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해마다 한 번꼴로 일어난 방사선 피폭 사고

원안위와 안전기술원이 집계한 방사선 사고 살펴보니

등록 2019.10.04 11:51수정 2019.10.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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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펴낸 <방사선 사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부터 사람이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2014년 6월] 감마선 조사기 가이드 튜브 변형으로 방사성 물질(선원) 회수가 되지 않자 방사성 물질(선원)이 위치한 지점을 손으로 직접 잡아 변형된 튜브 복귀를 시도하다가 방사능 피폭(약 20초 접촉). 홍반과 수포 등의 증상이 나타남.

[2015년 12월] 감마선 조사기 내부로 밀봉된 방사성 물질(선원)이 정상 회수되지 않고 가이드 튜브 끝단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필름 회수 설치 작업 등을 반복적으로 실시하여 방사 피폭. 홍반과 수포, 일시적 궤양이 나타남.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접수된 방사선 피폭 사고 사례이다. 지난 8월 서울 반도체에서 발생한 피폭 사고로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관리 구조에 한계점이 드러난 가운데, 이런 안전사고가 지난 38년간 해마다 한 번꼴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건은 모두 6건으로 이 중 5건이 비파괴 검사 중 일어났고 1건은 의료 사고다. 비파괴 검사는 제품을 파괴하지 않고 외부에서 방사선 등을 통해 결함 유무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피폭 피해자는 홍반과 수포 등의 증상을 보였다. 원안위 조사 결과 최근 5년간 방사선에 노출된 피폭자 6명 가운데 4명이 서울 반도체에서 발생한 피폭 피해자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관련 기사 : "피폭 후 손가락 붓고 변색... 사고 원인 재조사해야")

사람이 피폭되는 사고가 집계된 것은 1981년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파악한 최근 5년간(2014~2018) 발생한 피폭사고. ⓒ 원자력안전위원회

 
손이 변색되고 껍질이 벗겨지는 증상은 전신유효선량이 100mSv(밀리시버트)이상일 때 일어났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연간 1인당 방사선 피폭량 한도를 1mSv로 정했으며,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사선 노출 위험이 큰 원자력발전소 종사자의 연간 허용치는 50mSv이다. 앞서 언급한 2014년 피폭 사고 피해자의 전신유효선량은 117.1mSv이고 2015년 피폭 사고 피해자의 전신유효선량은 442.3mSv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피폭 연구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00mSv 이상 과피폭되면 수포와 홍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라며 "방사능 피폭은 치료 약이 없고 경과를 지켜보는 게 전부이므로 피폭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안전기술원)이 우리나라 역대 피폭 사건을 조사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안전기술원이 지난 2014년 펴낸 책 <방사선 사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방사선 사고의 시작은 1970년대로 2010년까지 총 65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70~80년대 통계에는 모든 사고가 포함되지 못했다. 또한, 사람이 피폭되는 사고가 집계된 것은 1981년부터다. 1981~201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피폭되는 사고는 모두 30건으로 산업체 근로자 29명, 병원 근로자 1명이 피폭됐다. <방사선 사고>에 기록된 사례를 살펴보면, 1989년 4월 발생한 과피폭 손가락 절단 사고는 배관 용접 부위 비파괴 검사 도중 발생했다.

이 사고는 방사선 조사기 무선 조종기의 와이어가 끊어져 방사성 물질(선원)이 조사기의 컨테이너로 돌아가지 않고 앞쪽 가이드 튜브에 남아 있었는데, 작업자가 이를 알지 못하고 손으로 가이드 튜브를 잡으면서 '과피폭'됐다. 당시 작업자는 개인법정선량계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1년간 사고사실을 신고나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사고로 피폭 피해자는 손가락 2마디를 절단했으며, 후에 피폭선량을 평가해본 결과 전신에 540mSv가 피폭됐다. 500mSv 이상이면 백혈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작업자들의 안전 보장하기 위해선 노동 여건부터 바뀌어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1970년대부터 집계한 방사선 사고. 70~80년대에 발생한 모든 사고가 통계에 포함되지 못했으며, 1981년부터 사람이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관리 구조에 허점이 있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03년 1월, 마산(창원)의 D중공업 현장에서 방사선 작업종사자(당시 25세)가 S자형관 용접부를 방사선 투과검사(Ir-192) 하던 중 조사기 내부로 회수되지 않은 방사성 물질(선원)을 오른손으로 직접 잡고 작업하다가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는 사고 후 8일째에 오른손 검지와 엄지 등에 피부 표면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열이 나며 통증을 동반한 홍반이 발생했다. 서울 반도체의 용역업체 직원이 피폭 사고를 겪은 뒤 경험한 증상과 비슷하다.

조사 결과 이 작업자는 전신에 20mSv 정도가 피폭됐으며, 사고 후 한 달이 지나면서 차츰 회복기로 들어섰다. 하지만 개인 선량계 미착용, 방사선 측정기 및 경보기 미사용, 방사선 작업에 대한 관리 감독의 부재, 2인 1조의 작업 준수 미준수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 본부장은 "안전 규정이 있으나 실제로 현장에서 이런 것들이 적용되지 않고 안전 교육도 제대로 안 해 사고가 발생한다"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비정규직만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는 '위험의 외주화'가 사라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피폭 사고 피해자가 비정규직에 몰려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피폭 사고를 겪은 대부분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은 1년 허용 피폭 한도(50mSv)가 있어 이 기준을 넘으면 교체해야 하지만 비정규직은 (연간 피폭 한도를 넘게 되면) 용역업체를 바꾸면 된다"라며 "안전 교육과 규정 준수도 용역업체에 있어 본청은 사고 책임에서 벗어난다. 피폭 가능성이 큰 작업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노동 여건부터 바뀌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안전기술원도 반복되는 사고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안전기술원은 <방사선 사고> 갈무리에 하인리히의 법칙을 예로 들어 이를 지적했다.

"사고에는 하인리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1:29:300의 법이라고도 하는데, 1929년 미국 보험사에서 일을 하던 하인리히는 5000건에 이르는 산업재해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대형사고 1건이 발행하기 전에 비슷한 경상사고 29건이 있었고,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크고 작은 사소한 징후가 300건이나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아무리 사소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반복이 된다면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지므로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큰 사고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큰 사고는 분명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방사선 사고 발생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는 자세와 안전 문화의 정립도 필요하다."
#피폭 #방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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