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냄새 진동... 이게 국립대학의 청소노동자 휴게실

[충북도 내 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실태] '있으나 마나'한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등록 2019.09.26 10:13수정 2019.09.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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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내 일부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휴게시설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5월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국 사업장에 배포했다. 

이를 토대로 도내 대학교 청소미화원 휴게실과 비교해본 결과 충북대학교, 충북과학보건대학교, 청주대학교 등이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계단 아래 창고처럼 방치된 휴게실 ⓒ 충북인뉴스


계단 아래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비좁은 공간.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앉을 의자는커녕 발도 제대로 뻗을 수 없었다. 창문도 에어컨도 없어 올해 여름을 어떻게 보냈을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허리를 굽혀야 했고 손바닥만한 구멍 하나가 환풍기 역할을 대신했다.
 

공간이 협소하고 창문도 없는 휴게실 ⓒ 충북인뉴스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내 또 다른 청소노동자 휴게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계실 옆에 작게 마련된 평상 하나가 휴게실의 전부였다.

이곳에서 청소 노동자들은 잠깐의 휴식과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로 난방을 대신했고 보일러 대신 전기매트로 겨울을 보낸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에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한 냉난방 시설 및 환기시설을 마련', '쇼파 또는 등받이가 있는 의자, 탁자 등을 설치', '휴게시설 표지 부착' 등을 준수하라고 명시했다.
 

기계실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휴게실 ⓒ 충북인뉴스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정책으로 전락했다.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노동조합 윤기욱 지부장은 "우리 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서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더욱 열악하다"며 "제대로 된 휴게실은커녕 임금도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로계약서 외에 다른 업무까지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대 미화원 휴게실은 창고 겸용?
 

물이 새 바닥에 질척거리는 휴게실 내부 ⓒ 충북인뉴스


지역거점국립대학교인 충북대학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 밑에 마련된 휴게실. 문을 열자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물이 새는가 하면 공간도 협소해 사람 하나 눕기도 어려웠다.

이 건물을 담당하는 청소노동자 A씨는 "도저히 쉴 수가 없어 옆 건물 다른 휴게실을 빌려 쓰고 있다"며 "다른 휴게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공간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 충북인뉴스


A씨가 안내한 옆 건물 휴게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휴게실 대신 관리실이라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청소도구와 화장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창문은 없지만 에어컨과 난방시설은 갖춰졌다.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휴게실을 청소 도구 수납공간 등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창고와 함께 사용하고 있는 휴게실 ⓒ 충북인뉴스


청소노동자 B씨는 "이곳이 대학 내 가장 좋은 휴게실이다. 우리만 쓰는 공간은 아니고 이 건물에 입주한 상가 직원들도 이곳에 짐을 놓거나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며 "휴게실이 협소한 인근 미화원들도 같이 쉬고 밥을 해 먹는다"고 말했다.

계단 아래 휴게실, 설거지는 화장실에서
 

청주대학교 종합강의동 계단 아래에 있는 휴게실 ⓒ 충북인뉴스


청주대학교 종합강의동 2층 계단 아래에 마련된 청소노동자 휴게실. 반쯤은 화장지와 청소 도구가 보관됐고 나머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한다. 휴게실이 1층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창문도 반만 열린다. 반쯤 열린 창문 밖에는 흡연실이 있어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다행히 올해 4월 휴게실 내 에어컨이 설치되면서 작년 여름보단 올해 여름은 수월하게 보냈다.

이곳에서 잠시 짬을 내 휴식을 취하고 점심끼니를 해결한다는 청소노동자 C씨는 "밥을 하고 설거지 할 곳이 없어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며 "수도 시설 설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로 올해 4월 설치된 에어컨.  ⓒ 충북인뉴스


휴게실이 있는 건물이 청소구역으로 배정받은 사람은 형편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마땅히 쉴 곳이 없어 계단 밑이나 지하실에서 휴식을 취한다.

지난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소재 14개 대학과 3개 빌딩에서 일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휴게시설 실태 조사결과, 절반 이상이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건물 202곳 중 휴게실이 지하에 있는 곳이 58곳, 계단 밑에 있는 곳이 50곳이었다. 휴게실 69곳에는 에어컨이나 중앙냉방장치 없어 선풍기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환기가 잘되는 곳은 79곳뿐이었고, 목욕시설이 설치된 곳은 45곳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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