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변호사와 함께 목격한 검찰의 민낯

동의대 입시 부정사건 맡아 문제점 생생하게 경험...문 대통령 검찰개혁은 필연

등록 2019.10.07 20:42수정 2019.10.0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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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동의대 입시 부정 사건을 알린 김창호 교수의 변호를 맡은 바 있습니다. 이 글의 필자인 김성수 법무사는 당시 참여사무관으로 함께 해당 사건을 담당했습니다. 김 법무사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김 법무사의 기고글을 가감 없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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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장관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9월 24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11시간 압수수색했다. 전대미문의 사건이 온 국민들 눈앞에서 생생하게 전개됐다. 

그리고 촛불집회가 거대한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광화문이 많은가, 서초동이 많은가 하는 숫자놀이로 본말을 흐리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무소불위 검찰권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그러나 검찰 권력의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망은 저마다 품고 있을 것이다. '검찰 권력이란 것이 대명천지에 직속 상관에게도 저러할 수 있는데, 우리 같은 소시민은...'이라고 생각할 거다.  

한국의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고 있다. 거기에 기소 여부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기소 독점에다 기소 편의까지 다 가졌다. 지구상에 거의 유일한 검찰이다.

어떤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추진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이 보인 무도함'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그 응어리에서 검찰 개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 그것도 선두에 섰다는 사람까지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는 인터뷰를 보기도 했다.

아니다. 필자는 문 대통령이 그 전부터 검찰의 문제점을 생생하게 경험했고, 개혁 또한 지난하다는 것을 알기에 조국을 내세운 것이라고 생각한다(*필자는 몇 년 전, 고영주씨('부림사건'의 공판검사)가 영화 <변호인> 속 노무현 변호사의 역할은 거짓이라고 인터뷰한 기사를 읽고, 그 현장 목격자로서 '고영주씨 말이 거짓'이라는 반박글을 쓴 적이 있다).

명백했던 동의대 입시 부정 사건, 검찰이 내린 결론

1989년 '5.3 동의대 사태'는 경찰과 학생이 맞부딪친 사건이었다. 이 일로 경찰관 7명이 숨지고 10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또, 학생 76명이 구속되는 참혹한 사건이었다. 이 동의대 사태의 원인은 '동의대 입시 부정 사건'이다. 입시 부정 사건에서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만 가동됐다면, 뼈아픈 희생을 막을 수도 있었다.

동의대 입시 부정 사건은 1989년 동의대 입시 당시 김창호 교수가 '비표 표시된 수험생의 답안지에 정답을 써넣어 채점해 달라'는 동료 교수의 부탁을 거절하면서 시작됐다. 김 교수는 학교 측에 '입시 부정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외면했다. 김 교수와 젊은 교수들, 그리고 총학생회 측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검찰에 입시 부정을 고발했다. 이 와중에 5.3 동의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검찰은 사회적으로 이목이 쏠리던 이 고발 사건을 수사했다. 검찰이 내린 결론은 이랬다. 

'7000매를 정밀 조사한 결과, 비밀 표시된 답안지 27매를 발견했지만 해당 답안지는 0점 처리되었다. 채점 위원들도 8명이 함께 채점했기에 부정이 저질러질 수 없었다.'

검찰은 결국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 했다. 이 '검찰 결정'을 업고 학교 측은 '허위 주장으로 학교 명예를 추락시켰다'며 김 교수 등을 해임했다. 입시 부정을 제의 받은 본인의 생생한 진술이 있었고, 또 고발 내용대로 비표가 발견되었음에도 검찰은 불기소한 것이다.

해임된 김 교수 등은 흑을 백이라 강변하는 이 거대조직 앞에서 맞서싸우기 쉽지 않았다. 정의나 내부고발의 의로움, 용기는 그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수식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법원에 '해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여 입시 부정을 밝히는 또 다른 길을 찾았다.

이 때 김 교수 측 변호사가 문재인 당시 변호사였고, 필자는 참여사무관이었다. 문재인 변호사는 '동의대에 직접 가서 문제의 답안지를 직접 보자'고 검증 신청을 했다.

이러한 경우 이미 검찰에서 불기소결정이 났다면 '형사기록송부촉탁'을 통해 송부되어온 기록을 검토하는 것에 그친다. 일부러 답안지 원본을 살펴보자는 것은 '유별난 신청'이었다. 마찬가지로,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 또한 '유별난 채택'이었다.

재판장과 문재인 변호사, 필자 셋이서 동의대로 가서 보관 중인 해당 학과 답안지 전체를 하나 하나 살펴보았다. 답안지에서 문제의 비표 표시를 보는 순간, 모든 것이 명명백백해졌다. 중고등학교 모의고사 시험지도 아닌 대학 입시 답안지 아닌가.

다른 과 수험지에서는 단 하나의 비표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오직 김 교수가 고발한 해당 학과 답안지에서만 또렷하게 비표를 한 답안지가 나온 것이다. 해당 답안지들을 모으면서 재판장, 문재인 변호사, 필자 모두 눈길만 마주칠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말이 필요 없었다.

필자는 '부정의 존재'를 제3자라도 쉽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검증조서를 작성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해당 답안지들도 복사하여 검증 조서 말미에 첨부했다. 재판장은 '입시 부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해임은 무효'라고 김 교수 측 손을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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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복'과 '조국 수호'? 개혁 요구를 그렇게 치부하지 마라

똑같은 사건을 놓고 검찰은 '입시 부정의 부존재'를 근거로 불기소하고, 법원은 '입시 부정의 존재'를 근거로 해임 결정 무효를 선고한 것이다. 극히 이례적인 충돌이었다. 그러나 동의대는 민사 판결이 있었음에도 재임용 심사에서 이들을 탈락시켜 버렸다.

검찰의 불기소결정은 강고했고, 민사 판결조차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팽개쳐진 김교수 등이 호소할 곳은 대한민국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김 교수 등은 민주화 물결을 타고 청와대에 호소했다. 청와대는 검찰에 재수사 지시를 내렸다. 감시와 견제가 작동되는 재수사에서 동의대 입시 부정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다.

단 한 번의 답안지 확인으로 불법을 밝힐 수 있음에도 검찰은 기소 독점, 기소 편의에 편승하여 진실을 외면한 것이다.

재수사결과 5년 만에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뒤집어졌다. 1994년 3월, 입시부정을 획책했던 교수들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해당 검사들은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형사적으로도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끝끝내 복직을 외면했던 동의대는 무려 17년 만에 세 교수의 복직을 허락했다. 검찰의 부정의(不正義)가 낳은 비정상(非正常)의 정상(正常) 찾기에 이렇게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이러고도 검찰 개혁 요구를 '보복'이니 '조국 수호' 정도로 치부하며 검찰을 엄호할 것인가. 이제 검찰 개혁이 거스릴 수 없는 도도한 물결임은 명백하다. 그동안 불의 앞에 타협과 순종, 그리고 포기로 일관했던 비겁을 성찰하면서 검찰 개혁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

동시에,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을 짚어야 한다. 검경의 권력 배분보다 더 중요한 것, '그들만의 리그로 흘러서는 안 된다'. 두 권력 기관으로부터 인권과 기본권이 짓눌리지 않는, 사법 정의가 도도히 흐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들은 결코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김성수씨는 부산 남구에서 법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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