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한 독일?

등록 2019.10.07 11:45수정 2019.10.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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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베를린에서 시 주관 직업 박람회(JOBAKTIV Berlin)가 열렸다. 박람회를 방문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이민자인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실제로 박람회 한 구석에는 이민자가 자국에서 취득한 학위와 자격증을 어떻게 독일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상담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박람회에 나온 업체들은 크게 여섯 분야(공공기관, 서비스업, 숙련 직종, 상업, 의료기관, 관광업)로 나뉘어졌다. 이것은 현재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에서 인력이 필요한 분야가 어디인지 고려해 볼 수 있는 현장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인력이 필요한 분야에 이민자를 더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독일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지원센터의 관련 문서들. ⓒ 변유경

 
통일 전 서독은 1955년부터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터키, 유고슬라비아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Gastarbeiter)를 대거 받아들인 전례가 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에서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도 이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체류 허가를 연장하지 않고 계약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법안의 부당성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와 그 가족들이 살고 있음에도 독일이 공식적인 이민 사회로 불릴 수 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전형적인 이민 사회와 비교했을 때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이민자의 비율이 아직 아주 높지 않기 때문이다.(2018년 통계 기준 거주 중인 외국인은 독일 총인구의 12% 정도. 이 수치는 독일 국적을 취득한 이민력을 가진 인구는 제외한 것임.) 하지만 이런 독일의 관례가 앞으로 깨어질지도 모르겠다.

1990년 통일 이후 독일은 늘어나는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그에 대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었는지, 수치는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2005년부터 꾸준히 감소해왔다. 2005년 500만 명에 가까웠던 실업자 수가 2019년 5월 220만 명, 실업률 4.9%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1990년 통일 이후 고용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가장 낮은 숫자이다.

이러한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낮은 실업률과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고용 상태를 두고 독일의 잡붐(Job-Boom)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잡붐이 앞으로 몇 년이나 계속될지 예상할 수 없다고 한다. 1957년에서 1965년 사이에 태어난 독일의 베이비붐 세대가 곧 은퇴적령기를 맞게 되면 기용 가능 인원이 더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독일의 노동시장과 직업 연구소(IAB)의 통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300만에 이르는 사람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본다.

독일은 남아있는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대거 받아들인 것도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된다. 이와 맞물려 고용주들은 자리에 필요한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 장기간 비는 자리로 인해 기업이 문을 닫는 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부족한 분야는 대표적으로 교육, 건강, IT, 엔지니어와 운전 분야이다. 부족한 인력은 대부분 폴란드,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같은 동유럽 출신이 채워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유럽에서 일자리를 찾아오는 젊은이들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어 비유럽 국가에서 일손을 더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년간 8만 명 정도의 난민들이 베를린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 숫자는 베를린에 정착한 이민자(총 80만 명 정도) 중 소수의 그룹이다. 그만큼 베를린의 경제는 외국에서 유입되는 전문인력에 의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앞으로 다가올 브렉시트(Brexit)에 대비해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베를린시의 입장에서는 이민 노동력에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베를린시는 독일에서 가장 먼저 외국인 노동자를 더 유리하게 유치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외국인부(Auslaenderbehoerde)로 불리던 기관을 이민청(Landesamt fuer Einwanderung)으로 독립시켜 확장하고 더 많은 상담사를 채용해 이민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도입일은 미정이다.)
 

베를린 외국인국에서 비자심사를 기다리는 사람. ⓒ 손어진

 
비자가 필요한 이민자들 사이에서 베를린의 외국인국은 그동안 악명높은 기관으로 불려 왔다. 예를 들어 비자를 받으려면 몇 개월 전부터 예약해야 하고, 예약을 못 잡으면 외국인국 건물 앞에서 새벽 5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 말이다. 비자 심사를 받으면서도 가끔가다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해 억울해하는 사례가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베를린은 새로운 이민청의 도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독 리서치 네트워크 소나기랩(sonagilab.com)에 함께 실립니다.
#독일 #이민 #외국인 노동자 #베를린 #이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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