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불안해야 돈 버는 미국... 북미 협상, '일희일비' 끝내려면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미국 지배층 특징 짓는 키워드 '앵글로색슨족, 유대인, 군산복합체'

등록 2019.10.05 14:40수정 2019.10.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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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 시험발사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북극성-3형 발사 모습. 2019.10.3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이 토요일인 5일 열린다. 그런데 이 실무협상이 발표된 뒤인 2일 아침,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3일자 <노동신문>은 "2019년 10월 2일 오전 조선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 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보도하면서 "새 형의 탄도탄 시험 발사는 고각 발사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신형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도록 쏘지 않고 수직에 가깝게 올라가도록 쏘아올렸던 것이다.

이 발사를 두고 '대미 협상용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비행 거리는 약 450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고각 발사로 인해 최대 910킬로미터까지 올라갔다 내려왔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해 버리는 단거리 발사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판단에 근거한 관측이다.

하지만, 비행 거리 자체가 길지 않으므로 '대미 협상용이라기보다는 대남 메시지용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발사 전날인 10월 1일 국군의 날에, 북한이 경계하는 F-35A 스텔스기를 한국이 공개했기 때문에 북한이 경고 메시지를 보냈을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 관측이다.

미국 최대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F-35A는 공대공미사일·합동직격탄·정밀유도폭탄 등을 최대 8.2톤까지 탑재할 수 있으며, 레이더 탐지를 피하면서 은밀하게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 매체들은 이를 '첨단 살인장비'로 부르며 "(이것의) 지속적인 반입은 북남공동선언과 북남군사 분야 합의서를 정면 부정하는 엄중한 도발"이라고 경고해 왔다.

스텔스기 등에 대한 북한의 반감은 2일 발행된 <노동신문>에도 나타난다. '여론을 오도하지 말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남조선 당국이 외부로부터 끌어들이고 있는 첨단전쟁 장비들도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근원으로 되고 있다"며 "상대방을 위협하고 긴장을 부추기는 도발 행위를 계속 벌려 놓으면서 대화와 신뢰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기만행위"라고 말했다.

물론 북한의 자체적인 필요에 입각한 일이겠지만, 북한의 SLBM 발사가 대남 경고 메시지 성격도 어느 정도 띠고 있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라고 할 수도 있다.


미국 지배층과 '군산복합체'

당연한 언급이 되겠지만, 국가정책은 지배층의 컬러에 많이 좌우된다. 국민대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도 많지만, 상당 부분은 지배층의 관점과 관련돼 있다.

일례로, 조선시대에는 고려시대에 비해 노비의 지위가 많이 개선됐다. 조선왕조를 건국한 신진사대부 세력이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노비를 매매하면 노비와 거래대금을 모두 몰수하는 법령'을 제정하는 한편, 노비의 법정 가격을 시장가격보다 높게 규정한 것은 노비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그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신진사대부는 고려 말의 권문세족을 누르고 신왕조를 창업했다. 대토지와 대규모 노비를 바탕으로 경제력을 축적한 권문세족과 달리, 신진사대부는 중소 규모 토지와 소수의 노비 노동력을 근간으로 했다. 그래서 이들은 과도한 노비 보유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 이들의 인식이 조선 건국 뒤에 위와 같은 정책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조선 건국세력의 키워드가 '중소 부동산 소유자'라면, 미국 지배층을 특징 짓는 키워드로는 '앵글로색슨족', '유대인' 등에 더해 '군산복합체'를 들 수 있다. 핵 문제가 걸린 북미관계는 미국의 세계정책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관계에는 미국 지배층의 이해관계가 투영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앵글로색슨족과 유대인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도 북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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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자료사진) ⓒ 유성호


한국에서는 재벌기업 임원이 행정부 고위직에 임명되는 일이 흔치 않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도 포드자동차 부회장 출신이다. 군수업체 임원이 행정부 요직을 맡는 일은 이보다 훨씬 더 빈번하다. 군산복합체가 미국의 경제와 정치를 좌우하는 현실이 이런 데서 잘 드러난다.

군산복합체에 의해 군수산업과 국방과 행정부가 일체화된 미국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업자들이 아예 군복을 입고 작전사령부를 꾸린 일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32년간 근무하면서 세계 각국에 주재한 뒤 <유대인, 그들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등을 저술한 홍익희의 <군산복합체>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2차대전 당시 지휘관들은 록펠러와 모건 재벌의 고문변호사이자 회장·사장 등 재벌 중역 출신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스팀슨 육군장관은 모건 상사의 고문변호사였고, 스테티니어스 전시자원국장은 US스틸 회장이었다. 전시생산국장에는 제너럴 모터스 사장을 임명하였다. 그리고 연합군 최고사령부 요직은 모건 계의 팬아메리카 항공사 중역들로 구성되었다. 전시내각은 마치 유대계 회사의 주주총회를 방불케 하였다. 그것은 군인에 의한 전쟁이 아니라 군수업자들이 앞장서서 스스로 군복을 입고 작전사령관실을 차린 것이다. 작전본부는 증권거래소 중역회의였다."
 
