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상상 못한 '반값 등록금' 의외의 효과

[이면N]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 추진 중인 여주시의회 유필선 의장·한정미 시의원 인터뷰

등록 2019.09.23 08:29수정 2019.09.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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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의회가 '반값 등록금' 지원 조례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유필선 여주시의회 의장은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월 본회의에 조례를 통과시키고 내년 1학기부터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정환

 
복지 정책의 '처음'을 이끌어가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경기도 여주시의회다.

여주시의회는 올 4월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조례를 통과시킨 데 이어, 올 12월 정례회에서 '반값 등록금'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준비중에 있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 유필선 여주시의회 의장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여주시의회가 준비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지원 조례안은 등록금 자부담금 중 절반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상한선은 1인당 최대 200만 원이다. 국가 장학금 수혜율(50%)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자부담금 규모를 평균 400만 원으로 산정했다. 여주에 2년 이상 거주한 부모를 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다. 대학교 4학년부터 지원(소요 예산 13억 원 추정)해 순차적으로 적용 범위를 늘릴 계획(전체 대학생 지원 시 ± 50억 원 추정)이다.

정책 추진에 있어서 핵심적 요소는 예산 마련이다. 유 의장은 "여주시는 재정 자주도가 67.78%로 높다,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돈이 그만큼 있다는 얘기"라며 "토목 건축에 중심을 두고 선별적 복지를 선호하는 정치 세력도 있으니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지출 구조를 바꿔서 이 사업에 우선 순위를 두면 (예산 마련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2월 본회의에 조례를 통과시키고 내년 1학기부터 반값 등록금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늦어지면 내년 2학기에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차원의 '반값 등록금' 이행이 더딘 가운데, 지자체가 앞장 서 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데 대해 유 의장은 "선도 효과가 있다,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경쟁은 바람직하다"라며 "반값 등록금도 경기도 매칭, 중앙 정부 매칭 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국가가 해야 할 몫을 지자체가 먼저 해 복지사회를 국가에 요구하는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값 등록금 조례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인 한정미 여주시의회 의원은 "재정 부담이 덜어지면 대학생 한 사람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이는 행복과도 밀접히 연결된다"라며 "가정의 불행 요소를 제거해주는 것이 정책의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이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9일 유 의장과 한 의원을 여주시의회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반값 등록금 조례 12월 통과, 내년 1학기 시행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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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지원 조례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한정미 여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 ⓒ 이정환


- 반값 등록금 조례안 추진, 어디까지 진행됐나.
유필선 의장(이하 유) "시민들의 요구와 여론을 듣는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11월에 포럼을 열 계획이다. 다수가 원하는 사업이고 정책이라는 게 확인됐을 때, 조례와 예산 등이 마련될 수 있다. 현재 전체 예산은 ± 50억 원으로 추계하고 있다. 일단은 12월 본회의에 조례를 통과시키고 내년 1학기부터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늦어지면 내년 2학기 시작을 예상할 수 있다."
한정미 의원(이하 한) "청소년 위생용품 지급도 조례 제정보다 세부 규칙 마련 등이 더 어렵더라. 조례를 실생활에 어떻게 도입할지가 더 어렵다. 12월 통과가 목표지만 예산 등 자세한 부분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 해봐야 한다. 제가 전직 교사다. 주변 학부모 네트워크나 교육계 의견을 들었는데 '너무 좋다, 빨리하라'고 하신다. 가장 부담이 큰 게 대학 등록금인데 그걸 지자체에서 함께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기본소득 개념을 공유하고 한 발짝씩 실행해 가면 무상의료·무상교육이 가능하지 않겠나."

-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2007년도 당시, 2019년 여주시 인구 통계를 18만 명으로 예측했다. 현재 12만 명도 채 안 된다. 그런데 18만 명을 기준으로 도로 설계가 됐다. 현 상황에서 도로를 더 넓히는 건 안 해도 된다. 이런 비용을 줄여가면서 예산을 잘 이용해서 쓰면 된다고 본다."
"중요 사업에 경중을 가려서 중요하고 급한 데에 예산을 선 집행하게끔 시에 압박하는 개념이다. 반값 등록금이 내년부터 도입된다면 소요 예산이 13억 원 가량이다. 첫 해에는 4학년에만 지급하다가 이걸 차츰 차츰 3학년, 2학년까지 넓혀갈 건데 4년 동안 단계를 밟을 거다. 여주시는 재정 자주도(지방자치단체 전체 세입 중 지자체가 자주적으로 재량권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비중)가 67.78%(전체 243개 기초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2위, 2017년 기준)로 높은 편이다.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돈이 그만큼 있다는 얘기다. 물론 적은 재원은 아니다. 논란은 있을 거다. 선별적 복지를 선호하는 정치 세력도 있을 거고 토목 건축에 중심을 두는 분들도 계실 거다. 그래도 지출 구조 조정으로 이 사업에 우선 순위를 두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전체 대상 학생수는 3200명 정도로 잡고 있다. 이걸 뽑아내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학생 수를 몇 명으로 해서 추계를 할지부터 해서... 집행부(시 공무원 등)에서 모든 게 처음이라 너무 힘들어하신다. 기본부터 다 뒤져야 한다. 앞선 사례가 있으면 벤치마킹할텐데 처음이다보니 그렇다."

