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학생 시위 이끈 17살 소녀 "대한민국은 0점"

[인터뷰] 청소년기후행동 김유진 학생 "환경문제 실제 당사자는 우리"

등록 2019.09.28 11:09수정 2019.09.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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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김유진 학생이 “정부가 기후 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문제 파악, 의지와 적극성, 신뢰성과 구체성' 총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며 "평가 결과, 정부의 점수는 빵점이었다”고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동물학자가 꿈인 한 소녀가 있다. 그가 꿈꾼 미래의 모습은 툰드라와 원시림을 배경으로 관련 연구들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내 꿈이 사라질 위기"라고 외친다. 기후 변화 탓에 그의 꿈을 펼칠 무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소속의 김유진 학생(17)이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다. 김유진 학생은 27일 5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기후 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의 기획자다. 

결석 시위는 지난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1인 시위를 계기로 시작됐다.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환경보호 1인 시위를 했다. 이날 학교 대신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 모여 해당 시위를 진행한 청소년들도 "미래를 위해 살기 위해 나왔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우리 청소년들이 직면한 미래"라고 호소했다.

김유진 학생은 20일 미국에서 열린 결석시위에도 참석했다. 당시 시위대의 가장 앞 줄에 선 그는 '청소년기후소송단'이라고 적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기후 위기 행동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다음날인 21일에도 그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청년기후 행동회의에 참석했다.

27일 오전, 결석 시위 현장에서 김유진 학생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소년들 한데 묶은 건 '절박함'
 

500여 명의 '결석' 시위를 이끈 17살 소녀... "우리들은 절박하다"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정부를 향해 위기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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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청와대로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 27일인 오늘 약 500명의 학생들이 결석까지 하면서 시위에 참여했다. 상당히 많은 인원인데.
"사실 '규모가 커졌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은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실지는 전혀 몰랐다. 정말 감동받았다. 많은 힘도 받았다. 지금 정치권에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기후 대응은 전혀 중요한 의제가 아니다. 이런 나라에서 기후 대응을 외치는 청소년으로서 많이 힘들고 두려울 때도 많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우리의 뜻에 공감해주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힘써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힘을 받았다.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

- 이번 집회는 어떻게 추진됐나.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3월 15일, 5월 24일에 대규모 결석 시위를 기획했다. 그리고 오늘 집회를 진행한 이유는 오늘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및 유엔 기후 주간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그 주간을 끝맺는 동시에 한국 정부도 그렇고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저희 청소년들이 지켜보고 있으며, 우리의 절박함에 당신들이 응답할 때까지 우리는 계속 행동할 것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결석 시위를 기획하게 됐다.


오늘 결석 시위에 청소년들을 오게 만든 것은 '절박함'이다. 정책 결정권자들에 의해 우리의 남은 인생이 좌우되는 거다. 청소년들은 정치적 참여권이 없어 민주주의 사회에 어떤 힘을 낼 수가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는 너무 답답하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들은 20~30년 후면 이 자리에 안 계실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우리가 결석까지 하면서 거리로 나오게 된 것이다."

- 지난 20일 뉴욕에서 열린 결석시위에도 참석했다. 한국의 결석시위와 뉴욕의 시위를 비교한다면.
"일단은 크기와 규모가 작다. (웃음) 당시 뉴욕 결석시위는 주최 측 추산 32만 5천 여 명이 왔다. 한 자리에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던 기후 시위로 기록돼 있다.

시위 내용 차이도 있다. 미국 시위에서는 원주민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입는 피해가 많이 부각됐다. 사실 기후 위기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 분들은 원주민 분들이다. 하지만 정작 환경 담론에서는 이들이 거의 언급되질 않는다. 미국 시위 때는 이분들의 피해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구체적인 기후 행동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들이 나왔다. 이 점이 한국과는 다른 부분이다."

- 그렇다면 한국의 결석 시위에서 강조되는 내용은 무엇인가?
"저희는 이런 기후 위기 국가에서 기후 대응을 외치는 청소년들의 절박함, 두려움을 충분히 드러내려고 했다. 이번 시위 기획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색다르게 풀어갈지'에 대한 것이었다. 기후변화를 모두가 가깝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가고자 했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청년 기후행동회의에 참석했다. 각국의 청년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해 나온 공통된 의제가 있다면?
"저희와 같은 활동가를 비롯해 교육자, 창업자, 캠페인 활동가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오셨다. 모두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신 거다. 이때 공통된 의제는 '우리가 빨리 기후 대응을 해서 살 만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였다. (기후 대응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모두가 공감했던 부분이다."
  
"역사상 처음 열린 '유엔 청년 기후행동회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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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정부를 향해 위기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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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정부를 향해 위기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회의를 다녀온 후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처음에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고 갔다. 유엔에서 '기후 변화'를 주제로 각국의 청년들을 한 자리에 모은 일이 역사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로 퍼진 결석시위와 같이, 기후 문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시위가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에서 온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이들이 각자 자리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듣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가보니 일회성 이벤트 같은 느낌이 강했다. 실망을 많이 했다. 그 자리에 청년들이 주로 이야기 하기보다는 (회의 프로그램에) 이런 저런 워크숍이 있다거나 다양한 연사분들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굳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 회의 의제 중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런 부분은 실망스러웠지만 동시에 유엔이라는 기관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이만큼 의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굉장히 의미가 큰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이 더 많아지면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더 반영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 유엔은 왜 지금 청소년,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귀울이려 하는 걸까.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퍼진 결석 시위가 큰 요인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전세계 결석 시위는 단지 인원만 큰 게 아니다. 청소년들의 남은 미래가 걸린 문제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그 누구보다도 절박함을 느끼고 있는 거다. 

저는 앞으로도 청년,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될 때까지, 누군가가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희를 '미래세대'라고 칭하는데, 물론 그 말도 맞지만 동시에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위해 계속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저희가 (환경문제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 앞으로 청소년기후행동의 향후 목표는 어떻게 되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지금 지어지고 있는 신규 석탄 발전소의 백지화. 두 번째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 세 번째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추진이다.

그리고 이 모든 근간에 '정의로운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 배제돼 있는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들과 함께 가는 전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해결 될 때, 우리들의 미래가 위협받지 않을 때까지 계속 활동하는 게 목표다. 그때까지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 오늘 모인 청소년들을 대표해 정부에게 직접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 청소년들은 10년 후 미래를 그릴 수 없다. 지금 나온 기후 관련 정책을 보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지금 절박하다. 정부와 정책 결정권자들은 우리의 절실함을 깨달아주시고 당장 행동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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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정부를 향해 위기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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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정부를 향해 위기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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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청와대로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환경 #청소년기후행동 #기후위기 #시위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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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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