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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영화계 물갈이됐잖나, 또 그 시기가 온 것 같다"

[독립영화정책 이대로 괜찮나] 김화범 인디스토리 이사

19.10.28 08:11최종업데이트19.10.2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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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질적으로 개봉한 한국영화는 194편, 이중 독립예술영화는 114편이었습니다(2018년 영진위 통계 기준). 1년 극장 관객 수 2억 명을 돌파했음에도 한국 독립영화를 찾는 관객은 언제부턴가 100만 명 언저리입니다. 잘 만든 독립영화라도 1만 관객 모으기도 어렵다는 호소가 나옵니다. 대기업 투자배급사 중심 산업시스템에서 한국 독립예술영화 정책이 소외돼 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몇 차례에 걸쳐 국내 독립영화 각계의 목소리를 싣고 함께 실질적 대안 마련을 고민하려 합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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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토리 김화범 이사. ⓒ 인디스토리

 
"독립영화 생태계가 뭔가 탄성을 잃은 느낌이랄까..." 

20년 가까이 독립영화제작과 배급에 힘써온 인디스토리의 김화범 이사는 말 그대로 배급'통'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팀장,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고 이소선씨의 다큐멘터리 <어머니> 프로듀서 등 제작과 배급 전반에서 뛰어온 그도 유독 활력이 줄어든 최근 독립영화계의 흐름을 느끼고 있었다. "저 스스로도 독립영화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뭔가 관성적 흐름이지 않나,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하고 있다"고 그가 기자의 눈을 보며 말했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따로 구분하는 듯한 배급환경, 새로움을 잘 인정하지 않는 투자사... 김화범 이사는 "이런 전반적 환경이 독립영화의 활력을 죽여온 것 같다"며 "지난 10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며 잃어온 게 아닌가 싶다, 새로운 기회가 창출돼 젊은 독립영화인들이 나와서 활약해야 하는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위기론의 실체

그가 몸담고 있는 인디스토리는 단편 독립영화 배급을 시작으로 <송환>(2003), <반두비>(2009), <혜화, 동>(2010) 등 한국독립영화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다양한 작품을 배급했다. 특히 2008년 배급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당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가 나오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부문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산업적으로 작품적으로 흥행과 의미를 경험한 김화범 이사는 특정 영화 한두 편이 1년 독립영화 관객의 절대적 지분을 차지하는 현상 등에 우려와 여러 생각을 함께 품고 있었다.

"지금은 편당 4, 5천이 되면 일단 좋다고 본다. 현재 <벌새>와 <우리집>이 여성 감독이고 유의미한 흥행을 해서 너무 좋은데, 독립영화계를 견인한다는 맥락이라기보단 감독 개인의 뚝심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강하다. 물론 <우리집>을 만든 아토는 피디와 감독의 협업이긴 하지만 예산이 꽤 된다. 독립영화의 위기라... 사실 그 결을 따지면 <워낭소리>가 198만, <님아...>가 400만을 했고, <그날, 바다> 같은 저널리즘 다큐멘터리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서 그렇지, 한국독립영화는 3, 4천 명이 드는 관객 규모로 고만고만하게 해왔다. 

극영화 중 20만을 넘긴 게 없어서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걸 수 있겠지만, 위기라는 말 자체가 조심스럽다. <워낭소리>, <님아...>의 성과가 독립영화계에 골고루 퍼졌다기보단 특정 회사와 창작자로 수렴돼 우리의 자양분이 되진 않았거든. 착시에 빠지는 거지. 독립영화가 흥한 적이 없었는데 왜 위기라고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업적 관점으로 독립영화산업이 위기라고 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 내부에서의 위기의식은 있다. 아까 말씀드린 배급환경, 상영환경, 그리고 관객 스스로도 독립영화에 대한 어떤 편견을 갖는 현상에 대한 것이지 외부의 잣대로 위기라고 보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 내부 진단을 좀 더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우선 인디스토리가 살기 힘들다는 게 위기"라며 그가 반농담조로 웃으며 운을 뗐다. 실종된 장기 지원 정책, 그리고 일련의 흥행 성과에 대한 냉정한 그의 평가가 이어졌다.

"영화진흥위원장이 바뀌면서 다양한 사업이 배치되고 있는데,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해야 한다. 독립영화 쿼터든, 전용관 사업이든, 어떤 정책이건 10년 이상은 해야지. 긴 호흡을 갖고 가야 하는데 그런 사업이 지금 있을지 의문이다. <워낭소리>의 흥행은 일대의 사건인 건 맞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지만 해당 작품이 우리 내부의 모순이나 부족함을 극복하면서 등장한 게 아닌 어찌 보면 시대 상황과 잘 맞아 떨어져 관객 수로 확장이 된 것이라...  <님아...>는 CGV아트하우스가 배급하면서 상업영화 방식으로 한 것이고. 

