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황금빛 다랑이논에 고인 경주의 가을

비지리 학동마을 ok그린청소년수련원에 가다

등록 2019.10.08 09:07수정 2019.10.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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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그기 있었다. ⓒ 김숙귀

 
가을날, 경주 내남면 학동마을의 다랭이논을 찍은 사진 한 장이 나를 경주로 이끌었다. 요즘 오며 가며 눈에 띄는 논들도 벌써 누렇게 물들어 있다. 태풍이 지나간 주말, 그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경주 OK그린청소년수련원을 찾아갔다. 
 

자연이 그려놓은 신비한 광경에 그저 감탄이 터져나올 뿐이다. ⓒ 김숙귀

  수련원은 해발 620미터에 위치한 45만여 평의 국내최대 자연학습장으로 화랑들이 심신을 단련하고 김유신이 삼국통일의 꿈을 키우던 단석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신라 천년의 기상을 상징하는 화랑들의 심신수련장소였다고 해서 화랑의 언덕이라고 불린다. 

화랑의 언덕에는 한때 풍성한 놀거리와 볼거리, 아름다운 자연 경관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오토캠핑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대신 수련원에 갖춰진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는 호수 수의지가 있어 자연을 오롯이 느끼며 산책하기에 좋고 곳곳에 위치한 목장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건천 IC에서 내려 청도 쪽으로 가다가 산내면 사거리를 지나니 수련원이 가까이 있음을 알리는 대형 입간판이 보였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천천히 달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를 지나 언덕을 오르니 광활한 초지가 나타났다. 
 

모 TV 방송프로그램의 배경이 된 뒤부터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명상바위 근처에서 다랭이논을 내려다 보았다. ⓒ 김숙귀

 
여유롭고 넉넉해진 마음으로 거니는데 멋지게 자란 소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언덕끝으로 다가가 추락의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이 서있는 명상바위 곁에 섰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내 입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가을걷이를 앞둔  황금빛 다랑이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자연이 그려놓은 한폭의 풍경화가 아닌가. 나는 오래 서 있었다. 산과 다랑이논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마을은 고즈넉하고 안온해 보인다. 
 

준비해간 망원렌즈로 좀 당겨 찍어보았다. 간혹 태풍의 비바람에 쓸린 듯한 흔적이 보이긴 했으나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며 내면을 살찌워 황금빛 물결을 이룬 모습이 대견하고 소중하다. ⓒ 김숙귀

  

평지가 부족한 산자락에서 좁고 길게 형성된 계단식논을 다랑논, 또는 다랑이논이라고 한다. 가까이 당겨서 내려다 보니 농부들의 땀과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 김숙귀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한가운데 절묘하게 자리하고 있었으며 다랑이논이 다시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 가을에도 마치 황금조각보를 펼쳐놓은 듯 아름답지만 봄에 모내기를 하기 전 물만 채워놓은 다랑이논에 아침 해가 비칠 때는 조각조각 난 물에 햇살이 비치며 반짝이는 모습도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산맥을 넘어온 바람도 잠시 머무는 곳', '낮에는 햇살이 눈부시고 저녁에는 노을이 아름다우며 밤에는 무수한 별이 쏟아지는 곳,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
  
예전에 오토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은 이렇게들 말했다고 한다. 화랑의 언덕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넓은 초지와 멋진 소나무, 자연이 그려놓은 아름다운 풍경화 한 점, 그리고 가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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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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