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있는 아이도 끌고가... '선감학원' 참상 대부분 사실

권미혁 국회의원 “사망자 수, 사망원인 등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

등록 2019.10.04 18:20수정 2019.10.0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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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선감학원은 소년 강제 수용소였다. ⓒ 경기도

  
"안양 고모 댁에 가는 도중 여비 부족으로 수원에서 도중하차, 도보로 안양까지 가려다 경찰에 의하여 수집됨."

"누나가 수원으로 출가하여 어머님께서 가보라고 하여 밤차를 타고 누나를 만나보려고 상경하여 집을 찾으려고 하다 순경에게 연행됨."

"어머님 약 사러 가다 걸인으로 오인되어 수원시 단속에 의해 당원에 수용교호됨."


원아 대장에 적혀있는 선감학원 입원 이유다. 피해자들의 증언에만 머물던 소년 강제수용의 참상이 하나, 둘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대로 경찰 등으로 구성된 단속반은 보호자가 있는 소년들까지 납치하다시피 끌고 갔다. 많은 소년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도 사실이었다. 보호자 없는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당초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운영한 것이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경기도 안산 선감도에 존재한 소년 강제수용소다. 이곳에서 강제노역, 폭행, 굶주림 같은 인권유린이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망치다 바다에 빠져 죽거나 병에 걸려 죽고, 맞아 죽은 소년이 부지기수라는 게 피해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연고자 있는데도 잡혀 온 경우 73%, 가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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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석에 앉은 선감학원 피해자들 ⓒ 이민선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행안위)이, 경기도로부터 입수한 4691명의 선감학원 원아 대장 중 최근순으로 1965건을 분석한 결과, 단속반에게 끌려온 경우가 47%(935명)로 가장 많았다. 시립보육원 같은 기관에서 온 경우가 36%(715명), 경찰 직접 단속으로 잡혀온 경우도 10%(209명)나 됐다.

가족 사항을 보면 부모, 형제 등 연고자가 있는 경우가 1438건으로 73%에 이르렀다. 이 수치만 봐도 '선감학원'이 가족과 생이별한 아이들의 강제 수용소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단속반은 지자체와 경찰이 합동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 다른 기관 전원 조치 역시 최초 입원에는 경찰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경찰에 의한 단속은 이보다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경찰은 사실상 아이들을 납치한 것과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 의원은 "경찰청장은 1960~70년대 소위 '부랑아 정화 대책'과 관련한 경찰 행적을 조사,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겪은 국가 폭력의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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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권미혁 의원실

 
사망 확실한데 '무단이탈'로 기록... "진상규명 해야"
  
권 의원은 원아 대장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이 '퇴원 사유'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에 따르면 원아 대장 상 전체 4691명 중 사망은 24명뿐이다. 하지만 피해자들 증언에 따라 사망이 거의 확실한 소년 '여00'의 퇴원 사유가 '무단이탈'로 적혀있어, 원아 대장에서 사망자 수가 축소됐을 개연성이 무척 높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이들의 실제 생존 여부와 실제 사망자 수, 사망원인, 퇴원 후 경로 등에 대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선감학원 피해자 "배 고파 돼지 사료도 훔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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