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불쾌' 표시한 북한... 2차 북·미 실무협상은 언제쯤?

전문가 "북한, 미국에 화답 요구... 당장 2차 실무협상 열리기는 어려워"

등록 2019.10.06 19:12수정 2019.10.0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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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 읽는 김명길 (스톡홀름=공동취재단)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2019.10.6 ⓒ 연합뉴스


두 나라의 출발점이 달랐던 것일까. 북·미가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7개월여 만에 마주 앉았지만, 양측은 다음 실무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북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여의 협상을 마치고 성명 발표를 했다.

김 대사는 실무협상에 대한 실망을 숨기지 않았다.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의 '새로운 방법'을 기대했지만, 미국이 여전히 '잘못된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번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라며 "매우 불쾌하다"라고 발언했다.

반면 미국은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명길 순회대사가 입장을 발표한 지 3시간여 만에 미국 국무부는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왔고, 북한 협상단과 좋은 토론을 했다"라고 밝혔다.

북한 "미국이 화답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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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장 향하는 북한대표단 (스톡홀름=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한 대표단이 5일(현지시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을 나서 인근 북미 실무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10.5 ⓒ 연합뉴스

 
이번 북·미 실무협상은 2차 실무협상의 일정을 잡거나 별도의 합의문을 발표하지 않은 채 끝났다. 이는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을 각기 다른 곳에서 찾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2018년 6월 12일)에서 비핵화의 입구를 찾았다면, 미국은 '하노이 회담'(2019년 2월 28일)에서 시작한 것이다.

김명길 순회대사가 "(북한은)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 폐기, 미군 유골 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를 이행했다"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북한의 인식을 보여준다.

북한의 불만은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했지만, 미국이 이에 따른 '화답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지난 2018년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이 한 '행동'이다.

두 달 후 북미는 ▲새로운 북미 관계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이미 확인된) 유해의 즉각적 송환과 (한국전쟁의 미군) 포로·실종자 유해의 발굴 등의 4개 항으로 이루어진 '싱가포르 합의'를 했다. 이어 북한은 지난 2018년 8월 미군 유해가 담긴 상자 55개를 미국에 전달했다. 결국, 북한의 주장은 북한이 취한 '선제적 비핵화 조치'와 '싱가포르 합의 이행'에 상응하는 '행동'을 미국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명길 순회대사가 5일 미국의 추가 제재, 한미 연합군사훈련 지속,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위협'이 여전하다고 발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중단해야 완전한 비핵화의 합의나 영변 핵시설 폐쇄 등 다음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김명길은 북한이 한 조치에 미국이 화답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미국의 화답이 있어야 비핵화의 다음 단계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에서 주장했던 안을 다소 수정해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 정의의 포괄적 합의를 언급하며, 북한의 핵시설 동결·영변 폐기+α 등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것. 북한이 이를 따라야 연락사무소 개설 등 안전 보장 조치와 섬유·석탄 수출 제재의 유예 등 일부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의 최종 단계(엔드 스테이트·end state)를 요구했을 것"이라며 "최근 탄핵 국면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이 엔드 스테이트를 명확히 하지 않고 북한에 상응 조치를 한다면 (미국에서) 더 욕 먹지 않겠나, 트럼프는 엔드 스테이트가 중요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북·미는 하노이 회담에서 보여준 비핵화와 안전 보장·제재 해제 이행과 관련한 틈을 이번 실무회담에서 메꾸지 못했다.

"2주 이내 실무협상 어려울 것"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비핵화 협상의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헤어진 북·미가 2차 실무협상을 이어갈 수 있을까. 북한은 당장 미국과 대화를 중단하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김명길 순회대사는 "조선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하다"라며 "(미국 측에)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권고한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갈 뜻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은 적극적으로 2차 실무협상의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5일 (현지시각)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 초청을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차 실무협상이 다시 열리겠지만, 2주 이내 협상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요구하는 화답을 미국이 보여주지 않는 한 북한이 2차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은 "미국이 스웨덴에서 다시 협상할 생각이 있다고 한 건 그만큼 이 판이 깨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다음 행동을 명확하지 않으면, 쉽게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북미가 연말 전에 만날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 만나지는 않을 거다, 김명길은 미국이 아무것도 안 들고 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협상안이 많이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북한은 자신들이 유리한 선에서 협상할 수 있어야만 다시 실무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6일 외교부 당국자는 북미 실무협상 결과와 관련해 "이번 북미의 실무협상이 당장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북측 신임 대표단과 미국 대표단이 협상을 시작했다는 건 평가할 만하다"라며 "이를 계기로 대화의 모멘텀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비건 대표와 만나 대응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길 #비건 #북미 #트럼프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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