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동양대 표창장' 둘러싼 커넥션, 그리고 검찰의 목적

[하성태의 사이드뷰] MBC < PD수첩 > '조국 장관과 표창장'편

19.10.02 16:11최종업데이트19.10.02 16:12
원고료로 응원

1일 오후 방송된 MBC < PD수첩 > '조국 장관과 표창장' 한 장면 ⓒ MBC

 
"그래서 왜 이제야 나왔을까, 그리고 지상파가 이런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룬 게 왜 'PD수첩'밖에 없는가."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이 MBC 김재영 PD에게 물었다. 그야말로 본질적인 질문이었다. 김 PD는 1일 방송돼 2일까지 포털 실검 순위를 장악한 < PD수첩 > '검찰과 표창장'편의 연출자였다. 김 PD는 이렇게 답했다.

"사실 어제 아이템 같은 경우도 제가 단정을 짓고 들어간 게 아니었거든요. '표창장? 이게 뭐지?' 하면서 들어갔는데, 분명히 '뉴스공장'을 비롯해서 몇 몇 언론에서는 최성해 총장의 증언에 대해서 의문점을 표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걸 기성언론에서는 다루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들어가 봤는데, 의외로 최(성해) 총장님의 발언 중 상당 부분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는 걸 확인을 하고 이걸 좀 넓혀보자 해서 표창장 문제만 깊이 들어간 거죠."

동양대 표창장 건은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을 현재까지 기소한 유일한 사건이기도 하다. < PD수첩 > '조국 장관과 표창장'편은 그런 문제들에 천착하고 있었다. 검찰기소의 유일한 증거는 동양대 최성해 총장인가? 그렇다면 동양대 최성해 총장의 증언은 신빙성이 있는가? 결론적으로 검찰의 기소와 공소장 변경은 과연 합당한가?

< PD수첩 >이 그러한 질문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새삼 놀랍고 유의미한 정황과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최 총장과는 다른, 표창장 위조를 둘러싼 동양대 관계자들의 반대 증언은 물론이요, 최 총장과 한국당의 커넥션을 암시하는 듯한 증언과 정황도 다수였다. 특히 표창장 논란을 두고 그간의 '합리적 의심'을 확인케 하는 증언은 익명을 요구한 현직 기자 입에서 나왔다.

"검찰이 특정 기자들한테 '우리가 11시쯤 법원에 (공소장을) 보낼 거다. 하지만 발표는 12시 이후에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아침자로 준비해라.' 이렇게 팁을 줬어요. 검찰과 보수당과 언론의 3자 커넥션이 작동한 그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청문회날 오후) 8시부터 12시 사이에."
 

1일 오후 방송된 MBC < PD수첩 > '조국 장관과 표창장' 한 장면 ⓒ MBC

 
그렇다면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교육자적 양심"을 따랐다며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 거짓말도 못한다"던 최 총장의 발언은 사실일까. 최 총장은 MBC 김재영 PD와의 통화에서도 "나 모르게 만드는 거 같으면 위조"라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 PD수첩 >이 만난 제보자들의 말은 달랐다.

동양대 전현직 관계자나 표창장을 직접 받은 이들의 말과 증거로 최 총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자면, 최 총장의 주장은 거짓말에 가까웠다. 이들은 "언론이 줄기차게 한쪽 얘기만, 최성해 총장님이 하신 말씀만 사실인 것처럼 보도를 한다"고 반박했고, "총장님이 상장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신 것 같다"고도 했다.

종합하자면, 상장의 일련번호도, 직인도, 양식도 다 달랐다. 직접 상장을 발급한 전 동양대 조교도 "(상장의 일련번호를) 임의로 자기가 정했다"고도 했고, "관리 대장도 없었고 엑셀 파일로만 기록했다"고도 했다. "사무실에서 표창장을 임의로 가져가는 건 말도 안 된다"고도 했다. 심지어 대학본부회의에서도 최 총장과는 다른 결론을 냈다. 지난달 9일 동양대 진상조사단이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아무것도 내놓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동양대 현직 교수를 비롯해 조 장관 딸이 실제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한 정황에 대한 증언도 여럿이었다. 최 총장은 조 장관 딸의 봉사활동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조 장관 딸은 실제로 동양대를 방문했고, 또 당시 최 총장과 조 장관 딸, 정경심 교수가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그리고, 최근 tbs가 먼저 공개했던 최 총장 측근의 녹취록은 이러한 최 총장의 거짓말들의 배경을 의심케 하는 결정적 단서이기도 했다.

"조국(장관) 편 잘못 들어갔다가는 자한당이 정권 잡으면 학교 문 닫아야 돼. 그렇잖아요, 자한당이 (학교를) 놔두겠어요? 27일 바로 서울 올라가서 000(전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하고 000(전 교육감)하고 전부 다 서울 오라고 해서 (최 총장이) 서울에서 만났어요."

