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전 의원 "미생물 사랑에 푹 빠졌다"

한국마이크로바오옴협회 대표 맡아... "땅도 먹을거리도 사람도 살리는 농법"

등록 2019.10.01 10:36수정 2019.10.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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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전 국회의원이 경남 사천에 있는 농장에서 발효사료를 돼지한테 주고 있다. ⓒ 윤성효

 
강기갑(66) 전 국회의원이 '미생물 사랑'에 푹 빠졌다. (사)한국마이크로바이옴협회 상임대표인 강 전 의원은 '유산균 마이크로 바이옴'으로 사람은 물론 가축의 질병도 다스리고, 순환 농법으로 땅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4~2012년(17‧18대, 당시 민주노동당) 동안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경남 사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과수원을 경작하고 돼지‧닭 등 가축도 기른다. 강 전 의원은 가축한테 발효사료를 먹였더니 분뇨에서 악취가 나지 않았고, 진딧물도 농약 대신 천적을 이용해 잡았다며 각종 친환경 농법의 사례를 자랑했다.

강 전 의원은 최근 정의당 국민먹거리안심특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지만 출마 질문엔 손을 내저었다. 지난 9월 21일 경남 사천에 있는 강기갑 전 의원의 농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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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전 의원, 발효사료 강조 경남 사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강기갑 전 국회의원이 농장에서 돼지 등 가축의 먹이로 사용하는 발효사료를 보여주고 있다. ⓒ 윤성효

 
- 매우 건강해 보인다.
"좀 건강하다. 국회의원 하다 10년 만에 돌아왔다. 2012년에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다. 당시 어떤 일로 쇼크를 받아 혼절해 서울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고혈당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다. 구역질과 경련이 났다. 당시 양평에 있는 어느 분이 전화를 해서 병원에서 나오라고 하더라. 그 분은 민중의술로 쑥향이 내 몸을 치유하도록 해줬다. 3개월 정도 뒤에 사천 집으로 왔다."

- 발효사료를 먹은 가축의 분뇨는 실제 악취가 나지 않는지.
"소를 한두 마리 키우다 보니 늘어났다. 소한테 '친환경 유용미생물 이엠(EM)발효액'을 사료에 섞어 먹였다. 그 뒤 소가 고깔처럼 똥을 누었고, 비가 오는 날이면 거기서 하얀 버섯 꽃이 생기더라. 똥인데 새콤한 냄새가 났다. 발효사료를 먹은 가축은 설사를 하지 않는다."
  
- '이엠생명과학'을 설명하자면.
"얼마 전 삼천포관광호텔에서 '이엠생명과학' 세미나가 열렸다. 그날 세미나 때 이엠생명과학연구원 서범구 원장이 왔는데 그 분과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에게 10년 된 매실 식초가 있었는데 서 원장이 냄새도 맛도 좋다고 했다. 이후 식초를 실험실로 가져가 분석했는데 '락토바실러스 4K종'에서 분류되는 새로운 종이 나왔다고 했다. 새로운 미생물이 나온 것이니 제품화해서 국내외 특허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K3'이다. K가 3개인데 이는 '강한 기갑 부대 같은 유산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가축은 얼마나 기르는지.
"소, 돼지, 닭, 칠면조, 오리, 염소, 거위 등 7종을 길러봤다. 가축한테 발효사료를 먹이니 잔병이 없다. 암소는 새끼도 잘 낳았다. 닭은 대개 1년 정도 지나면 도태되는데 우리 농장에는 4년 되었다. 염소도 130마리까지 키우다가 힘이 들어서 다 처분했다."

 - 사람이나 가축이나 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똥을 보면 병을 안다고 했다. 옛날에 어의가 임금님 똥을 보고 병을 알았다고 한다. 가축이 발효사료를 먹으면 뱃속에서 미생물로 다 분해를 해서 소화를 하게 된다. 인공사료를 먹이게 되면 다 소화를 못하고 변으로 영양분이 빠져 나간다. 영양분이 변으로 빠져 나오니까 냄새가 나는 것이다."

