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벌금 100만 원은 사망 선고"

[선거범죄 양형 기준 논란] 정성호 “안이하고 무의미”, 대법원 “연말까지 수정”

등록 2019.10.07 18:12수정 2019.10.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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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 박정훈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선거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등 헌법 정신에 맞는 양형 기준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 산하 전문위원은 7일 오후 대법원 404호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달 30일에 이어서 선거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검토했다.

이와 관련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대법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선거법의 양형은 다른 형사부와 다르다. 벌금 100만 원을 기준으로 (정치인의) 생사가 달라진다"며 "양형위원회가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선거법 재판 관련한 양형 기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은 "저희도 양형 기준이 새롭게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7기 양형위원회에서 선거범죄에 대해 수정 작업을 하고 있고, 올해 연말쯤 수정안이 마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권자의 선택을 무효로 만드는 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앞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6월 제95차 전체회의를 열고 기존 선거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양형위원회는 "선거범죄의 양형기준이 설정된 이후 3차례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양형 기준이 설정된 일부 선거범죄에 대하여 법정형이 높아졌다"면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직선거법 개정 사항을 반영한 조속한 양형 기준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열린 대법원 대상 국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선거범죄 양형 기준에 대한 개정 요구가 나왔다. 정성호 의원은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표를 언급한 뒤, "공직선거법 관련 양형위원회의 고민이나 재판부의 고민이 굉장히 적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2년 설정된 대법원 양형 기준표에 따르면,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의 경우 '벌금 200만 원 내지 800만 원(징역 10월 정도까지 가능)'으로 돼 있다. 감경형은 70만 원에서 300만 원이고, 가중형은 징역형이 8월에서 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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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심 재판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성호·김한정 의원과 인권연대가 1일 국회에서 '허위사실공표죄 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개최, 2심 판결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 .

 
이에 대해 정성호 의원은 "양형 기준이 너무 안이하고, 무의미하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으면 그냥 당선 무효다. 광역단체장이 몇백만 표를 더 얻어도 (당선이) 무효가 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벌금 100만 원 이상 (선고)받게 되면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돼) 사실상 정치적인 무능력자가 되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사망 선고"라고 지적했다.

정성호 의원은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2심 판결을 사례로 들면서 "양형위원회가 선거법 재판 관련한 양형 기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친형 강제진단' 사건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지사는 2심에서 선거 방송토론회 등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재명 지사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돼 지사직을 잃고, 이후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정성호 의원은 "입법부에서 '100만 원'이라는 (당선 무효) 기준을 만들었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을 무효로 만드는 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막연하게 기계적으로 해서 되겠냐"고 물었다. 정 의원은 또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관점에서 법원과 양형위원회가 좀 더 헌법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관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은 정 의원의 질의에 대해 "2012년 양형 기준이 설정되고 나서 3차례 공직선거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선거범죄가 좀 많이 바뀌었다"며 "지적하신 것을 충분히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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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 출범2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노혜경 시인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함세웅 신부와 이부영 이사장, 이해동 선생, 김홍걸 의장, 제윤경 의원, 김지예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앞서 정성호 의원은 같은당 김한정 의원, 인권연대와 함께 지난 1일 국회에서 '허위사실공표죄 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과도한 규제 조항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받는 선출직 공직자가 불합리하게 공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인 만큼 현행 선거법을 과감히 개정해 민주주의가 한층 더 성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형사재판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형을 선고하기 위해 기준을 설정하고, 관련 정책을 연구ㆍ심의하는 대법원 산하 독립기관이다. 양형 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지만, 원칙적으로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양형 기준을 이탈할 경우 법관은 판결문에 그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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