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의 평범한 삶, 그 속에 깃들었던 상처

[리뷰]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

등록 2019.10.09 15:40수정 2019.10.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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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대한민국은 미투 운동으로 시끄러웠다. 연예계, 검찰계, 문화예술계 할 것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의 외침이 일었고 그와 동시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여성들의 당연한 외침이자 권리'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남녀간의 갈등을 조장한다', '남성들의 권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역차별이 일어났다.' 등의 부정적 시선 역시 공존한다.

이러한 현 사회 분위기 속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가 개봉한다. 바로 조남주 작가의 장편 소설 <82년생 김지영> 원작의 작품이다. 정유미와 공유가 주연을 맡으며 이번 달 개봉만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원작 도서가 어떤 내용이길래 개봉 전부터 이렇게 시끄러울까?

대한민국 한 여성의 평범한 삶
 

도서 <82년생 김지영> ⓒ 믿음사


주관적 의견이지만, 도서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한 한국 여성의 일기 같은 작품이다. 재벌가 여성, 극한 가난에 시달리는 비련의 여주인공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한 여성의 이야기다. '나'의 이야기일 수도, 우리네 어머니의 이야기일 수도, 직장 동료나 친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듯 평범한 여성의 삶 자체를 다룬 이야기다.

그런데 이 소설에 대해 '페미니즘'이라며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왜 이 소설을 비난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김지영씨의 일대기 중 차별 당했던 일들이 '여성이기에' 당한 일이라고 단정지었기 때문일까?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현 시대와 부모님 세대, 거슬러 올라 조부모님 세대까지 비교해 본다면 우리 사회는 놀라운 여성 인권 신장을 이루었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능력을 가졌으며,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입증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한 사람으로서 김지영씨 역시 이루고 싶은 커리어와 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꿈들은 출산과 육아 앞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는 육아 휴직을 반기지 않았고, 이는 현실에서도 수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어렵사리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해도 문제는 지속된다. 이제 막 첫 돌 지난 아기는 누가 보는가? 친가 외가 어른들의 도움을 받거나, 어린이집 종일반에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다 맞벌이 해야 해." 당연하게 외치는 세상에서 일하고 싶어도 마음 편히 일할 수 없는 여성들. 국가는 끝없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으며 아이를 낳아라 하지만 그 정책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함에 있어 과연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김지영 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정대현 씨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 p.132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남자와 연애를 하다 결혼을 준비 중이다. 연애하며 크게 언성 높이며 싸워본 적 한 번 없던 우리가 결혼 준비를 하며 몇 번을 싸우게 됐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김지영씨의 삶에서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결혼을 했을 때, 내가 책임져야 하는 삶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내 어깨를 짓누를까. 그 생각에 책을 다 읽고도 쉽게 여운을 떨칠 수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젠더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 책은 세상 모든 김지영씨의 안타까운 삶의 보고서다. 세상이 모든 여성들에게 '여성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권리만 외치는 존재'라는 비난이 아닌, 여성이라서 희생했던 그 모든 것들이 줄어들 수 있는 사회로 변화했으면 한다. 남녀 간의 편가르기가 아닌, 서로 상처받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이제는 진실로 찾아볼 수 있길 바란다.

82년생 김지영 (인터파크 리커버 특별판)

조남주 지음,
민음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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