천여만 원 추가 송금

해가 바뀌어 2016년 3월 14일, 코어스포츠는 2016년도 2/4분기 용역대금 청구서를 보낸다.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아무런 확인 없이 열흘 후인 24일에 코어스포츠 계좌를 통해 최순실에게 9억 4340만 원(72만 3400유로)을 보낸다.

다시 석 달 후인 6월 22일, 코어스포츠가 2016년도 3/4분기 용역대금 청구서를 보내자, 삼성전자는 한 달쯤 뒤인 7월 26일에 7억 2522만 원(58만 유로)을 보낸다. 2015년에 보냈던 것처럼 삼성전자는 거짓 서류를 꾸며 코어스포츠가 청구한 금액 그대로 송금했다.

이렇게 코어스포츠 계좌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돈을 보내는 것은 2015년 9월, 12월, 2016년 3월, 7월에 실행되었다. 이렇게 4번에 걸쳐 최순실이 받은 돈은 모두 36억 3484만 원이다.

[2016년 5월] 박근혜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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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3일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가운데 최순실씨가 법정에 들어와 자리에 앉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 삼성으로부터 막대한 뇌물을 받고 있던 중인 2016년 5월경, 최순실은 박상진 사장에게 정유라가 독일 생활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삼성에 뭐 도와드릴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같은 달 말, 박근혜는 에티오피아 순방 수행단에 포함된 박상진 사장을 에티오피아 행사장에서 만난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앉는 헤드테이블에 앉은 박상진 사장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뇌물제공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보인다.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

그 며칠 후 최순실은 박상진 사장을 만나 '(대통령과) 악수를 잘하셨냐'고 묻는다. 최순실과 박근혜가 삼성의 뇌물제공에 대해 긴밀하게 의사소통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2016년 7월부터 한국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정유라 승마지원을 명목으로 한 삼성의 추가적인 뇌물제공은 중단된다. 애초 삼성과 최순실(코어스포츠)이 맺은 허위의 용역계약에서 정한 3년 5개월(2015년 8월~2018년 12월)의 1/3에도 이르지 못하고 1년 만에 멈춘 것이다.

그럼에도 그 짧은 1년 동안 최순실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36억 3484만 원, 보험료를 포함해 36억 5943만 원 들여 구입한 말 3마리, 5억 308만 원을 들여 구입한 선수단 차량 3대와 말 운송차량 1대를 제공받았다. 금액으로만 보면 모두 77억 9735만 원이다.

[2016년 8월] 삼성, 말 3마리 숨기기 위해 허위계약 체결

2016년 여름 즈음부터 삼성이 정유라에게 고가의 말을 사주었다는 의혹에 대한 언론취재가 시작되자 최순실과 삼성은 이를 감추기 위한 추가 범행에 나선다. 최순실은 삼성그룹 측과 상의해 정유라가 삼성이 소유하지 않은 말들을 타고 훈련하는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에 따라 2016년 8월 22일에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과 황성수 전무는 말 중개업자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트(이하 안드레아스)가 운영하는 '헬그스트란트 드레사지(이하 헬그스트란트)'와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한다. 삼성전자가 구입해 정유라에게 넘겨준 세 마리의 말('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269만 100유로에 삼성전자가 헬그스트란트에 매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매매계약과 달리 그 말들은 계약일 이후에도 정유라가 사용하고 있었다.

[2016년 9월] 최순실 "언론에 노출된 말을 다른 말로 바꿔달라"

2016년 9월 23일, <경향신문>이 "최순실 딸 승마 독일연수, 삼성이 지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하는 등 '비타나'라는 말 이름을 명시한 기사가 이어진다. 그러자 최순실과 삼성은 추가 은폐에 나선다.

2016년 9월 28일, 최순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켐핀스키 호텔에서 박상진 사장과 황성수 전무를 만나 이렇게 요구한다.
 
"비타나와 살시도는 언론에 노출되어서 더 이상 탈 수 없으니 다른 말로 대체해 달라."

박상진 사장이 "언론 보도로 시끄러워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며 "올해(2016) 말까지만 지원하겠다"고 하자 최순실은 이렇게 요구한다.
 
"적어도 2018년까지는 계속 지원해 달라. 회사(코어스포츠) 청산 비용도 보전해 달라."
 
다음 날(29일) 최순실은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안드레아스를 만난다. 두 사람은 정유라가 타던 '살시도'와 '비타나'를 헬그스트란트가 소유한 다른 말 2마리('블라디미르', '스타샤')와 교환하기로 합의한다.

이에 따라 9월 30일에 코어스포츠와 헬그스트란트는 다음과 같은 교환계약을 체결한다. 말 2마리('살시도'와 '비타나')의 소유권과 67만 유로를 헬그스트란트에 넘기고, 헬그스트란트는 코어스포츠에 '블라디미르'와 '스타샤'의 소유권을 넘겨준다.

