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나눔주차장', 주차전쟁 해법 될까?

나누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땅주인과 인근주민 모두 혜택

등록 2019.10.08 20:02수정 2019.10.0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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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동 2296-2, 주차장 팻말 ⓒ 이민선

 
'주차 문제로 이웃과 말다툼, 몸싸움…….'

우리에게 익숙한 소식이다.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는 주차전쟁, 해법은 무엇일까?

경기도 시흥시가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도심지에 장기간 방치된 토지 등을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나눔주차장'사업 이다.

시흥시는 지난 2013년부터 유휴지 활용 주차장 조성, 학교 주차장 개방 등 구도심 주차장 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이들을 모아 '나눔주차장'이라 이름 짓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올해까지 주차문제가 특히 심각한 정왕동, 신천동, 장현동 등에 총 776면의 주차장을 조성했다.

나눔주차장을 만들 땅은 시유지부터 사유지까지, 심지어 학교 주차장까지 무척 다양하다. 나누고 싶은 의지만 있으면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나눔'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다. 나누는 사업이다 보니, 주차비는 무료다.

시유지(시가 소유한 토지)같은 공공이 소유한 땅은 필요한 행정 절차만 거치면 주차장으로 조성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소유한 땅은 합의가 필요하다.


땅주인 대부분은 흔쾌히 합의를 하고 땅을 빌려준다. 재산세 감면 혜택이 있어서다. 유휴지라, 쓰레기와 잡풀이 우거진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까지 시흥시가 말끔하게 치워주니 땅 주인은 손해 볼 일이 없다.

땅고르기, 주차선 만들기 등 주차장 조성에 필요한 모든 일을 시흥시가 도맡아 하니, 돈 들어갈 일도 없다. 대신 땅 주인은 노는 땅을 2년만 주민들에게 빌려주면 된다. 2년 후에 특별한 사용처가 없으면 연장할 수 있다. 유지, 관리도 시흥시가 한다. 흔쾌히 땅을 빌려주는 이유다.

그래도 간혹 '내 땅에 절대 손대지 말라'는 이가 있어 땅 빌리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게 김도연 시흥시 주차시설팀장 설명이다.

땅 빌려주고 손해 볼 일 전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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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동 2296-2,주차장 조성 전 ⓒ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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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동 2296-2, 주차장 조성후 ⓒ 시흥시

 
김 팀장을 8일 오전 시흥시청에서 만났다. 김 팀장에 따르면, 주차장으로 만들 수 있는 맞춤한 유휴지를 찾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맞춤한 땅을 찾아내는 시 공무원에게 '성과시상금'을 주기로 했다.

또한 직원들 협조를 구하기 위해 8일 오전에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진행했다.

김 팀장은 "빈 땅을 주차장으로 만들면 주차난도 해결하고, 쓰레기 무단투기로 인해 도시미관을 해치는 일과 악취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자투리 공간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설명회가 끝나고 난 후, 김 팀장 등과 함께 시흥시 구도심에 조성한 나눔주차장 몇 곳을 둘러봤다.

무단 투기한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곳을 주차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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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동 390-2, 주차장 조성 전 ⓒ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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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동 390-2, 주차장 조성 후 ⓒ 이민선

 
소규모 공장과 주택이 빽빽한 포동 63번지 일원은 전형적인 구도심이다. 시흥시 소유 자투리땅을 활용해 주차장 2곳을 만들었다. 한 곳은 50여면, 다른 한 곳은 5면이다. 한낮인데도 주차장은 자동차로 빼곡했다.

하중동 390-2번지 인근은 상가주택과 작은 사무실이 밀집해 주차난이 무척 심각한 지역이다. 주민들이 밭으로 사용하는 시흥시 도로부지 자투리를 찾아내 올해 초 주차장 32면을 만들었다. 주차장을 만든다고 하니, 주민들이 흔쾌히 찬성해 간이 창고와 농기구 등을 자진철거 했다고 한다.

다문화 주민이 많은 정왕본동 군서 고등학교와는 교직원이 퇴근한 뒤에 주민들에게 주차장을 개방하기로 하는 협약을 올해 4월 맺었다. 그 대가로 시흥시는 주차선과 '카스토퍼' 등을 만들어 주었다.

다세대 주택이 많은 정왕역 뒤편에는 개인 토지를 빌려서 최근에 만든 나눔주차장이 있다. 34면이고 땅 주인은 2명이다. 한 명을 설득해서 협의를 하자, 다른 한 명은 자청해서 빌려 주었다. 쓰레기와 잡풀을 치우고 땅을 평탄해 주차장으로 만드는데 한 면당 대략 60만 원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원룸과 오피스텔, 작은 공장이 촘촘한 정왕동 2296-2번지 부근에도 개인 토지를 빌려서 만든 14면 주차장이 있었다. 원래는 무단 투기한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곳이다. 이 곳을 말끔히 치워 주차장을 만들자 인근 공장주 등이 일부러 담당 공무원을 찾아와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시흥시가 추진하는 '나눔주차장'은 땅 주인과 인근 주민이 함께 혜택을 보는 사업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도심지 주차전쟁의 해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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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동 63, 주차장 조성 전 ⓒ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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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동 63, 주차장 조성후 ⓒ 이민선

 
 
#나눔주차장 #주차전쟁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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