그 이후 나온 독립 다큐멘터리가 <워낭소리>의 반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성과가 나왔으면 뭔가 변화가 있구나 할 텐데 그러지 못했다. 김어준씨가 만든 세 편의 다큐는 외부에서 들어온 케이스다. 흥행은 했지만 그 영화를 본 관객들이 다른 독립영화를 보러 가지는 않는다. <워낭소리>를 198만이 보셨지만 다른 독립영화로 이어지진 않았다. 잘 된 작품들이 징검다리가 돼야 하는데, 한 편이 잘된다고 독립영화 자체가 확장되진 않는 것 같다. 근데 외부에선 수치가 좋으니 기대감이 생기는 것이지. 근데 현실은 관객 수가 다시 확 떨어졌고."


눈에 띌 만한 큰 흥행작이 있었어도 독립영화계에 선순환을 주는 자양분으론 작용하지 않았다는 게 김화범 이사의 분석이었다. 다만 그는 "관객에게 책임을 전가할 건 아니다, 관객이 늘 옳은 건 아니지만 왜 선택하지 않냐고 하는 건 영화인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좋은 영화가 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하고 상업적 방법을 따라가지 않고 실험적일 수 있는 도전을 고민해야 한다"고 독립영화인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을 짚었다.

대기업의 예술영화 사업... "견제와 균형 필요"
 

서울독립영화제2016 토크포럼 '독립영화 배급과 마케팅, 오늘을 진단하다' 행사 당시. 왼쪽부터, 이날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김조광수 감독, 장건재 감독, 오보라 시네마달 홍보팀장,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 김화범 인디스토리 이사. ⓒ 하성태


한국독립영화 배급과 제작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CGV아트하우스를 위시한 대기업 예술영화 전용 극장과 이들이 진행하는 사업이다. 독립영화제작사와 투자 협력, 때론 공생 관계지만 자본과 극장을 쥐고 있는 사실상 독과점 시장의 갑이기에 김화범 이사 또한 그간 이들 사업자가 "독립영화의 다양성을 해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 지원의 한계가 있기에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면도 있음을 인정하며 그가 설명을 이었다.

"이젠 영진위 지원 사업이 한쪽에 쏠린다거나 하는 현상은 개선된 것 같지만 시장 자체가 극장을 직접 운영하고 어떤 영화를 틀지 결정하는 환경에서 (CGV 아트하우스 등 대기업 사업자를 찾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독립영화 제작사들이 1순위로 찾아가는 곳이 CGV지. 그들의 실질적 힘을 무시할 순 없다. 이걸 인정하면서 양쪽이 다 승리할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일 것 같다. 그들을 직접 때린다고 문을 엄청나게 개방할 것 같지도 않고. 메가박스나 롯데시네마 아르떼가 아트하우스 규모까진 아니더라도 좀 더 활발하게 한다면 그안에 독립영화가 들어갈 수 있으니까.  
중요한 부분은 저도 고민이지만 법제화를 통해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의 입법 로비인지 모르겠지만 왜 이리 지지부진인지, 좀 더 과감하게 못하는지 의문이다. 올해는 이미 물 건너간 듯싶다. 기업이야 자본 논리로 가는 것이기에 쏠림이 있을 텐데, 그걸 잡아주는 최소한의 법제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독식하지 말라고. 문화적 다양성과 다름을 경험하게 하는 관람 환경을 같이 고민할 때다. 인구 10만 이하의 작은 도시에서 CGV 한 관이라도 새로운 독립영화가 상영된다면 그 안에서 관객 중 한 명이 영화에 대한 꿈을 품고 감독이 될 수도 있는 건데. 그래서 그들이 나중에 다시 지방으로 관객을 만나러 갈 수도 있고 말이다.

이게 20년 전 고민인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고 연구하는 것에는 정책 연구, 창작자, 배급자도 중요하지만 배우도 중요하다. 이들이야말로 상업, 독립영화 구분이 없잖나. 작은 영화에서 배우들이 빛날 때 팬덤이 움직이고 관객 수에 움직이거든.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했던 배우 발굴 프로젝트가 너무 좋더라.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하고 그런 정책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대기업 독과점을 고려한 영비법 개정안, 특히 황금 시간대(오후 1시 ~ 오후 11시)에 특정 영화가 스크린의 50% 이상을 차지하지 않게 하는 스크린 상한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일각에선 오히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을 대상으로 한 스크린 하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는 사실도 그에게 전했다.

