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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남자를 죽였을까... 관객이 추리하게 만드는 영화

[리뷰] <비뚤어진 집> 아가사 크리스티가 가장 사랑한 작품

19.09.24 11:33최종업데이트19.09.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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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뚤어진 집>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는 말년에 일본 번역가에게 본인의 10대 작품을 직접 골라 답장을 보낸다. 그녀가 쓴 80여 편의 작품 중 10편만 선정하기가 매우 까다로웠을 텐데, 이후 그 목록은 아가사를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큰 레퍼런스가 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녀가 선정한 10편은 꼭 봐야 한다든지, 10편을 시작으로 아가사를 접한다거나, 그녀의 10편이 아닌 본인만의 10편을 정해본다든지. 

그 중에서도 아가사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단 한 편이 있다. 의외로 아가사는 최전성기인 1949년에 내놓은 <비뚤어진 집>을 선택했다. 참고로 저 10편에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오리엔탈 특급 살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 누구나 알 만한 최고의 작품들이 속해 있다. 그녀는 <비뚤어진 집>을 선정하면서 '탐구하기 매우 흥미로웠던 어떤 가족에 대한 연구'라는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7년 아가사의 10편 목록에 속한 두 편의 작품이 영화화되었다. 하나는 <오리엔탈 특급 살인>으로 그야말로 대단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모았지만 평작 수준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흥행했고 후속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도 당해년도에 상륙해 외국 평작 치곤 나쁘지 않은 흥행을 달성했다. 다른 하나가 바로 <비뚤어진 집>으로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평작 이하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탈리아에서 최초 선보이고 본고장인 영국에선 극장에서 개봉됐지만 북미에선 인터넷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한국에 2년 만에 상륙했다. 

이상한 가족들

영화는 어떤 여성이 어떤 남성에게 주사를 놓아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애리스티드 레오니데스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스 출신의 이민자로 레스토랑과 호텔 사업으로 큰 돈을 만지며 명사가 된다. 일찍 부인과 사별한 그는 젊은 미국인 브랜다와 재혼한다. 그런 그가 하룻밤새 죽었고, 장손녀 소피아가 집안 내 사람에 의한 타살을 의심하며 연인이었던 사립탐정 찰스 헤이워드에게 수사 의뢰를 한다. 사인은 에세린, 당뇨병 환자였던 애리스티드에게 누군가가 인슐린이 아닌 에세린을 주사했다는 것이었다. 

찰스는 곧 레오니데스 저택으로 향해 수사를 진행한다. 가족들을 한 명 한 명 만나기 시작한다. 애리스티드 입장에서 처제 에디스, 손녀 조세핀, 손자 유스터스, 아들 필립과 로저, 며느리 마그다와 클레멘시, 가정교사 브라운과 유모, 그리고 둘째 부인 브렌다. 소피아가 찰스에게 건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우리 가족들은 이상해. 잔인한 구석이 있어. 잔인함의 면면도 서로 달라. 그게 너무 불안해." 

변호사를 통해 재산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상속된다는 내용의 최종 유언장을 확인하는 찰스, 모든 가족이 지켜보는 와중에 서명을 했다지만 정작 서명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재산 상속의 주요 수혜자는 브렌다가 되는 것이었다. 사건의 초점은 가족 대부분의 시기와 질투 대상이었던 브렌다로 몰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의 전말은 또 다른 유언장의 존재와 사고와 살인이 잇따르면서 전혀 생각할 수 없던 국면으로 치닫는다.

추리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재미
 

<비뚤어진 집>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 <비뚤어진 집>은 훌륭하나 원작을 평작 수준으로 각색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작품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팬들은 환호할 일이지만, 왜 2년 만에 한국에 상륙해 극장에서 선보이는지 그 이유를 알기 힘들다.

가장 먼저 굳이 하나의 미덕을 대라고 하면, 배우들에 있다. 가족을 이루는 수많은 배우들이 저마다 캐릭터에 맞게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격인 이디스 역의 글렌 클로즈와 브렌다 역의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마그다 역의 질리언 앤더슨이 눈에 띈다. 그들의 개성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런가 하면 찰스 역의 맥스 아이언스와 소피아 역의 스테파니 마티니도 튀지 않고 제 몫을 해낸다. 

관객은 찰스와 함께 가족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추리와 수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찰스는 후반부까지 제대로 된 추리와 수사는커녕 갈피를 못 잡고 중심 없이 흔들린다. 하여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직접 추리에 뛰어들게 하는데, 정황상 브렌다로 시선이 몰리지만 가족 모두가 한 통 속인 듯도 하다. 브렌다를 제외한 모두가 말을 맞추고 찰스를 속인 게 아닌가 싶다. 

막대한 부와 집단 사이코패스화
 

<비뚤어진 집>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비뚤어진 집>의 원제는 'Crooked House'이다. 집 자체가 비뚤어진 게 아니고 가족들이 뒤틀린 것에 가깝다. 이 레오니데스 가족은 뒤틀려 있다. 다름 아닌 애리스티 드가 쌓은 막대한 부 때문이다. 그는 그 돈을 못난 아들들을 위해 전적으로 쓰지 않았는데 아들들은 이를 못마땅해 한다. 며느리들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손자 유스터스의 말을 들어 보면 애리스티드의 또 다른 모습이 그려진다.

"가족들의 인생을 쥐고 통제하는 괴물같은 사람이었죠. 가학증에 자만으로 똘똘 뭉친. 당연한 결과예요."

손녀 조세핀의 대답도 걸작이다. 할아버지를 잃어 슬프겠다는 물음에 조세핀은 "그다지요.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발레를 못하게 하셨거든요. 소질이 없대요"라고 대꾸한다.

모두가 선망해 마지 않는 대저택에서 막대한 부를 쌓은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뒤틀린 심사는, 아무나 가질 수 없겠지만 정작 그런 환경을 가지게 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무시무시한 감정일 듯하다. 원작은 기가 막힌 분위기 조성과 개성 어린 캐릭터 조성과 예상 못한 전개 및 반전으로 이를 훌륭하게 표현해냈지만, 영화는 그에 비해 전체적으로 상당히 루즈하게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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