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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궐기 격문과 호소문 살포 잇따라

[김삼웅의 5·18 광주혈사 / 22회] 공수부대의 포악질에도 '광주정신'은 살아있었다

등록 2019.10.15 16:51수정 2019.10.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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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광주시민들과 계엄군이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정신'은 살아있었다.
공수부대의 포악질에도 굽히지 않았다.

구속자와 희생자가 늘어나고 가족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신고도 잇따랐다. 그런 속에서도 학생들과 시민들은 항쟁을 걔속했다.

1929년 11월 광주학생들이 일제에 저항하여 궐기했던 때로부터 반세기 만에 다시 항쟁의 횃불을 들었다. 차이라면 광주학생운동은 전국으로 파급되어 3ㆍ1혁명 이후 최대의 항일투쟁으로 전개되었으나 광주항쟁은 철저히 차단되고 말았다.

국난이나 민주주의가 짓밟힐 때면 가장 먼저 학생들이 나섰다. 조선대학교 민주투쟁위원회는 5월 19일 〈민주시민들이여〉라는 격문을 시내에 살포했다.

 민주시민들이여

 ㆍ각 대학에 공수부대 투입!
 ㆍ광주시내 일원에 특수부대 대량투입!
 ㆍ무자비한 총칼로 학생ㆍ젊은이ㆍ시민 무차별 구타!
   "최소 시민 3명, 학생 4명 이상 사망 확인"
   "5백여 명 이상의 부상자 속출"
   "전주일원의 유혈폭력"
 ㆍ학생ㆍ청년 1천여 명 조대 운동장에 불법감금!

아! 이럴수가 있는가?
저 개 같은 최규하, 신현확, 유신잔당 놈들과 유신독재자의 아들 전두환 놈은 최후의 발악을 시작하였다.
  
아! '민주'의 앞길에 먹구름이 가리는구나!
지금은 이 민족이 죽느냐, 사느냐다!
당신의 아들 딸들이 죽어가고 있다!
일어서라! 일어서라! 끝까지 투쟁하자!
(오늘부터 시내 각처에서 대규모 시위 전개, 매일 12시, 오후 3시에 도청ㆍ시청 앞 집결) (주석 13)



같은 날 '광주시민 민주투쟁회'는〈호소문〉을 살포했다.

 호소문

광주 애국 시민 여러분!

이것이 웬말입니까? 웬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죄없는 학생들을 총칼로 찔러 죽이고 몽둥이로 두들겨 트럭으로 실어가며, 부녀자를 발가벗겨 총칼로 찌르는 놈들이 이 누구란 말입니까? 이들이 공산당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가 살 길은 전시민이 하나로 뭉쳐 청년 학생들을 보호하고, 유신잔당과 극악무도한 살인마 전두환 일파와 공수특전단 놈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쳐부수는 길뿐입니다.

우리는 이제 다 보았습니다.
다 알게 되었습니다.

왜 학생들이 그토록 소리높여 외쳤는가를. 우리의 적은 경찰도 군대도 아닙니다. 우리의 적은 전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바로 유신잔당과 전두환 일파, 그 자들입니다.

죄없이 학생들과 시민이 수없이 죽었으며 지금도 계속 연행 당하고 있습니다. 이 자들이 있는 한 동포의 죽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 서울을 비롯하여 도처에서 애국시민의 궐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가 하나로 단결하여 유신잔당과 전두환 일파를 이 땅 위에서 영원히 추방할 때까지 싸웁시다.

최후의 일각까지 단결하여 싸웁시다.
그러기 위해 5월 20일 정오부터 계속해서 광주 금남로로 총집결합시다. (주석 14)


 
주석
13> 광주광역시 5ㆍ18사료편찬위원회,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자료총서(제2집)』, 22쪽, 1997.
14>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5ㆍ18광주혈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5ㆍ18광주혈사 # 5.18광주민주화운동40주년 #광주시민민주투쟁회_호소문 #조선대민주투쟁위원회_격문 #광주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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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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