[2016년 10월] 허위 계약 감추기 위한 허위 계약

이미 8월에 말 3마리를 헬그스트란트에 판다는 계약을 맺었던 삼성전자였지만, 최순실이 그 3마리의 말 중 2마리를 헬그스트란트와 교환하기로 9월에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자 삼성전자는 헬그스트란트로부터 말 2마리에 대한 매각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 상황에 빠졌다. 그래서 이재용 등은 헬그스트란트와 용역계약을 맺어, 헬그스트란트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말 매매대금 상당액을 헬그스트란트에게 지급해야 할 용역대금에 포함시켜 상쇄시켜버리는 방법을 추진한다.

10월 29일, 삼성전자는 8월 22일자로 안드레아스와 맺은 매매계약에서 매매대금을 조정(209만 유로)해 계약서를 다시 작성한다. 이틀 후 11월 1일에 삼성전자는 헬그스트란트가 소개한 회사인 GGA(Grønborg Gulvservice A/S)와 209만 유로 지급 용역계약을 맺는다. 삼성 승마단 소속 선수들의 실제 존재하지 않는 독일 함부르크 전지훈련 프로그램 지원업무를 GGA가 맡는 대신 삼성전자가 209만 유로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 소유의 말 3마리'를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 제기나 언론 취재를 회피하려 했다. 범죄를 감추기 위해 다시 죄를 범하는 늪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2016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진상규명 흐름 속에 완전히 멈추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통해 은폐 행위조차 만천하에 드러났다.

[결과] 피고인 7명, 3개로 나뉘어 진행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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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정유라의 승마지원을 명목으로 벌어진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모두 7명이다. 이들 7명에 대한 형사재판은 3개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피고인 박근혜 재판이고 다른 하나는 피고인 최순실 재판이다. 나머지 하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들(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에 대한 재판이었다.

3개로 나뉘어 진행된 이들 7명에 대한 재판은 2019년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상고심 판결로 이어졌다. 이날 대법관들은 3개 재판의 상고심을 각각 선고하면서 각 재판별로 어긋난 부분을 정리하였다. 그러면서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하였다. 이들 7명에 대한 3개의 파기환송심들은 곧 시작될 것이다.

이 사건의 하급심 재판부와 대법관들은 최순실과 박근혜를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보고 최순실이 받은 돈은 곧 박근혜가 받은 돈이라 보았다. 그리고 대통령의 직무 권한으로 삼성그룹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서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돈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최순실이 받은 돈이지만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돈인 만큼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한 뇌물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 경우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재판부들은 이재용의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에 대한 지원을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에게 부탁했느냐 아니냐를 살펴볼 필요도 없었다.

이 점에서, 앞으로 살펴볼 예정인 최순실이 세운 동계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자금지원 사건이나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대한 여러 대기업들의 자금 출연 사건은 이 승마지원 명목 뇌물 사건과는 차이점이 있다.

동계영재센터 사건이나 미르재단 등 설립 출연금 사건은 승마지원 명목 뇌물 사건과 달리 제3자 뇌물죄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었다. 따라서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부정한 청탁을 할 만한 일(이 경우에는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 지원)이 있었는지 여부가 재판에서 큰 쟁점이 되었다.

제3자 뇌물죄는 공직자-이 경우에는 대통령-과의 직무관련성 뿐만 아니라 '부정한 청탁'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죄 선고 1] 뇌물제공 약속

여기서는 상고심까지의 재판 결과를 기준으로 피고인들에게 유죄가 선고된 점을 소개한다.

첫째,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간에 2015년 8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213억 원어치의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한 처벌이다.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이재용 등 모두에게 용역계약 형식을 빌려 뇌물을 주고받기로 약속한 것인 만큼 뇌물제공과 뇌물수수 약속죄가 선고(유죄)되었다.

3개로 나뉜 재판의 하급심(각 1심과 각 항소심)에서는 이 용역계약이 뇌물을 주고받기로 한 약속인가, 또 약속한 금액은 얼마인가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213억 원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액수 미상의 금액을 뇌물로 주고받기로 약속했다고 선고했다.

[유죄 선고 2]  용역대금 명목 36억여 원 뇌물제공

둘째, 삼성전자가 코어스포츠에 용역대금 명목으로 보낸 합계 36억 3484만 원(282만 9969유로)에 대한 처벌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에게는 위 금액만큼의 뇌물수수죄가, 이재용 등 5명에게는 위 금액만큼의 뇌물공여죄가 선고(유죄)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3개 재판의 하급심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유죄 선고 3] 말 3마리 구입 34억 상당 뇌물제공

셋째, 삼성전자가 34억 1797만 원(258만 유로)을 들여 말 3마리를 구입하고 보험에 가입한 뒤 최순실에게 말 3마리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한 것에 대한 처벌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에게는 말 3마리 합계 34억 1797만 원(258만 유로)에 상당하는 뇌물수수죄가, 이재용 등에게는 그만큼의 뇌물공여죄가 선고(유죄)되었다.

하급심에서는 말에 대한 소유권을 최순실이 가졌는가 아니면 사용권 또는 처분권만 가졌느냐에 따라 판결이 엇갈렸다. 또 보험료를 내고 가입한 보험의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판결이 엇갈렸다.

