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통' 김포도시철도, 제가 미리 타 보았습니다

국내 최초의 시민 노선은 서울행 출퇴근길 책임지는 '골드라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등록 2019.09.27 17:13수정 2019.09.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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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김포공항역으로 향하는 김포골드라인 열차가 양촌역 승강장에 들어오고 있다. ⓒ 박장식

 
김포 양촌읍에서 김포한강신도시를 거쳐 서울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경전철 노선인 김포도시철도가 28일 개통한다. 개통 시기가 2018년 11월에서 올해 7월, 다시 9월로 여러 번 늦어지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인해 개통식이 취소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개통을 맞게 되었다.

김포도시철도는 김포시가 노선을 소유하고,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인 김포골드라인운영 주식회사가 운영을 맡았다. 23.67km 구간의 양촌~장기(김포한강신도시)~사우(김포시청)~김포공항 사이 노선을 양촌역 기준 32분, 구래역 기준 28분에 주파하여 관내에 철도 노선이 전무했던 김포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김포도시철도는 국비가 전혀 투입되지 않은 최초의 도시철도 노선이라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 입주 주민들의 광역교통건설부담금 총 2조 가운데 1조 2천억 원이 투입되었고, 김포시가 시비 3086억 원을 부담하여 건설되었다. 기업 등이 건설비를 부담하는 민자 노선이 아닌 이른바 '시민 노선'인 셈이다.

비슷한 노선색의 서울 9호선이 서울의 강서와 강남, 강동을 잇는 '황금 노선'으로 거듭났듯, '김포 골드라인'이라는 애칭을 지닌 김포도시철도 역시 김포시민의 사랑을 받는 황금노선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국내 최초의 '시민 노선'인 김포도시철도를 23일 미리 탑승해보았다.

관제실에서 모든 열차 다 보이네
 

김포골드라인의 운행과 안전을 책임지는 관제실 모습. 각 역과 각 열차의 CCTV가 마련되어 혹시 모를 상황에도 실시간으로 대처할 수 있다. ⓒ 박장식

   
23일 오후 김포시 양촌읍 유현리에 위치한 김포한강차량기지에 방문했다. 개통을 앞두고 영업 시운전하는 열차가 분주하게 기지와 본선 사이를 오가는가 하면, 정비직원들 역시 며칠 뒤 손님을 실어나를 열차에 이상은 없는지, 부품은 빠진 것이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차량기지 곳곳에는 안전운행을 위한 장치가 눈에 띄었다. 경정비뿐만 아니라 중정비까지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고, 차륜이 한쪽만 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열차의 방향을 돌리는 전차대도 마련되었다. 차량기지 내부에는 경전철 홍보관도 위치해 김포도시철도를 둘러싼 여러 기술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차량기지 내부에 위치한 관제실은 무인운전에 맞게 여러 설비가 마련되었다. 운행되는 모든 열차의 내·외부와 승강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CCTV 시설, 중앙관제시설에서 열차를 원격제어할 수 있는 CBTC(Communication-Based Train Control) 시설도 마련되어 무인운전 시스템이 이루어진 모습도 눈에 띄었다.


관제실의 관계자는 "통신에 기반한 무인 운전이 가능하고, 사각지대가 없는 CCTV가 마련되어 비상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포골드라인운영 서다운 대리는 "모든 역에 직원이 배치되어 운영될 계획이다. 열차 내에도 안전요원이 한 명씩 탑승한다"라고 전했다. 

'골드라인' 살린 열차, 짧게는 3분 간격으로 운행
 

김포 골드라인 열차 내부의 모습. ⓒ 박장식

 
한 편성에 두 량씩, 총 23편성의 열차가 마련된 김포도시철도는 출·퇴근 시간에는 3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등 경전철의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 '골드라인'이라는 애칭답게 열차 역시 금빛으로 물들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열차 내 좌석 역시 금빛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기관사 자격증이 있는 안전요원 역시 열차에서 개통 전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차량기지에 접한 양촌역에서 열차가 출발했다. 구래역, 마산역을 지나는 동안 열차는 조용하고 빠르게 운행되었다. 열차 안에는 비상시를 대비해 비상탈출장치와 긴급통화장치가 설치되었는데, 무음 경보 스위치도 마련되어 불법촬영, 성추행 등 열차 내 범죄가 일어날 때 관제실, 안전요원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무인운전 열차와 차별된 점이다.