3자 커넥션, 부당한 기소
 

1일 오후 방송된 MBC < PD수첩 > '조국 장관과 표창장' 한 장면 ⓒ MBC

 
< PD수첩 > 제작진과 만난 최 총장 측근은 녹취록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동양대 전직 관계자는 전체 녹취록에 등장하는 자유한국당 현직 정치인으로 최교일 의원을 지목했다. 최 총장은 최 의원을 "한 번 만났다"고 했지만, 같은 종친회 소속인 두 사람은 공식 석상에서만 여러 번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의 수상한 관계는 지난달 16일 안동·대구 MBC가 <동양대 건물 공유재산 편입에 '최교일 입김' 의혹>란 단독보도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 PD수첩 > 제작진과 만난 최 의원은 "대답할 가치가 없다"라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이 같은 커넥션이 왜 중요할까. 그 단서가 바로 앞서 소개한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수상한 정황에 담겨 있다.

인사청문회 당일 오후 4시 이후,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한국당 의원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조 장관의 사퇴를 집요하게 종용했다. 오후 10시가 넘어서자, 그 종용은 한층 더 거세졌고, 내용 또한 가족을 들먹이는 등 비상식적이기 일쑤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당시 검찰이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공소 시효에 맞춰 기소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그에 앞서 조 장관을 사퇴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장면이었다. 앞서 현직 기자가 "검찰과 보수당과 언론의 3자 커넥션"이라 꼬집은 바로 그 대목에 '동양대 표창장'이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의 기소 자체는 합당했을까.

"그 기소 자체가 굉장히 부실한 수사다. 원본도 찾지 않고 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고 그냥 무턱대고 청문회 당일 기소를 한 것 자체만 봐도 이게 특수부의 수사가 굉장히 의도를 가지고 한 수사다. 누가 정부 정권을 잡더라도 검찰권이 이렇게 남용이 되어서는 정치와 청와대를 능가하게 돼 버려서." (현직 검사)

"설령 그것(사문서 위조)이 공소시효(가) 완성돼서 처벌을 못한다 할지라도 위조사문서 행사죄, 그리고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면 그걸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그 당시에 무리하게 기소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그렇게까지 전격적으로 (정 교수를) 기소한 것은 청문회에 개입을 해서 대통령에게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하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사실상 정치에 개입한 것이고 대통령 임명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거죠." (서기호 변호사)


검찰에 대한 비판
 

1일 오후 방송된 MBC < PD수첩 > '조국 장관과 표창장' 한 장면 ⓒ MBC


단 한 달 동안 무려 7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먼지 털이 수사란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 PD수첩 >은 이날 공을 들여 사문서 위조와 관련된 검찰의 공소 내용을 반박했다. 몇몇 언론이 검찰 관계자의 입을 빌려 "영화 <기생충> 같았다"고 한 바로 그 공소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표창장 위조와 관련된 직인, 은박 등 모든 정황은 정 교수 개인이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서 보완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공소장 변경 대상 자체가 안 돼요. 왜냐하면 판사들이 얘기하기를 이게 (범행) 일시, 장소와 위조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 기소 자체가 취소되어야 되거나 무죄를 받아야 되는 공소제기입니다."

이 현직 검사는 물론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도 같은 취지로 검찰을 비판했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한 검사의 공문서 위조 사건에 대한 고발인 조사 출석 당시 이렇게 말했다. 조국 장관 사건의 검찰 수사에 대한 가장 명확한 정리였다.

"검찰의 생리는 총장님이 결단하시고 이 수사의 주체가 되셨기 때문에 사냥과 같은 수사가 시작되는 거거든요. 지금 우리 검찰에서 전 병력을 투입해서 열심히 수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반면 임 부장검사가 검찰이 아닌 경찰에 고발한 현직 검사의 공문서 위조 사건에 대해 검찰은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이에 대해 임 부장검사는 "(조국 장관) 특정인에 대해서 이렇게 수사하는데 저는 같은 고발인으로서 그 사건(동양대 표창장)의 고발인들이 참 부럽거든요"라고 비꼬기도 했다.
 

1일 오후 방송된 MBC < PD수첩 > '조국 장관과 표창장' 한 장면 ⓒ MBC


이날 < PD수첩 >은 '동양대 표창장' 관련 검찰 기소와 관련해 (김재영 PD의 표현에 따르면), 그간의 의혹 제기에 대해 "약간의 조미료를, MSG를" 치면서 "심층적으로 들어간" 방송이라 할 만했다. 무엇보다 해당 의혹들에 대해 지상파 방송이 간결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을 만했다.

그리하여 < PD수첩 >이 던진 실질적인 질문은 이랬다. 방송 PD들이 만드는 < PD수첩 >과 달리, 왜 많은 언론들이, 기자들은 똑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검찰의 기소는 불합당하지 않은가. 그러한 불합리한 기소를 불러온 것은 누구들이고 또 왜인가.

아마도 이날 '조국 장관과 표창장' 의혹을 시청한 시청자들이라면 그러한 물음에 답을 내릴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날 5.6%(닐슨코리아 기준)란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한 '장관과 표창장' 편을, MBC는 2일 오후 5시 25분에 재편성했다.
 

1일 오후 방송된 MBC < PD수첩 > '조국 장관과 표창장' 한 장면 ⓒ MBC

조국 PD수첩 동양대
댓글9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