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사라진 종가는 돈과 권력으로도 못 삽니다"

이배용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 관리단 이사장 “종가를 세계유산으로”

등록 2019.09.30 16:45수정 2019.09.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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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의 품격이 묻어나는 마루와 정원.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가 된 나주 남파고택이다. ⓒ 이돈삼

 
"세월이 지나면서 관리가 안 돼 사라지고 없어지면 돈으로도, 권력으로도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이 전통의 문화유산입니다. 전통에 미래가 있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종가마다 이어져 온 나눔과 섬김의 정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고 유익하게 버무려서 들려줘야 합니다."

이배용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의 말이다. 이 이사장은 "역사가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지킴의 정신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종가문화를 인류 보편적 가치로 살려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종가문화를 생각하면 제례의식을 통한 품격과 공동체 의식, 정신문화의 기둥인 효 사상과 높은 도덕심, 역지사지의 상부상조, 가진 자의 절제를 통한 나눔과 배려(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떠오른다"면서 "종가문화의 독자성과 특별성을 우리 국민 모두가 지키고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그는 종가문화의 관광자원화를 제안했다.
 

종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이배용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지난 9월 23일 장성 필암서원에서 열린 전남종가 심포지엄에서다. ⓒ 이돈삼

 
"내 집안이 아니더라도 다가가고, 찾아가고 싶은 보편적 가치가 종가문화에는 있습니다. 한옥과 한식·한복 같은 한국적인 의식주 생활문화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지만, 종가문화는 결코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 속에서 피어났던 삶의 철학과 전통문화 계승자로서의 남다른 사명감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이 이사장은 그 첫걸음을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토대로 잠정목록에 등재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입증하기 위한 진정성, 완전성, 보호·관리계획 등을 하나씩 충족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쉽지만은 않습니다. 단일 구역이 아닌,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것도 어려운 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찰과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종가가 보존해 온 콘텐츠를 활용하고, 우리가 힘을 모아가면 될 수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시작이 반'이라며 밝게 웃었다. 지난 9월 23일 전라남도종가회 주관으로 장성 필암서원에서 열린 '600년의 문명, 전남종가 활성화'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다.
 

지난 9월 23일 장성 필암서원에서 열린 전남종가 심포지엄 모습. 박경중 전남종가회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돈삼

 
전라남도에 뿌리를 두고 대를 이어온 종가(宗家)는 70여 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대 이상 대물림해 온 종가가 절반을 웃돈다. 나라에 큰 공을 세우거나 학문과 덕이 높아 종가가 된 불천위(不遷位)도 9곳이다. 가장 오래된 종가는 신안의 한양 조씨 봉사공파로 28대째 내려오고 있다.

종가의 종택(宗宅)도 200년 넘은 데가 11군데, 100년 넘은 곳이 7군데다. 가장 오래된 집은 1583년 지어진 장흥 위씨 판서공파 종택이다.
 

초가와 어우러진 남파고택 풍경. 남파고택은 나주에 뿌리를 두고 대를 이어온, 남도를 대표하는 종가 가운데 한 곳이다. ⓒ 이돈삼

#종가 #이배용 #세계문화유산 #전남종가회 #필암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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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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