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의 '선택적 정의', 검찰개혁 더 절실해졌다

[주장] 검찰총장의 취임사가 달리 보이는 이유

등록 2019.09.24 22:01수정 2019.09.2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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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입구를 빠져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오후 3시경 가족이 점심 식사 주문을 한다고 하기에 압수수색팀은 점심 식사를 하지 않고 계속 압수수색을 진행하겠다고 하였으나, 가족이 압수수색팀이 식사를 하지 않으면 가족들도 식사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식사를 권유하여 함께 한식을 주문하여 식사를 하고, 압수수색팀의 식사 대금은 압수수색팀이 별도로 지불한 바 있습니다."

24일 검찰이 밝힌 '자장면 식사' 논란에 대한 해명은 이랬다(관련 기사 : 배달음식 먹으며 11시간 조국 자택 압수수색, 그 이유는? http://omn.kr/1l177). 하루 전(23일) 검찰이 11시간 동안 실시한 조국 법무부장관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 관계자들의 식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비판이 일자 진화에 나선 셈이다.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 영장 발부와 조 장관 측 변호인 참여로 인해 시간이 길어졌고, 배달 식사 역시 조 장관 가족의 권유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이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상태였다. 특히 조 장관의 자택 앞에서 배달원을 둘러싼 취재 기자들의 모습이 '포토뉴스'로 기사화되면서 이 '자장면 식사' 논란은 이날 이례적인 압수수색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중앙일보>는 <조국 자택 들이닥친 檢···"중년 여성과 젊은 여성 집에 있었다">라는 기사에서 음식 배달원의 말을 인용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과잉 수사' 논란을 제기한 언론보도도 적지 않았다.

검찰의 과도한 '조국 수사'에 문제를 제기해 온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사태에서 우리가 품는 의문 - 선택적 정의에 분노함'이란 장문의 글에서 7가지 이유를 들어 검찰의 '조국 수사'와 이날 압수수색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를 요약하면 이러하다.

▲ 첫째, 이 사건은 인사 청문 과정에서 야당과 언론이 조국 후보자를 주저앉히기 위해 고발한 사건에서 비롯된, 지극히 정치적 사건이다. ▲ 둘째, 대한민국 검찰 특수부 검사 수십 명과 수백 명 수사관이 지금 한 가정의 입시부정 연루의혹과 10억 정도를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이것이 적정한 검찰권 행사인가?


▲ 셋째, 이 사건 수사는, 검찰이 부인해도, 공직자 임명과정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좌절시키기 위한 검찰권 행사다. ▲ 넷째, 왜 검찰은 그 방법을 택하지 않고, 사건 전면에 나서 스스로 검찰의 정치화를 불러 일으켰는가? ▲ 다섯째,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면 안 걸리는 공직자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이 수사는 한 인물을 매장하기 위한 먼지털이 수사가 아닌가?

▲ 여섯째, 그런데 혐의사실이 입증될 때까지 수사전선을 넓혀가고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조국 장관을 반드시 범죄로 엮겠다는 목표를 갖고 수사를 한다는 것이 아닌가? ▲ 일곱째, 검찰은 공평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그래야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수사는 검찰이 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잉수사이며, 이른바 '선택적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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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선택적 정의와 역지사지

한편 최근 시사주간지 <시사IN> 628호에서 고제규 편집국장은 '어떤 이의 취임사'라는 제목의 '편집국장의 편지'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사를 되새겼다.
해당 글에서 고 편집국장은 "조 장관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수사하며 별건·먼지떨기·신상털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수사할까?"라고 반문한 뒤 "나는 '검찰총장 1호 수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물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 총장과 그 가족을 두고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규모로 특수부 검사를 투입하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먼지떨기식 수사를 하면 윤 총장이라고 무탈할까?"

그러면서 고 편집국장은 '역지사지'란 사자성어를 윤 총장에게 되돌려 준 뒤 "아직 취임사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다"며 윤 총장이 직접 읽었던 취임사 중 몇 대목을 인용했다.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

지난 7월 당시 언론이 주목했던 취임사의 문장은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었다. 향후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정치권 수사는 물론 재계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시사하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눈에 확 띄는 대목은 따로 있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행사하는 형사 법집행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으로서, 법집행의 범위와 방식, 지향점 모두 국민을 위하고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법집행에 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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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2019.9.23 ⓒ 연합뉴스

      
검찰개혁

과연 작금의 검찰의 '조국 수사'가 가리키는 것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명령을 받드는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이 천명하고, 국민들이 열망하는 검찰개혁에 반기를 드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지난주 토요일(21일)에 이어 매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촛불을 들겠다 천명했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상에서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단체/개인 서명운동'의 참여 인증이 나오고,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이다'란 서명 운동에 동참한 국내외 대학 교수와 강사, 연구자들의 숫자가 4천 명을 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윤 총장과 '윤석열 검찰'의 '조국 수사'가 오히려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무시무시함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자승자박'의 형국을 불러 온 꼴이다. 윤 총장이 취임사에서 천명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작금의 검찰이 무엇을 위해 휘두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석렬 #조국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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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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