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변화 요구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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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조(dudwh7)등록 2019.09.27 15:53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정부 기관의 결정이 나왔다. 지난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암 추정 물질이 검출된 잔탁 등 라니티딘 성분의 의약품 269개 품목에 대해 잠정 판매 중지 처분을 내렸다. 식약처가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닌 성분 의약품을 전수 조사한 뒤 내린 결정이다. 의약품 7종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한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발암추정물질로, 장기복용 시 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라니티닌 성분 의약품을 단기 복용할 때는 인체에 큰 위해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 약을 복용한 환자를 포함한 잠재적 수요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기준 전국에 라니티닌 성분 의약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144만 3천여명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처방돼온 의약품인 만큼 대체 의약품이 투입될 때까지 혼동이 예상된다.
 
식약처의 라니티닌 성분 의약품 판매 중지 처분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라 제약사에게도 큰 타격을 줄 것이다. 국내에서 소화제 '잔탁' 제제의 시장 규모는 3000억원 정도라고 하니 제약 시장에 줄 혼란은 또 다른 문제다. 이렇게 파장이 큰 의약품이 어떻게 의약품심사·허가절차를 통과하고 시판이 됐는지, 사후 식약처의 의약품 안전 관리시스템은 믿을 수 있는지 우려스럽다.
 
이와 같은 식약처의 의약품 관리 체계에 관한 문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지난 5월,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서 만든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종양 유발 위험성으로 허가를 취소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고, 여전히 소송 중에 있다. 당시에도 식약처는 의약품 검증 시스템 문제를 지적받았고, 식약처장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다. 이번 라니티닌 논란에도 식약처는 같은 대응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있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식약처가 상황에 대응하는 태도와 방식도 문제다.
 
그런데 식약처가 과연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일이 최근 발생했다. 식약처의 의약품 심사·허가 전문성 강화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강윤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심사관에게 '정직 3개월'을 내린 것이다. 국민의 건강·안전을 책임진 식약처 내부의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용기 내어 세상에 알린 내부고발자의 입을 막겠다는 처사로 여겨진다.
 
강 심사관은 지난 7월 18일부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식약처에서 근무한 2년 2개월 동안 식약처의 문제점을 인식했다고 한다.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환자에 미치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전문가가 더 필요하고, 심사·허가 시스템의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의사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기존 관성에 집착하는 식약처 내부의 관료주의적 성향도 비판했다.
 
강 심사관은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하는 계약직 노동자다.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가 식약처의 변화를 기대하며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를 사유로 지난 16일 식약처는 강 심사관이 불참한 채 징계위를 열어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 징계위는 참석자도 알 수 없고, 회의록도 공개가 되지 않아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강 심사관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다. 그의 말대로 식약처를 떠나면 병원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고 남겨진 식약처의 안전성 부실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수 있는가. 1인 시위한 노동자 한 명을 징계하고 끝내기에는 식약처의 책임과 역할이 너무 크다.
 
식약처는 정부 기관이다. 정부 기관은 지향하는 가치가 공익적일 뿐만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도 모범적이길 요구받는다. 식약처가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태도와 내부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밝혀진 문제 자체와 함께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된다. 가습기 살균제, 인보사 사태에 이어 라니티닌까지 문제가 된 판국에 식약처는 '안전한 식품·의약품', '건강한 국민'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기로에 섰다. 식약처는 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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