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달래는 민주당? '유치원3법'의 속사정

[분석] 가업상속세 공제·적립금 확대 등 민원 검토 발언 나와... 박용진 "공공성 확보, 거래대상 안돼"

등록 2019.09.25 15:23수정 2019.09.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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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3법을 발의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3법 본회의 처리를 위한 '유아교육보육공공성강화특별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사립유치원 적립금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 적립 가능 대상도 건축 외 통학 차량, 놀이시설 교체 등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많은 운영자들이 현장에서 요청한 사항 중 하나가 가업 상속세를 공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어린이집의 경우 공제 대상에 포함되므로 형평성을 감안해 사립유치원도 포함하는 것을 종합 검토하겠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유아교육 보육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아래 공공성 강화 특위) 간담회 자리. 조정식 정책위의장의 '시행령 검토 약속'이 이어졌다. 공공성 강화 특위 위원장인 남인순 최고위원 또한 "사립유치원 측에선 가업을 승계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상속세가 감면되고 있어 이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장 애로 사항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에서 약속을 받은 주체는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 등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비공개 회의에서 (원장들이) 감개무량하다면서 큰 선물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 비리로 들끓었던 지난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장면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사립유치원의 퇴로를 열어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가업 승계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주겠다는 대목이나, 회계 비리의 주요 사례였던 적립금을 확대해 줄 수 있다고 약속한 것은 개선 방향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회의 자리에 참석한 당 관계자는 "(회계가 비교적 투명한) 대학에서도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 있다. 에듀파인도 완전한 제도가 아니다. 대놓고 적립하게 해주고, 자식한테 물려줄 땐 세금 면제해준다? 사학의 대대손손 대물림을 인정하는 것이다. 세습을 허용하는 것이 공공성 강화라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유치원3법 통과를 위한 당근?

민주당의 이 같은 '사립유치원 달래기'의 배경엔 지난 24일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 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있다. 에듀파인(국가회계시스템) 의무화 등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이 법안은 자유한국당의 지속적인 반대로 잇따라 논의가 불발, 처벌 조항 완화 등 일부 우려를 묻어둔 채 일단 오는 11월 본회의 표결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공공성 강화특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장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당에서 '이런 것들을 신경 쓴다'는 언질을 해준 것"이라면서 "정부 정책을 시행하고 (법안을) 전국화 시키려면 어느 정도 정치적 제스처가 필요한데,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는 해야 (에듀파인에 긍정적인 원장들이) 다른 원장을 설득할 때 할 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3법이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만큼, 법안 취지에 동참하는 사립유치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상속세 공제를 향한 비판에 대해선 "기획재정부도 특별히 안 되는 이유가 없다고 했다. (상속세 공제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검토했는데, 중소기업에 유치원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어린이집도 허용되는 부분이라, '우리는 왜 안 되나요'라고 할 때 반박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려가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어떻게 제한하고 허용할지는 고민이다. 상속세 면제는 과도한 혜택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걸 교육부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시행령이라 당이 깊이 개입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간담회였고 유치원에서도 계속 요구하니 부처 간 입장을 확인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적립금 확대 문제는 '무제한 확대'가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적립금 적용 여부는 교육감 권한인 만큼, 투명한 회계를 전제로 유치원 운영을 위한 일정 수준의 적립금을 허용해주는 범위 내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기준과 목적을 명확하게 둔 적립금에 대해서만 확대를 허용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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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개학연기 사태에 용인시 학부모 100여명이 3월 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사립유치원들은 각성하라"며 "유아교육 농단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용진 "유치원 공공성 확보, 거래대상 될 수 없어" 

또 다른 우려는 당 지도부 차원의 이 같은 공식 발언으로 사립유치원 측의 추가 민원이 제기될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이날 비공식 회의 자리에서도 일부 사립유치원 관계자가 학부모 동의 없이 폐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성 강화특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런 요구가 들어왔지만 다 안 된다고 했다. 개인 영리를 추구할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당은 3법이 하루빨리 통과 돼서 유치원들이 자기 뒷주머니를 못 챙기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안 통과를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3법'을 만든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정책 수용자의 의견을 듣는 것은 좋지만, 유치원 공공성 확보를 "거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은 유치원3법을 통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유치원 원장들을 끌어 안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상임위에서는 국민들의 또다른 조세부담이나 수업료인상 등으로 이어지거나, 해당 법안이 교육공공성을 해치는 방식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길목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회계투명성 확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거래하듯이 유치원 요구를 들어주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공성 강화에 역행하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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