이렇게 군산복합체가 국정을 직접 운영하다 보니, 미국에서는 군수산업이 특히 발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자연스럽게, 무기를 팔아 먹고 사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었다. <국제통상연구> 제23권 제1호에 실린 하광룡의 논문 '세계 무기시장에서의 무기거래 결정 요인'은 1950~2015년의 세계 무기거래 실태를 근거로 이렇게 말한다.
 
"미국의 무기 수출 비중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항상 압도적이었다. 미국은 가장 낮은 시기에도 세계 무기 수출액의 25%를 차지하였으며, 미·소 냉전이 종식되며 군비 축소가 절정이던 1990년대 초반에는 무려 60% 수준에 이르기도 하였다."

-한국국제통상학회가 2018년 발행.
 
이처럼 무기로 먹고 사는 나라와 동맹관계를 맺다 보니, 한국은 자연히 미제 무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단골 고객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위의 <군산복합체>는 이렇게 말한다.
 
"2006~2010년 기준으로 미국은 전 세계 무기시장에서 약 30%를 수출해 1위에 올라 있다. 이들 무기 중 14%를 우리가 수입해 미국 무기 수입국가로는 단연 한국이 1위다. 2011년에는 그 비중이 20%를 넘어서 1위 지위를 확고히 했다."
 
미국 군산복합체는 한반도 위기를 명분으로 대량의 무기를 한국에 판매했다. 이런 군산복합체가 미국 지배층이라는 사실은,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지 한반도 갈등을 원하는지를 잘 시사해준다. 이는 북한과의 핵문제에 대해 미국 지배층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한반도의 긴장이 갑자기 완화되고 하루아침에 평화가 정착된다면, 당장에 미국 군산복합체의 매출액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과의 평화협상을 가능하면 최대한 지연시키도록 유인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란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사태가 벌어져 거기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 오지 않는 한, 미국 입장에서는 대북 협상을 가능하면 최대한 지연시키려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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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던 중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군사복합체의 이익과 배치되는 한반도 평화 

이 점은 트럼프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하는 데도 힌트가 된다. 그는 김정은을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꽤나 감질나게 만들고 있다. 하노이에서는 다 된 합의서를 무산시켜 버리고, 6월 30일에는 판문점에 잠깐 들러 인사만 하고 떠나갔다. 물론 자신의 대선 전략과도 맞물려 있는 일이지만, 트럼프가 이렇게 시간을 끌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데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미국의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에 실린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비상근 선임연구원의 기고문 '북한과의 비핵화 및 평화 협상에서 균형잡힌 거래를 하는 방법(How to Make Proportionate Bargains with North Korea on Denuclearization and Peace)은 북·미 간의 평화·비핵화 로드맵을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이 로드맵에서 평화적 경로를 협상하려면 서울과 베이징의 공식 참여가 요구될 것이며, 평양에 대해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과 최종 결과에 대해 갖고 있는 이해관계를 볼 때 궁극적으로는 모스크바와 도쿄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평화·비핵화 로드맵에 남북한 및 미국뿐 아니라 중·러·일까지 참여시키자는 이런 제안은 우리 한국인들의 국민 감정을 어느 정도 해칠 수 있지만, 김두연 연구원의 집필 의도와 관계없이 국제사회에서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행태와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긴장을 발판으로 이익을 얻어온 군산복합체가 이제까지 북한과의 평화보다는 갈등을 더 많이 조장해 왔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남북한 및 미국 이외의 다양한 주체들이 로드맵에 참여한다면 군산복합체가 북미관계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감이 나올 만도 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한민족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겠지만, 군사복합체의 폐해를 민감하게 의식하게 될 경우에는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지배층이 한반도에 대한 무기 판매에 고도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한, 한반도 평화는 아무래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가 군산복합체의 이익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에서는 평화 국면이 잘 진행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파탄될지 알 수 없게 된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돼야만 미국이 돈을 벌 수 있는 이런 구조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이것이 극복되지 않으면, 북미협상을 바라보며 온 국민이 일희일비하는 지금의 애처로운 상황이 하염없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북미 실무협상 #북미관계 #비핵화 #군산복합체 #미국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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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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