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동의하나" 질문에 "신중히 생각해보겠다"는 금융위원장

[국감-정무위] 한국당도 "DLF는 은행의 미필적 고의 사기" 질타

등록 2019.10.04 14:54수정 2019.10.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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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은행들이) 판매하지 않아야 할 상품을 팔았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생결합펀드 판매가) 사기라는 점에 동의하십니까?"(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 건은 신중히 생각해보겠습니다."(은성수 금융위원장)


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여야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한 질의를 쏟아냈지만, 은 위원장은 줄곧 미지근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 의원은 "이번 해외금리 연동 DLF 사건은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판매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DLF는 사모와 공모의 차이점을 악용해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쪼개기 발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이 상품의 경우 수익은 한정돼있는데, 손실은 100%로 떨어질 수도 있게 (설계됐다)"며 "금융회사는 아무런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4%대의 수익을 가져갔다"며 그는 덧붙였다. 김 의원은 "가입자 중 60대 이상이 48.4%"라며 "고령층일수록 안전상품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데, 수년 동안 거래했던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장 위험한 상품을 가장 안전하다고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매번 신중해선 대책 안 나와" 질타 목소리

그러면서 김 의원은 "교육과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판매 직원도 이해하지 못할 상품을 판 것"이라며 "이는 불완전판매에는 무조건 해당되고, 더 나아가 사기판매로도 의심된다"고 했다.

이에 은 위원장은 "김 의원이 설명한 부분에 대해 같은 생각"이라면서도 "불완전판매인지, 사기인지에 대한 점은 금융감독원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고..."라고 답변했다.


김 의원이 "불완전판매나 사기의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은 위원장은 "불완전판매는 (은행 직원이)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않고..."라고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김 의원은 "매번 신중하게 해서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질타했고, 은 위원장은 "한 달 정도는 시간을 두고 생각한 뒤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오래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국감날 피해 은행장들 해외출장... 잘못 시인하는 것"

야당에서도 은행의 DLF 판매가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은행이 채권 금리 하락으로 인해 (투자자) 손해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상품구조를 바꿔가며 판매했다"며 "이는 투자자가 손해를 입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미필적 고의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국감 기간 중 해외출장을 떠난 은행장들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가장 큰 피해를 발생시킨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이 해외에 출장을 가있다"며 "금융위·금감원 국감 날을 피해 해외출장을 가는 것 자체가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은 위원장에 피해자 구제대책을 물었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할 것"이라며 "두 은행도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대외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안다, 이 결정으로 피해자들이 구제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앞서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금감원이 이상징후를 포착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감원 '미흡' 지적 나왔는데 왜... 은성수 "안타깝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번 키코 사태를 겪은 뒤 금융위·금감원이 파생상품 위험성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제도를 개선하고, 감독하고, 훨씬 더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15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도입하면서 (투자가능 기준이) 1억 원 이하로 된 경위를 확인했나"라고 질의했다.

은 위원장은 "헤지펀드의 경우 (문제가) 없다"며 "사모펀드는 1000만원도 투자가 가능한데, 이를 합치면서 5억 원으로 (기준을 정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금융투자 관련 광고도 허용됐는데, 지난 3월 일부 은행이 소비자들에게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다'고 3만 건의 광고 문자를 보냈다"며 "광고를 허용하더라도 기준과 원칙을 정했다면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금감원이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 뒤 우리·하나은행에 대해 '미흡', '저조' 평가를 했는데,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시정조치를 해야 할 일"이라고 전 의원은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렇게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문제가 적발되면 제도 개선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전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진 때였다. 그는 "안타깝다는 말만 해서 되겠는가"라며 "이렇게 됐을 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전 의원은 "(일부 은행이) 지난 5월 (독일 국채와 같은) 기초자산에 사용된 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했는데도 조건을 바꿔 판매했다"며 "그래서 사기판매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교훈 차원에서 이런 사건에 대해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도 개선은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옵션을 생각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고 말씀 드리겠다"고 답했다.
#은성수 #DLF #우리은행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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