 - 발효사료를 쓰면 악취 민원도 해결할 수 있는지.
"땅을 살려야 하고 축산 농법을 바꾸어야 한다. 유전자조작(GMO) 사료를 가축에 주면 안 되고, 사료 안에 성장촉진제를 넣는 것도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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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전 국회의원이 경남 사천에 있는 농장에서 발효사료를 손에 떠서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 윤성효

 

 - 과수원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면 땅이 굳는다. 땅 속에 있는 미생물을 살려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퇴비를 많이 널어주어야 한다. 건강한 아이들이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는 과수원에 농약도 치지 않지만 풀을 베지도 않는다. 온갖 풀이 다 자라게 한다. 다양한 먹이사슬 구조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 농약을 안 치면 벌레도 많을 것 같은데.
"벌레가 많이 온다. 한 해는 진딧물이 많이 생겼다. 특히 고추 밭에 많이 진딧물이 생겨서 주변 사람들은 가만히 두면 한 개도 따먹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래도 농약을 안 쳤다. 진딧물을 손으로 잡아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에 보면 진딧물을 잡아먹는 천적이 있다. 바로 풍뎅이다. 풍뎅이 몇 마리를 가져다 놓고 사나흘 뒤에 갔더니 기적이 일어났다. 진딧물이 많으니까 풍뎅이가 와서 다 잡아 먹은 것이다. 천적의 먹이사슬 구조를 활용한 농법이었다."

 - 사람 몸 속의 미생물은 어떤지.
"세계적으로 미생물의 원리를 사람한테 적용하는 연구를 이미 하고 있다. 10년 전 지구마이크로바이옴프로젝트가 진해되어, 세계 160개 연구소에서 560여명의 학자들이 모여 논의와 연구를 시작했다. 학자들은 몸 속에 중요하면서 작은 미생물 세계가 있고, 대단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 때부터 미생물 연구를 하고 있다."

 - 미생물이 정치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국회 있을 때가 한나라당 때였다. '언론악법'이며 '4대강' 때문에 시끄러울 때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재벌에 특혜를 주는 쪽으로만 하니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공중부양도 하고 책상도 치며 난리를 쳤다.

그런데 요즘 미생물 공부를 하다 보니, 그 때 제가 소아적 생각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함께 가면서 좋은 방향으로 늘 노력해 가는 게 상생이다. 풀도 독초라고 해서 과수원에서 없애려고 약을 치게 되면 땅은 죽게 한다. 풀도 잡초로 보지 않는다. 민들레, 고들빼기 같은 풀은 캐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잡초도 다 자기 역할이 있다. 정치권도 보수만 있으면 안 되고 진보만 있어도 안 된다. 적당하게 있는 게 서로 견제가 되면서 좋다."
  
 - '잡초도 다 자기 역할이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흔한 게 귀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 쑥이 얼마나 많나. 그리고 쑥은 약초다. 생명체가 자라려면 공기(산소)와 햇빛, 물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귀중한 것인데 흔하니까 귀한 줄 모른다. 잡초는 약을 쳐서 없앨 게 아니라, 뜯어다가 담아서 효소를 만들고, 그것이 병든 사람과 인연이 되면 건강하게 될 수 있다."

 - 소비자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소비자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나서야 한다. 생산자만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소비자가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같이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미생물 농법을 하는 농민이 안전한 판로가 되어야 하고, 소비자들도 이런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앞으로 정치는 안하실 건지.
"졸업했다. 그래도 만약에 정치를 하게 되면, 마이크로바이옴 운동을 훨씬 많이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모르겠다. 저는 바이오와 제2의 결혼을 했다고나 할까. 요즘 우리는 물질이 풍요로워졌다고 하는데, 모두 사랑했으면 한다. 자기 가족에서부터 이웃 가족까지 넓게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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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전 국회의원이 경남 사천에 있는 농장에서 지게차로 물건을 옮기고 있다. ⓒ 윤성효

 
#강기갑 #발효사료 #이엠바이오 #미생물 #친환경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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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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