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가 교육 망친다? 교육부가 국민 뜻 무시

[대입제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대입제도, 진영논리로 해결할 일 아냐

등록 2019.10.10 07:14수정 2019.10.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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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주문하고 나섰고, 이에 교육부는 '학종' 실태조사와 더불어 11월 중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대입제도 개선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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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지난달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입 학종 폐지 및 정시 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녀 논란으로 대학 입시의 불공정성, 특히 수시의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논쟁을 부추기는 발언들만 연일 기사를 도배하고 있다.

지난해 2022년 대입 개편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있었다.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논하고, 수능을 상대평가로 할 것인지 절대평가로 할 것인지를 논하고, 수능의 최저를 유지할 것인가를 논하는 시간이었다. 당시 수능절대평가를 반대하고 정시확대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구색 맞추듯 공론화 과정에 '정시파'들을 참여시켰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숙명여고 사건도 일어나기 전이었고, 온 국민이 과연 있을 법한 일일까 의문을 갖게 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했던 <스카이캐슬>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전이었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정시 확대가 답이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국민의 다수였고, 현재는 정시를 찬성하는 국민여론이 63%에 육박한다(2019년 9월 4일 tbs 의뢰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그러나 공론화 과정은 어땠는가? 의제 1안인 정시 45% 이상을 주장하는 수가 훨씬 적고 조직력도 없는 상태에서, 시민참여단의 52.5%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의제 2안(48.1%)과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시 30%로 못을 박았다.

공론화 과정이 끝나고 1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 정시확대를 주장했던 이들이 그렇게 외쳤던 '수시의 문제점'은 조국 장관 자녀 논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래서 정시를 확대하라는 국민의 여론은 커져만 가고, 심지어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그동안 수시가 기형적으로 확대되어 오는 동안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매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고통과 혼란만 가중시켰으면서도 반성은커녕 대입제도 재검토 과정에 국민여론이 가장 높은 정시확대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교육의 주체가 교사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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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연일 대입제도와 관련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와 현 정권은 아예 수시와 정시비율은 논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대부분인 시도교육감협의회와 특정 교사단체들도 정시확대 여론이 커지자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옹호하고 나섰다.

게다가 전국 고교교사 6%인 8091명이 응답한 설문에서 75.8%의 교사가 대입정책의 논의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가? 교육의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은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없는가? 대입제도를 교육부가 결정해서 대학이 시행하는 현행 구조에서는 현장성에 기반한 제도 구현이 어렵다면 당연히 학부모와 학생의 목소리도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비교과를 폐지하겠다, 외부 평가위원회를 두겠다, 심지어 서울대 오세정 총장은 학생부종합전형 면접에 현직 교사를 참여시키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해 학종의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이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치료하지 않고 상처만 덮겠다는 격이다.

학부모의 영향력과 정보력 그 어떤 개입도 막아보겠다고 비교과 폐지안을 내걸었지만 결국 학생들의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다양성 파악이 가능하다고 했던 학종의 기본 취지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그럼 내신 성적 외에 무엇을 보고 뽑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입시선발과정에 외부 평가위원이나 현직교사의 참여는 입학사정관의 탄생처럼 또 다른 권한이 이양되는 것일 뿐이다. 매번 당해만 온 학부모의 입장에선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당장 정시 확대해야

조국 장관 자녀 논란에서 교육부와 대학은 그 누구보다도 뉘우치고 반성해야 할 대상들이다. 이제라도 교육부와 대학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동안 입시에서 자행되던 편법 등을 스스로 밝히고, 제대로 된 입시제도가 만들어지기 전까진 정시를 확대시키는 것만이 현재로서는 최선임을 인정해야 한다.

정시 확대는 몇 년 후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19년 대학입시에서도 또 다른 옷을 입었을 뿐 버젓이 의혹투성이 합격은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금 당장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수시의 비율은 교육의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묻지도 않고 늘려왔다. 다음 해의 입시전형별 요강이 발표될 쯤이면 논술의 비율도 수시의 비율도 정시의 비율도 대학마다 마음대로 늘리고 줄여왔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도출됐는데도 왜 정시비율을 늘리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정시를 늘리지 않을 작정으로 근거도 없는 온갖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워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를 비난하면 안 된다. 당당하게 정시와 수시 비율을 균형 있게 해놓고 나서 비판의 근거를 다시 조사해야 한다. 정시로 입학한 대학생의 핵심역량이 학종으로 합격한 학생들의 핵심역량보다 뛰어나다는 대학생핵심역량평가 결과도 있다. (100점 만점에 정시모집 55.18점,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55.18점,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49.34점) 그런데도 정시가 마치 교육을 망치는 주범인 양 비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종 옹호론자들의 주장일 뿐이다.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대학 중도 포기율이 적다는 주장도, 지금과 같이 정시비율이 20%인 상태에서 조사한 어떠한 통계도 학종을 유지시켜야 하는 근거로 보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민국 교육을 걱정하는 것은 모두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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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고사장에 시험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이희훈


정시를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바람은 오직 학생들의 노력이 그대로 인정받고, 오직 학생들끼리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부모가 개입하지 않고 오로지 자녀를 응원하며, 설사 그 선한 경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공정한 경쟁에서의 패배는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시를 주장하는 학부모들에게도 수능과 똑같은 갖가지 부정적 프레임을 씌운다. '상위층 학부모일수록 정시확대를 원한다' '고학력의 학부모일수록 정시확대를 원한다' '강남특구 교육특구의 학부모일수록 정시확대를 원한다' 등등 각종 근거도 부족한 자료들을 부각시켜 여론을 호도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도 "모든 직업·연령·지역·이념성향·정당지지층에서 '정시가 보다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대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시가 늘어나면 '공교육이 다시 황폐해진다' '정시가 늘어나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등등 수시가 80% 육박하는 지금도 여전히 황폐한 교실, 특히 수시원서 접수 후 엉망이 되는 고3 교실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정시만 나쁘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교사들의 역량과 우리 아이들을 공교육에 믿고 맡기는 학부모의 인내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정시비율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

한마디로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학부모들은 정시가 자기 자식에게 더 유리한 전형이라서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우리의 미래 교육을 걱정하고, 공교육이 더 나아지길 기대하고 신뢰했던 지극히 평범한 학부모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대입제도 개선을 진영의 논리로 몰아가면 안 된다.

▣ '대입제도 개선' 관련 기사 보기 ☞ 학종 대신 수능?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 http://omn.kr/1l7w0
덧붙이는 글 글쓴이 박소영은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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