"그 생각은 잘 안 해봤는데 스크린 상한제는 일단 필요할 것 같다. 독립영화들은 멀티플렉스에서 아침 8시, 25시경에 틀곤 하는데 50%로 제약만 해도 낫겠지. 물론 멀티플렉스에선 그중에서도 팔릴만한 영화로 채울 것이고, 독립영화가 그 자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그래도 열어두는 거니까. 독립영화만을 위한 정책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산업 영역에 들어온 만큼 독립영화도 기여하는 게 있어야지. 하지만 적어도 기회균등이랄까. 일반관, 아트관, 이렇게 이분화 하지 말고 뭔가 같이 섞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한다. 영국, 프랑스 쪽은 멀티플렉스 안에서 참 다양한 영화를 틀더라. 거기까진 안 바란다. 다만 멀티플렉스에 가보니 이런 영화도 있네, 하는 다른 감각을 같이 품길 원하는 거다. 그래야 새로운 감각을 가진 이들이 극장을 찾아올 것이고, 산업 역시 새로운 흐름으로 바뀔 수 있을 텐데.

한국에선 1998년 강변CGV를 시작으로 멀티플렉스가 처음 생겼는데 이들이 특정 영화를 밀어주고, 퐁당퐁당(시간대별로 유불리를 따져 작품을 넣고 빼고 하는 식) 편성 등을 하는 중에도 제대로 문제 제기를 못했다. 슈퍼에 갔더니 서로 다른 진열대에 한 가지 제품만 놓고 있는 꼴이다. 극장 편성 전력 유연화가 된 거지. 이건 사실 제작자고 배급자고 다 자기 영화가 천만이 될 것 같은 바람에 극장의 행태를 방임한 것도 있다."

 

인디스토리에서 제작한 영화 <최악의 하루>의 한 장면. ⓒ 인디스토리

 
영진위의 기획개발 예산, 독립영화는 소외

제작사 입장에서 김화범 이사는 영진위가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기획개발지원' 사업 등 신규 사업에 독립영화가 소외돼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나리오 개발을 중심으로 영진위는 올해 6월 기획개발전문역량강화센터를 열어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독립영화 개봉지원 등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영진위 지원 사업 중 가장 아쉬운 게 배급 지원이다. 프랑스엔 배급사의 라인업 자체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1년에 서너 편, 많게는 8편 정도 한 배급사가 개봉을 시키는데 그 작품을 통째로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 영진위는 1년에 두 번 작품별로 최고 3천만 원씩 주는데 그걸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우리 같은 20년 된 배급사도 1년에 3편을 한다고 치면 셋 다 지원금을 받아야 개봉시키는 처지다.

배급사의 라인업을 지원하면서 개별지원도 한다면, 정말로 배급사조차 못 잡는 영화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거든. 그만큼 배급 지원을 과감하게 늘리자는 얘기다. 독립영화 배급사를 지원해야 이들이 영화제에 가서 다음 해 라인업을 준비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찾을 수도 있고. 선수들이 더 잘 달릴 수 있게 영양제를 주는 셈이다. 새로운 인물이 독립영화 환경으로 들어와 더욱 찾고 발굴하도록 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김화범 이사는 제작비 10억 원 미만의 영화가 전체 개봉영화 중 70% 이상 비율이라는 사실을 들며 작은 영화 제작사에 대한 특례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52시간 근로 등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솔직히 이제 독립영화라도 1억 원 예산 미만의 영화는 못할 것"이라며 그는 "그걸 지키기 위해 과감한 정책 고민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할리우드에서도 노조 안에서 만드는 영화와 밖에서 만드는 영화별로 근로기준법을 차등 적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우리도 예산에 따라 융통성을 두는 건 어떨까 싶다. 우리 안에서 나름 최저임금을 지키려 했고, 12시간 미만 노동으로 조정해왔는데도 예산을 맞추기 어려운 현실이다. 아니면 영화를 일단 찍어놓고 스태프들에게 영화 지분을 주는 식이었지. 한 끼에 6000원을 맞추기 힘든 현실이다. 예전엔 두 끼 기준이었다면 이젠 세 끼를 다 줘야 한다. 제작비는 점차 상승하는 게 맞다. 이런 고민을 좀 줄여주는 대책이 필요하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영진위원장에게 '이렇게 하시오!' 한다면 보완책을 내놔야 하지 않겠나. 정치적 견제도 좀 필요하다. 영화인들 역시 독립영화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하고, 이런저런 정책을 개발해 국회의원에게 제안도 해야 한다. 새로운 전문 인력이 있으면 모를까 영화 만드는 일과 정책 연구를 함께 할 순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줄탁동시라고 해야 할까. 안에서 개혁을 말하고 밖에서 쪼고 그래야 하는데... 어찌 보면 과도기 같다. 영진위에서도 독립영화 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이 있으면 좋겠다."


