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고 있습니까?" 제대로 질문하는 방법

[오늘날의 책읽기]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를 읽고

등록 2019.10.09 11:52수정 2019.10.0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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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2019)는 부제에서 소개한 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센스 있는 질문'을 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손석희 앵커이다.

나는 교수라는 절대 권력이 존재하는 '대학원 실험실'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민주주의는 학교 앞에서 멈춘다고 하더니, 내가 머물던 곳에서도 권력자의 지시는 당연히 따라야 하는 명령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회사에 들어갔지만, 나는 의견을 얘기하는 방법도 차이를 조율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한 채였다. 그런 내게 의견을 얘기하고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준 이가 바로 손석희였다.

내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준 언론인 손석희

사회 초년생이었던 2002년 무렵의 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손석희가 인터뷰이에게 하던 질문의 방식을 흉내내려고 했다. 언론인이란 '질문하는 것' 자체가 직업이어야 하는 사람들이니, 그들의 방식을 배우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 믿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그때 내가 선택한 방식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된다. 과연 그들은 제대로 질문하고 있는가? 손석희 앵커의 트레이드마크인 '한 걸음 더 들어가기'에 대한 저자의 말을 옮긴다.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다음 질문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내 질문에 대해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걱정 말고 질문하세요. "전에 말씀하신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데, 다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상대방이 말하는 것 중 내게 새롭게 느껴지거나 관심이 있는 것이 생기면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습니다. - p.129

그렇다.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가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거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들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질문'을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질문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우선 두려워하지 말 것을 주문했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더 깊게 이끌어가는 방법으로 다음의 질문들을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 구체적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 그 사건으로 인해 어떤 영향이 있었나요?
-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 왜 그랬다고 보시나요?
- 그런 경험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었습니까?

이런 질문들은 모두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한 후, 그다음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예문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몇 해 전 회사에서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회사의 평가 제도 변경과 관련된 토론 자리였고, 조직 위계상 가장 높은 임원이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설명회였다. 나는 겁도 없이 질문이란 것을 던졌고, 상대의 답변에 '한 걸음 더 들어가기'에서 소개된 질문을 몇 가지 섞어가며 토론을 이어갔다. 하지만, 발언 기회에 대한 형평성의 논리로 질문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고, 급기야 그날 저녁 술자리로 호출한 부장이 한마디를 던지기에 이른다.

"오늘 네가 한 것은 질문이 아니야. 말꼬리 잡기야. 가장 잘못된 방법이었다고."

2002년부터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으니 벌써 18년이 훌쩍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실수투성이이다. 항상 올바른 질문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씩 내 의견을 얘기하는 것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쉽지 않다. 조직의 위계가 선명할수록 질문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찍히지 않으려면 입을 닫고 있는 게 낫다는 걸 몸으로 배워야 했다. 그날 이후로 나의 조직생활은 분명히 달라졌다. 애석하게도 내게 '질문하기'를 가르쳐준 손석희 앵커(혹은, 그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언론)가 좋은 선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기자들, 질문하는 법 다시 배워야

최근 몇 달의 대한민국은 실망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조국 법무부장관과 기자들의 긴긴 대화에서 나는 다시 한번 기자들의 질문하기에 충격을 받았다. 여태껏 그들을 따라 하려 했던 나 자신을 원망했다. 그들은 전혀 답변을 들을 생각이 없었고, 질문이라기보다 트집 잡기에 불과해 보였다.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내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것은 '국가'가 아니야, '진실'이야!"

언론인의 스승이라는 고 이영희 선생의 카랑카랑한 외침 앞에 언론은 당당할 수 있을까? 부끄러움을 잊은 그들을 보며 느껴지는 참담함은 왜 우리들의 몫인가? 어쩌면, 우리가 그들에게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우리가 너무 쉽게 그들에게 이용당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질문하기'를 다시 배워야 하는 이유다. 이는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젠가 나도 그런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며, 우리 하나하나가 포기하지 않고 질문을 던져야만 희망을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어느 날', 우리의 언론도 분명 나아지지 않을까.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상대방에 따라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가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정말 나만의 질문을 한 가지씩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나만의 질문이란 내가 자기 자신에게 계속해서 오랜 기간 동안 던지는 질문을 말합니다. 같은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쪽으로 우리의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을 말하며, 이는 결국 우리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 p.259

마지막으로 저자가 '똑같은 질문을 계속하는 것에 대하여'라는 부분에서 언급한 내용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가 '나만의 질문'을 하나씩 생각해보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 이 물음이야말로 우리를 편가르고 우리끼리 싸우게 하는, 수많은 미세한 균열과 그로 인한 소모적인 충돌, 그 너머의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믿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나보겠습니다. 당신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이런 모습입니까?"
 

우리를 편가르는 그들에게 대항하는 방법오늘도 수백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거기에서 우리시대 가장 첨예한 경계선을 확인했어요. 바로 서초경찰서 앞으로 선명하게 그어진 '검찰개혁, 조국 수호'를 외치는 시민과 '조국 구속'을 외치는 또 다른 무리의 시민의 경계였습니다. 우리는 왜 우리끼리 싸우고 있나요? ⓒ 이창희

덧붙이는 글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센스 있는 질문> 김호 지음(2019, 위즈덤하우스)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센스 있는 질문

김호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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