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국이다"라는 구호가 불편한 이유

[조국 사태, 난 이렇게 본다] '윤석열 검찰'을 향해 폭발하는 분노, 좀 더 나은 논의를 위한 제언

등록 2019.10.02 13:50수정 2019.10.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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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조국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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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였다. 참가자 숫자에 논란도 있었으나, 확실한 것은 '검찰개혁'이 현재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으며, 많은 이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침묵을 깨고 조국 장관에 대해 언급 했다.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만이 검찰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진 교수는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개혁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이 최적격자임은 틀림없다"고 거듭 말했다. 논쟁적인 주제지만 진 교수의 말은 내가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구호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를 상기시킨다. 물론 이와 달리 검찰개혁을 위해 조국 법무부장관을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존재한다.

이번 정국에서 '검찰 개혁'의 중요성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그렇다 보니 개혁의 방식이나 방향, 혹은 이를 지지하는 태도에 대해 좀 더 성찰하게 된다. 

낯뜨거운 '윤석열 찌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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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끝내 성공하지 못했던 시스템 개혁이 지금이 아니라면 성공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매우 공감한다. 또 이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 역시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검찰과 언론이 이번 정국에 임하는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가짜뉴스 혹은 본질과 무관한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과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는 검찰, 모두 조 장관을 비판하는 것과 별개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SNS에는 다양한 논의가 얽히다 보니, 눈을 찌푸리게 만드는 말들도 언뜻 보인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윤석열 총장을 향한 비토의 목소리가 크게 표출되고 있는데, 그중에는 가짜뉴스 혹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보이는 것들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윤석열 총장의 술버릇을 근거로 '양말검사'라고 칭하는 기사가 진보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을 들 수 있다.

기사의 내용은 2013년 10월 21일 방영된 TV조선 '저격수다'에서 한 패널이 윤 검사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기업인에게 룸살롱에서 모욕적인 방식으로 술을 강권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해당 방송 영상은 찾을 수 없으며, 다음 날 '뉴스파인더'라는 인터넷 매체에서 보도한 기사가 유일하게 남아 있다. 


이 기사가 6년이 지난 지금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와 각종 SNS로 퍼지면서 윤석열 총장이 얼마나 악랄한지에 대한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 당시 방송에서는 '녹취록'도 있다고 말했던 모양인데, 해당 방송 영상이나 관련한 후속 보도도 찾을 수 없으니 이 부분에 대한 사실 여부는 알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믿을 만한 보도로 포장되어 퍼지고 있는 모습은 분명 문제다. 

이외에도 윤석열 총장에 대한 각종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자신들을 진보라고 칭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대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에는 비판적이면서, 출처가 불명확한 소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물론 이런 개별적인 사안들이 일반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공론장에서 동료 시민들에게 설득을 해야 할 문제에 대해 근거 없는 찌라시나 가짜뉴스를 퍼트려 여론을 조성하는 행위는 분명 문제다. 가짜뉴스는 어느 편에서 만들건 민주주의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 우린 얼마든지 개혁의 정당성을 '사실'에 기반해서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개인 조국이 아니라 장관 조국이 만들어 가야 할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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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김남준 위원장 및 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장관에 대한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이들이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건강상태가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 조 장관이 지난달 23일 자택 압수수색 때 현장에 있던 수사팀장에게 전화로 "아내가 몸 상태가 안 좋으니 배려해달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인륜의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검찰 수사에 분노하며 서초동에 모이게 된 여러 가지 이유 중에는 장관조차 저렇게 먼지 털 듯 털어대는데 일반 시민이 수사받을 때 저걸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공포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장관이 수사팀장에게 배려를 부탁한 것을 비판하는 이유는 수사 받고 있는 가족의 건강을 전화로 걱정해주는 것 자체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조 장관이 후보자일 때부터 제기되어온 문제 아닌가. 특권과 특혜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 조 장관이 앞으로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다. 

당연히 법무부 장관도 자기 가족을 지킬 권리야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급자로서의 위력이 행사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장관 자리에서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위력이 개입되지 않을 가능성이란 매우 희박하다는 데에 있다. 이 문제는 후보자 시절 직면했던 특권과 특혜에 대한 문제제기와 맞닿아 있다.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광장으로 나선 사람들이 이 부분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와 당신은 조국이 아니며 그 누구도 조국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그 누구의 이름도 아닌 우리 자신이 되어 개혁을 외칠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조 장관이 감당해야 할 다양한 차원의 비판을 뭉개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을 임명한 것에는, 검찰과 우리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온 힘을 바치라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상관의 위력 행사로 읽힐 가능성이 있는 행동을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진정성으로 포장하는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나는 검찰개혁이 문재인 정부의 사명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조국을 수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데에는 반대한다.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구호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유다. 

그래서 더더욱 이견을 가진 동료 시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검찰개혁의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조국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국 장관 임명으로 우리 사회는 계급과 세대 격차의 문제라는 또 다른 과제에 직면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광장에서 배제하는 일은 당장에 쉽고 빠른 일일지도 모르지만, 원래 개혁이란 어렵고 느린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그만큼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혁이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개인으로서의 조국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장관 조국이 만들어 갈 시스템에 집중했으면 한다.
##조국 ##윤석열_총장 ##검찰개혁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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