"독립영화 한다고 굶는 일 없어야"

영진위가 실시한 독립영화인 실태조사, 그에 앞서 독립영화계 스스로 조사한 '2013 한국독립다큐멘터리 실태 보고' 등을 보면 독립영화인들의 삶은 명확하게 열악함을 알 수 있다. 김화범 이사는 "제 꿈 역시 회사가 망하기 전에 잘 퇴사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을 밝혔다. 독립영화 신용 보증, 민간 재단 등 평소 그가 고민했던 지점을 엿볼 수 있었다.

"어느 나라에 가도 독립영화인은 가난하다. 물론 주류영화라도 소수만 부유하지. 기술 스태프야 여러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지만 작가, 프로듀서, 감독의 삶은 그다지 행복한 것 같지 않다. 독립영화계가 탄력 많이 잃은 것 같다는 제 느낌과도 연동이 되지. 애초에 실태조사는 이들이 힘든 걸로 나올 수밖에 없다. 과거에 최고은 작가 사례도 있고, 긴급하게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독립영화인을 위한 민간 차원의 재단이 있으면 좋겠다. 긴급구호자금처럼 최소한의 삶을 가져갈 수 있게끔 말이다.

또 신용조합처럼 프로덕션 과정에서 긴급히 후반 작업에 500만 원이 필요하다면 빌릴 수 있는 곳도 필요해 보인다. 영진위 같은 공공기관과 독립영화 관련 사업을 하는 재단이 투트랙으로 갈 수 있는 것이지. 이런 재단 설립을 위한 기초연구사업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있긴 하지만 분명 한계는 있거든. 협회 외의 사업을 재단에서 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또 이런 실태조사는 매년까진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기관의) 지원이라는 것에서 좀 벗어나 우리도 세상을 더욱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의 자본이 있으면 싶다. 그래야 실패도 해볼 수 있고 그렇지. 지금의 지원책은 가뭄에 단비 정도지, 이걸로 계속 벌어 먹고살라는 건 착각이다. 선순환 구조 안에서 독립영화인들 임금이 되고 다른 기회를 위한 씨드머니가 필요하다. 우리 역시 지원책에서 졸업하고, 더욱 절실한 이들에게 지원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줄탁동시라고 해야 할까. 안에서 개혁을 말하고 밖에서 쪼고 그래야 하는데... 어찌 보면 과도기 같다. 영진위에서도 독립영화 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이 있으면 좋겠다." ⓒ 인디스토리

 
16년간 독립영화인으로 달려온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독립영화 정신이란 무엇인가'. 그가 고민 끝에 내놓은 답은 냉정한 자기반성이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활동해 온 이들이 이제 50대다. 저 역시 40대지만 이런 사람에게 독립영화 정신을 묻는다는 건 어찌 보면 향수를 소환하는 것일 수 있다. 우리가 새로운 가치와 정신을 환기하기엔 올드맨들이거든(웃음). 신진 독립영화인들에게 욕먹을 수 있다. 그걸 전제로 말씀을 드리자면, 결국 끊임 없는 도전인 것 같다. 솔직히 지치거든. 안 되는 걸 계속 한다는 게 말이다. 어떤 해는 10만 관객이 모일 때도 있었지만 안 되는 해가 더 많다. 그러면 왜 하냐는 소릴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도전하는 것이다. 나를 위한 것이기보단 우리 이웃과 관객들을 위한 것이다. 이렇게 위로가 되고 기댈 수 있는 영화들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지. 계속 도전하자. 이건 사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누구는 30년 넘게 했는데 이제 16년 한 내가 힘이 빠져야 쓰겠나. 독립영화인들끼리 어떤 자조가 있다. '어차피 우린 안 돼' 하는. 그럼에도 매일 출근하는 게 바로 독립영화 정신 아닐까. 물론 상업영화 쪽에서 협력하시는 많은 분들이 있다. 이런 기운을 잘 모아서 힘을 내면 새로운 파도(뉴웨이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1980년대에 영화계가 한 번 물갈이됐잖나. 그 시기가 온 것 같다. 우리가 붕괴돼서 새로운 사람이 주류가 된다면 판이 바뀔 것 같다. 근데 기득권이 견고하다. 저 역시 기득권이 됐다고 생각한다. 반성한다. 더 잘했어야 했다. 누구나 열심히는 했는데 잘했는지 묻는다면 부끄러운 부분이 많다. 어쨌든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다."
독립영화 김화범 인디스토리 열두 번째 용의자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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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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