- '학생 자부담금 절반 지원'이면 1인당 보통 얼마를 의미하나.
"현재 국가장학금 수혜율이 50.4%다. 사실상 반값 등록금은 실현되고 있다. 800만 원 등록금 가운데 국가장학금 수혜 %인 절반 즉 400만 원을 제하고, 거기서 반값이다. 1인당 200만 원을 한도로 지급할 예정이다."

"다음 세대 위한 가장 좋은 투자... 결국 중앙정부 사업 될 것" 

- 안산의 경우 안산시의회가 제동을 걸어 반값 등록금 조례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반대로 여주시의회는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주시장과 시의회 다수 구성원이 같은 당(민주당)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가.
유 "안산은 대도시고 예산 부담 정도가 여주시보다 크다. 대도시다 보니 논의 과정에서 보류 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있다. 일단 우리보다 안산시 의원들이 더 많다. 여주시는 7명 의원 중에 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2명이다. 다들 대학생 등록금이 삶에 미치는 부담이 어떤지를 다 겪으신 분들이다 보니 의회 분위기 자체가 추진해도 될 만한 분위기다. 시장님과 의회가 정책 컬러도 비슷하다."
"일단 시장님도 교육에 내년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인터뷰도 하셨다. 여주는 교육 유출이 많은 도시인데 혜택을 줘서 여주시민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면 행복지수가 훨씬 높아지지 않겠나. 나만 해도 시의원 월급 전부가 교육비로 들어간다. 한 명은 대학, 한 명은 대학원에 다닌다. 큰 덩어리 둘이 반액으로 줄어들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혜택이다. '세금을 우리에게 이렇게 써줘서 감사하다'는 생각 들게 하는 정책은 드물지 않나. 이건 다음 세대를 위한 가장 좋은 투자다."

- 시와의 협업이 잘 이뤄지는 건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감시와 견제라는 시의회 본래 기능이 잘 작동할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예산 낭비를 잡아내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여당 역할이라고 본다. 행정의 투명성 강화가 민주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
"세금이 새는 부분을 잡아야 한다. 내가 그런 건 날카롭게 잘 본다."

- 정부 차원의 '반값 등록금' 이행이 더딘 가운데 지자체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그 의미를 뭐라고 보나.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건 민주주의 강화의 과정이다. 지방의회가 갖는 자주재정권을 실정에 맞게 실현하는 건 지방자치 제도의 본질이다. 위생용품 지원도 여주시처럼 작은 곳에서 시작했지만, 인천과 서울시에서도 추진하고 있다. 정책 선도 효과가 있다.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경쟁은 바람직하다. 반값 등록금 역시 도 매칭, 중앙 정부 매칭 사업이 될 거다. 대학까지 포함해 교육의 공교육화는 추세다. 여주시가 한 발 앞서서 할 뿐이다."
"재정 부담이 덜어지면 대학생 한 사람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이는 행복과도 밀접히 연결된다. 여주시는 여주시만의 행복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불행 요소를 제거해주는 것이 정책의 기본 방향이다."
"인간 영역은 정신적 측면, 물질적 측면으로 나뉜다. 현재 고3 무상교육에 더 나아가 경기도는 무상교복 및 무상급식도 실현하려 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까지 실현되면 여주시 내)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있는 집의 경우 400만 원 가까이 가처분 소득이 증가된다. 이는 소비를 촉진하게 되고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이게 물질의 측면이다. 정신적 측면에서 보면 누군가와 돌봄을 함께 한다는 사회적 연대감으로 인해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
"여주시의회가 이런 게 빠르다. 시정 견제와 감시도 중요하지만 대안 제시에 초점을 맞추고 공부하고 있다. 의장님은 저돌적으로 필요한 의제를 찾아내고 의원들도 꼼꼼히 설계하며 이를 뒷받침한다. 시민연대와도 함께 의견을 나누고 함께 추진하고 있다."

- 여주시는 올 4월 모든 여성 청소년(3800여 명)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조례도 통과시켰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데, 얼마큼 준비가 됐나.
"편의점도 어떤 데서는 지역화폐가 융통되고 어떤 데는 안 된다. (1인당 1년에 지역화폐 12만6000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자 주) 많은 곳에서 구매할 수 있게 만드는데 시간이 걸린다. 편의점 본사와도 소통해야 할 부분이다. 1인당 1년 지급 예산을 2차례에 나눠 지급할 거냐 한 번에 줄 거냐 등 세부적인 고민도 해야 한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위생용품은 이후 대학생까지 지급 대상을 올리며 종국엔 가임여성까지 지급하는 방향으로 갈 거다. 곧 중앙정부 사업이 될 거라 예상한다. 경기도에서도 준비중인 걸로 안다."
"위생용품 지급 등 새로운 걸 찾아내는 게 굉장히 재미있다."

- 여주시가 복지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 봄부터 청소년 본인부담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를 의회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복지부가 부정적이다. 예산이 2억 원이 안 되는데, '노'하는 이유가 납득이 안 된다.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는 '건강보험 하나로'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고 권리다. 행복 추구권이자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기본 권리다. '청소년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는 꼭 실현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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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마이뉴스>는 최근 '반값 등록금' 지원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는 여주시의회를 방문했다. 유필선 여주시의회 의장(왼쪽)과 한정미 여주시의원이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 이정환

#여주시의회 #반값등록금 #생리대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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