이재용 등에 대한 2심 재판부는 말 3마리 구입대금에 상당하는 금액이 아니라 '무상으로 사용한 부분만큼의 이익'만을 뇌물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말에 대한 사용권 또는 처분권은 최순실이 가졌고, 보험료로 발생하는 이익(보험금)은 최순실에게 귀속되지 않았기에 말 3마리 구입대금 상당의 뇌물이라고 판결했다.

[유죄 선고 4] 차량 4대 무료 사용 이익만큼 뇌물제공

넷째, 삼성전자가 선수단 차량 3대와 말 운송차량 1대를 구입해 최순실이 사용하도록 한 행위에 대한 처벌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에게는 차량 4대의 무상 사용이익에 상당하는 뇌물수수죄가, 이재용 등에게는 그만큼의 뇌물공여죄가 선고(유죄)되었다.

하급심에서는 일부 판결이 엇갈렸는데, 예를 들면 이재용 등에 대한 1심 재판부는 차량에 대해서는 뇌물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하급심 판결과 상고심에서는 이 차량들에 대한 소유권은 여전히 삼성전자 독일법인이 보유하고 있지만 최순실 측이 무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무상으로 사용한 부분만큼의 이익'을 뇌물로 인정했다.

여기까지가 승마지원을 명목으로 한 뇌물 사건의 본류라면, 여기에 붙어 있는 지류들이 있다. 본류는 뇌물 제공 그 자체에 대한 처벌이라면, 지류는 그 뇌물을 제공하거나 감추는 데 쓰인 방법에 관련된 처벌이다.

[유죄 선고 5] 뇌물제공용으로 쓰인 삼성전자 회사자금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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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치고 호송 차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다섯째, 뇌물 제공에 쓴 돈이 이재용 등의 개인 자금이 아니라 삼성전자라는 회사자금이었다는 점에 대한 처벌이다. 이재용 등에게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돈과 말 3마리 구입대금 부분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횡령죄가 선고(유죄)되었다.

하급심에서는 횡령에 해당하는 부분이 어디까지인가를 두고 판결이 엇갈렸는데, 예를 들어 이재용 등에 대한 2심 재판부는 말 3마리가 뇌물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보았기 때문에 횡령죄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상고심에서 뇌물에 해당하는 부분은 용역대금 명목으로 지급된 삼성전자 자금과 말 구입대금에 해당하는 삼성전자 자금이라고 판결되었기 때문에 횡령죄도 그 부분에 대해 적용되었다.

[유죄 선고 6] 허위계약 등을 이용한 범죄수익 발생과 처분 사실 은폐

여섯째, 허위의 용역계약이나 허위의 내부품의서를 활용해 뇌물이라는 범죄수익을 주고받은 점에 대한 처벌이다. 최순실과 이재용 등 5명에게 용역대금과 말 3마리 구입대금에 대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범죄수익 발생원인 가장죄가 선고(유죄)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하급심에서는 범죄수익이 어디까지며 숨긴 것이 어디까지인가를 두고 판결이 엇갈렸다. 예를 들어 이재용 등에 대한 1심 재판부는 용역대금과 말 2마리(비타나와 라우싱) 구입 대금 부분만 인정했으나, 2심 재판부는 용역대금 부분만 범죄수익 발생원인 가장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뇌물로 인정한 자금의 범위가 상고심에서 정해진만큼 그만큼이 범죄수익 발생 가장죄의 적용범위가 되었다.

일곱째, 삼성전자가 말 3마리(살시도, 비타나, 라우싱)를 헬그스트란트에 매각한다는 2016년 8월과 10월에 맺은 허위 매매계약에 대한 처벌이다. 최순실과 이재용 등 5명에게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범죄수익 처분 사실 가장죄가 선고(유죄)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하급심에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예를 들어 이재용 등의 1심 재판부는 말 3마리 제공을 뇌물로 보았기 때문에 이 말 3마리에 대한 허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 범죄수익 처분 사실 가장죄라고 보았으나, 이재용 등의 2심 재판부는 말 3마리를 무상으로 사용했을 뿐인 만큼 범죄수익 처분사실 가장죄는 전부 무죄라고 판단했었다.

한편, 이재용 등에게 1심에서는 코어스포츠에 용역대금 명목으로 보낸 합계 36억 3484만 원에 대해 재산국외도피죄가 선고(유죄)되었으나, 2심과 상고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자 하면 각 피고인들에 대한 다음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도움이 된다.

박근혜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364-1(분리)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1087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4303 사건이다.

최순실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02-1(분리)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723-1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3792 사건이다.

이재용 등 삼성 측 5명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194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2556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2018도2738 사건이다.

다음 편에서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중에서 승마지원 명목 뇌물 사건에 이어 시작된 사건으로, 최순실이 광고(홍보)사업체 운영 수익을 얻기 위해 벌인 불법행위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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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운동을 시작으로, 권력감시와 사법개혁, 반부패 운동, 정치개혁 운동을 경험하였습니다. 약 20년 시민운동 경험을 또 다른 곳에서 펼쳐보려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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