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납금제 택시회사, 최저임금법 미달 임금 줘야" 판결

창원지방법원 "미지금 임금·퇴직금 포함 2650만원 지급하라"

등록 2019.10.03 15:06수정 2019.10.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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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사납금제'로 운영되는 택시업체와 기사들 사이에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지급한 임금이 "최저임금액에 미달했다"라며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일 금속법률원은 김해 소재 한 택시회사 노동자였던 김아무개씨가 회사를 상대로 냈던 임금소송에서 원고 승소(일부)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 1심에서 패소했다가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

항소심 재판부인 창원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김민정‧홍수진‧지수경 판사)는 지난 9월 26일 판결을 했고, 금속법률원은 3일 판결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3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이 택시회사에서 일했다. 김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운송수익금에서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내고 나머지를 가져가면서, 회사로부터 기본급과 여러 수당을 일정한 고정금으로 받는 방식인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받아왔다.

회사와 노동조합은 2009년 ▲한 달 12일 근무하고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16시간)이며 ▲하루 8시간 기준의 기본금을 받는다는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다가 노사는 2010년 "일일 소정 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한다"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기본금은 하루 4시간을 기준해 산정되는 방식이 됐다. 이는 2011년부터 적용됐다.

당시 임금산정표를 보면 김씨는 기본급(월) 12만 원에 주휴수당 4만3000원, 만근수당 4만5000원, 근속수당 1만 원, 승무수당 12만5000원을 받았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2년 4580원, 2013년 4860원, 2014년 5210원, 2015년 558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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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전경. ⓒ 윤성효

 
2008년 개정된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에 따라 "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인금'이 제외"됐던 것이다.

김씨는 "임금협정은 실제 근로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줄인 것으로, 이는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에 위배되어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정근로시간은 종전 임금협정에 따라 월 192시간(16시간, 12일)이고, 이를 최저임금법(시행령)에 따라 계산하면 2012년 7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받은 임금은 법정최저임금에 미달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가된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퇴직금에서 이미 받은 퇴직금을 공제한 미지급 퇴직금"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노조와 임금협정을 체결한 것이므로 무효로 볼 수 없다"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한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올해 4월 18일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조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 합의는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대법원 판례를 받아들이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변경 임금협정은 근로자들이 격일제로 16시간 근무하는 것을 규정하고, 임협 체결 후에도 근로형태가 변경되지 않았다"라며 "소정근로시간은 종전 임협에 따라 월 192시간으로 봄이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기본급과 승무수당, 주휴수당, 만근수당, 근속수당의 비교대상임금액이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비교대상임금액이 최저임금액에 미달이라며 회사가 김씨한테 '미지급 최저임금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했던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 주휴수당 청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퇴직금과 관련해 재판부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아왔을 경우, 퇴직일 이전 3개월 동안 실제로 지급된 임금뿐만 아니라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 중 지급되지 아니한 금액이 포함된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재판부는 김씨의 소송에 반대해 회사가 냈던 소송(반소)에 대해서는 "이유 없다"라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김씨한테 지급하지 않은 임금과 퇴직금을 포함해 총 2650만 원을 지급하고, 소송비용에 대해 1/4은 원고, 나머지는 회사가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김씨는 퇴사 이후 다른 택시기사보다 앞서 소송을 냈고, 지난 4월 대법원 판례가 나온 뒤 경남지역 상당수 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거나 준비를 하고 있다.

김씨를 대리했던 금속법률원 김두현 변호사는 "올해 4월에 나온 대법원의 택시 최저임금 판례에 따라 하급심에서 구체적인 금액이 인정된 사례"라며 "사측에서 초과운송수입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과 함께 사납금도 인상됐어야 한다며 반소를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진행 중인 다른 동종 사건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최저임금 #택시 #창원지방법원 #금속법률원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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