김포한강신도시의 심장부에 위치한 장기역에 도착했다. 장기역은 김포공항역과 함께 가장 많은 이용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역이다. 그에 걸맞게 출구도 6개나 마련되어있다. 장기역과 김포공항역 등에는 김포시를 상징하는 조형물도 설치되는 데다, 편의점 등 수익시설도 마련되어 이용객의 편의를 더할 전망이다.
 

가장 많은 시민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역의 모습. ⓒ 박장식

 
장기역을 다시 출발한 열차는 김포시청역, 고촌역 등에 정차하며 김포 곳곳을 경유했다. 2량 꼬마열차에 맞춰 설계된 아담한 승강장은 역마다 특색에 맞게 디자인되어 지루함을 덜었다. 역마다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점자 안내판, 유도 블록도 설치되어 불편을 던 점도 눈에 띈다.

7월 개통이 늦어지게 한 원인이었던 차량 떨림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통 지연 당시 일부 구간에서 차륜이 한쪽만 닳는 등 편마모가 발생하여 열차의 떨림이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심했는데, 가장 심각했다고 알려진 고촌~김포공항역 구간에서도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열차가 종착역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했다. 김포공항역은 열차를 이용한 거의 모든 이용객이 내리는 역으로, 승객들로 혼잡하지 않게 동선 마련에 신경을 쓴 모습이다. 환승 거리 역시 짧게 이루어져 도심과 강남, 여의도로 향하는 5호선, 9호선, 공항철도 등으로 길어야 5분 안에 환승이 가능한 점도 큰 장점이다.

단 두 개 남은 과제, '과밀 해결', '다른 노선'
 

김포도시철도의 종착역인 김포공항역의 승강장 모습. ⓒ 박장식

   
김포경전철에 산재한 과제도 남아있다. 가장 먼저 경전철로 운행되는 까닭에 배차 간격은 다른 광역전철에 비해 월등히 짧지만, 수송력이 부족해 과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카페 등에서는 '두 칸짜리 꼬마열차'이기 때문에 일부 역에서는 아예 열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포도시철도는 같은 시기 개통된 광역전철인 서해선, 경강선 등에 수송력이 밀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김포도시철도는 시민들에게 수송력이 다른 전철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만약 시민들이 집중될 시 다른 중전철에 비해 자유롭게 시간표를 변경할 수 있는 점 역시 홍보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 김포도시철도는 입주민들이 내는 광역교통건설부담금을 통해 만들어진 첫 번째 철도 노선이다. 이에 따라 이 부담금을 낸 상태에서 기반 교통시설 설치 문제를 두고 입주민과 지자체가 갈등을 빚는 신도시에 교통 노선이 약속대로, 주민들의 당초 기대에 맞도록 마련되어야 한다는 과제 역시 남겼다.

시민 손으로 지은 철도, '골드라인' 의의 지킬까
 

김포한강차량기지 뒤로 김포한강신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 박장식

 
이렇듯 김포도시철도가 갖는 의의가 크다. 신도시의 교통 정책이 정책의 손이 아닌 지역민의 손으로 마련될 수 있다는 의의를 지녔다. 그리고 우이신설경전철에 이어 의정부, 용인 등의 수요 예측 실패로 '적자'의 오명을 썼던 경전철의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례가 되었다. 

김포 골드라인이 승객의 편의, 안전은 물론 빠른 서울행 출퇴근길도 책임지는 진정한 '골드라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특히 개통 이전 나왔던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고, 성공적으로 지역에 연착륙하여 김포시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길이 되었으면 한다.
#김포도시철도 #김포 골드라인 #경전철 #김포시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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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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