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책을 또 냈습니다... 나의 오디오북 제작기

오디오북 업체 선정부터 녹음 후 입점까지 직접 해봤습니다

등록 2019.09.26 20:57수정 2019.09.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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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진입장벽이 높아도 초인종을 눌러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마케팅의 고전이다. 안 되더라도 초인종을 누르고 발을 내미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결과만 본다. 그 내면에 숨은 과정은 묻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책을 출간하고 작가가 되었을 때 쉽게 된 줄 안다. 단언컨대 달걀로 바위 친다는 심정으로 한 결과다.


처음 책을 내고자 출판사에 원고 투고했다. 처음엔 인지도 높은 출판사부터 공략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조바심만 났다. 해법을 찾고자 여기저기 수소문했고 지인의 추천을 받아 대형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원고를 검토해줬다. 딱 여기까지였다.

출판계에 종사하는 지인은 현 출판시장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한다. 최근 독립출판사까지 가세하며 출판사 수가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투고를 받는 출판사는 일부다. 작가들이 선호하는 대형출판사로 하루에도 엄청난 원고들이 모이다 보니 채택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사실 큰돈을 들여 책을 내는 자비출판보단 계약금을 받고 책을 출간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더군다나 출간 후 다양한 마케팅 지원을 받는 혜택도 있어 작가라면 당연한 희망이다.

반대로 출판사에서 요청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인기 있는 블로그나 포털의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쓰는 작가들이다. 꽤 많은 작가가 SNS를 통해 출간했다. 나도 처음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에 글을 올려보게 되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잡지사로부터 연락받는 행운도 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까지 이어지곤 한다. 한 대형유통 업체 관계자는 출간된 책의 초판 인쇄분도 팔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내 책을 알리는 또 다른 방법, 오디오북
 

오디오북 녹음 현장 <생각없이 경주> 오디오북 녹음을 진행한 저자와 이규래 낭독자 ⓒ 최정선

 
요즘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세대가 없다. 그렇다 보니 종이책보다 전자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리고 전자책과 범주를 같이 하는 오디오북 시장에 네이버가 가세하면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아마존에선 오디오북 플랫폼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해 오디오북이 출판물의 한 축으로 구축됐다.

신간을 출간하고 홍보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출판계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니 새로운 출구 전략이 필요했다. 출간한 책이 독자에게 선택될 확률이 10%도 안 되는 시점에 출판사 입장에선 새로운 대안이 절실하기도 할 테다.

그러다 우연히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책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포털이 운영하는 오디오클립에 입점하면 홍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

제작에 앞서 우선 입점한 책들과 오디오북 성향을 분석했다. 입점한 오디오북 대부분이 유명인들의 더빙으로 제작됐다. 일단 제작을 하고 네이버 담당자에게 입점 의뢰를 해보기로 했다. 당시는 좀 무모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의뢰한 결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입점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낸 이라면, 혹은 출간 계획이 있는 이라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과정을 공유해볼까 한다.  

오디오북을 제작하기 이전 오디오북 유통업체를 검색했다. 국내 최초 오디오북 전문업체 '오디언(회사명 오디언 소리)'을 알게 됐다. 놀라운 사실은 네이버가 2017년 '오디오클립' 출시에 이어 2018년 '오디언'을 인수하는 등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오디오북에 관한 출판계의 시각은 다소 냉랭하다. 오디오북 성장과 관련해 가장 큰 걸림돌로 제작 비용을 들었다. 종이나 전자책보다 제작비가 너무 높다는 거다. 사실 나도 오디오북 제작은 처음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녹음도 중요하지만 녹음한 것을 상품화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했다.

구체적으로 오디오북 제작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제작을 위해 프로세스를 파악하고자 업체에 연락해 입점 과정과 견적을 의뢰했다. 견적이 무려 500만~800만 원으로 부담되는 가격이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해보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성우도 섭외하기가 부담이 되었다. 낭독 러닝타임에 따라 돈이 지급되기 때문에 예상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어떤 일이든지 시간에 딱 맞춰 진행되기 힘드니까.

고민 끝에 라디오에서 함께 여행을 소개한 진행자에게 의뢰했다. 선뜻 낭독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녹음실까지 섭외해 줬다. 일이 술술 풀리는가 싶었다. 반전이 있었다. 장시간 책을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녹음실 섭외와 녹음 과정도 쉽지 않았다. 돈 좀 아끼려다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됐다. 처음부터 녹음만 전문으로 하는 곳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녹음실 후기도 꼼꼼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 안 그러면 녹음 음질이 엉망일 뿐만 아니라, 이 업계 룰을 모르는 줄 알고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녹음 과정에서 효과음의 선정과 배치가 중요하다. 일종의 디자인에서 레이아웃 작업이다. 특히 낭독 중간에 삽입되는 효과음의 음 높낮이 조절에 신경을 써야 된다.

녹음이 끝이 아냐, 중요한 건 마스터링
 

녹음실 섭외와 녹음 과정도 쉽지 않았다. 돈 좀 아끼려다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됐다. ⓒ 홈페이지 화면 캡처

 
녹음이 끝나면 이제 마스터링 과정이 남았다. 처음엔 녹음만 하면 끝났다고 생각했다. 마스터링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었다. 이건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마스터링은 녹음본을 상품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녹음한 파일을 그냥 들으면 잡음이 정말 많다. 잡음을 없애 독자에게 낭독이 잘 전달되게 하는 작업이 마스터링이다. 이 과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녹음에서 끝날 수 있지만 잡음은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려 자칫하면 독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유통해줄 업체를 선정하는 일이다. 말 안 해도 중요하다는 거 아실 거다. 상품만 제작해 놓고 판로(販路)가 없다면 의미가 없는 일. 그래서 오디오북의 유일무이한 유통업체 오디언에 다시 노크했다.

담당자가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제작한 오디오북을 입점하도록 해줬다. 그렇게 오디언에 입점 후, 네이버 오디오클립 담당자에게 메일로 기획서를 보냈다. 당시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직접 제작하는 분위기라, 난데없이 모르는 작가에게 입점 의뢰를 받은 담당자는 황당했을 거다.

그렇지만, 담당자는 기회를 줬다. 입점 의뢰는 2018년 10월쯤 했는데, 당시 입점은 어렵고 12월에 그랜드 오픈할 때 입점을 다시 의논하자고 했다. 그 후 다행스럽게도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입점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오디오북 시장은 고급화를 지향하고 있다. 높은 제작비와 낮은 수요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부정적인 시각도 크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스피커 등의 기술 개발과 보급이 확산되며 음성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확장된 책'인 오디오북에 플랫폼 업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미 시장성을 간파한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을 필두로 구글, 넷플릭스 등도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선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었다. 아직 오디오 시장의 글로벌 플랫폼이 없어 더 매력적이다.

귤이 넘어와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회남(淮南)에 심은 귤을 회북(淮北)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이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비유한 고사성어다. 오디오북 시장도 그렇지 않을까? 미국에선 성공한 오디오북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성공 여부를 아직 예단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더구나 미국이나 일본은 저급한 성인물 시장으로까지 오디오북을 확대했지만 우리나라에선 현재 고급화 전략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디오북이 국내에서 귤이 될지 탱자가 될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 오디오북 들으러 가기
덧붙이는 글 본 기사의 경험담은 <생각없이 경주>오디오북 제작기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오디언을 통해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오디오북 #네이버 #오디오클립 #오디언 #생각없이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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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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