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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에 대처하는 빌라와 아파트의 차이

[옥상집 일기] 아파트를 떠난 지 한 달, 나의 일상도 달라져야 했다

등록 2019.10.13 14:54수정 2020.02.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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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첫째 주에 옥상집으로 이사했다. 비록 얼마 지나진 않았지만 40년 넘는 아파트 생활에서 얻지 못한 경험을 맛보고 있다. 그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졌다.[편집자말]
[이전기사] 분당에 산다고 하면 꼭 듣게 되는 질문

다세대 주택 옥상집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이 됐다. 정확히는 40년 넘게 살아온 아파트라는 환경에서 벗어난 지 한 달이 된 거다. 예전에는 이사한다면 다른 아파트 단지로 옮기는 경우만 생각했었다. 오랜 기간 아파트에 살던 관성 때문이기도 했고 아파트 아닌 곳에서 살면 여러모로 불편해질 거라는 선입견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 가족이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하려고 알아볼 때 먼저 고려한 건 버스 노선과 지하철역까지의 거리였다. 내가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당시 살던 아파트 단지는 서울 강남이나 강북으로 가는 좌석버스 노선이 여럿 있었고, 분당선과 신분당선 환승역도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이사를 온 주택 단지는 예전보다 지하철역 등 분당 중심 지역에서 더 멀다. 하지만 대중교통 노선은 이곳에도 촘촘히 깔려 있었다. 한 달 정도 이리저리 다녀보니까 어느새 익숙해진 게 느껴진다. 별다른 불편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예전보다 5분에서 10분 정도 더 걸리는 걸 고려해서 움직여야 한다.

교통문제 외에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를 고민할 때 가장 크게 걸렸던 건 쓰레기 처리였다. 아파트에는 일반 쓰레기는 물론 각종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 쓰레기를 버리라고 구분한 구역이 있어서 언제든 나가 버릴 수 있다. 거주자가 부지런하다면 쓰레기 없는 집에서 깔끔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거다.
 

다세대 주택 앞에는 쓰레기봉지와 재활용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오후 늦게 청소차가 와서 수거해 간다고 했다. ⓒ 강대호

 
하지만 집을 알아보러 다닌 다세대 주택 동네는 그냥 길가에, 정확히는 건물 입구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규격 쓰레기봉투와 다른 재활용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는 거였다. 아파트에 살던 우리 가족에게는 첫인상이 다소 지저분하게 다가왔다.

"매일 치운다고요. 얼마나 깨끗하게 치우는데요."

부동산 중개인의 말이었다. 그에 의하면 쓰레기는 성남시와 계약한 용역업체에서 매일 수거한다고 했다. 다만 아직 치우기 전이라 지저분하다는 거였다. 주택 입구는 사람으로 치면 얼굴인데 쓰레기들이 뒤섞인 모습만 머리에 계속 떠올랐다.


주변 사람 중 아파트 아닌 데서 사는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아들이 서울 직장 근처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었고 자주 만나는 친구도 용인의 다세대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다세대 주택에 대한 선입견으로 가득한 질문들이었다.

"다세대 주택도 사람 사는 곳이야. 사람 사는 곳에 세금이 쓰이기 마련이고. 물론 그 세금은 우리 같은 시민이 내는 거지만."
 

아들과 친구는 내가 가진 편견을 지적했다. 아파트에만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니라 아파트 아닌 곳에도 시스템이 있노라고. 하지만 나는 내 눈으로 본 것만 믿을 수 있겠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이 미처 못 알아본 것
 

그 후 이사를 했고 다세대 주택 단지에서 한 달을 살았다. 그동안 살아본 소감을 행정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이곳 다세대 주택 단지에도 시스템이 있었다. 나의 선입견은 편견이었다. 그렇게 느끼게 된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쓰레기 수거다.

우리 가족은 이사하자마자 주민센터에 물어보았다. 하루에 두 번, 오후 늦게 한 번 밤에 한 번, 모든 쓰레기를 거둬 간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민센터 직원은 일반 쓰레기와 음식 쓰레기는 전용 쓰레기봉투에, 재활용 쓰레기와 비닐과 스티로폼 등은 분류를 잘 해서 내놓으면 된다고도 설명해줬다.

우리 집 쓰레기를 하루 이틀 내놓다 보니 예전에 안 보였던 질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가 뒤섞인 거로 보였지만 나름 분류를 해서 따로 놓여 있던 것. 아파트에서 살며 '플라스틱'이라거나 '캔, 알루미늄'이라고 쓰인 커다란 재활용 쓰레기 수거함에만 익숙했던 내 눈이 미처 못 알아본 거였다.
 

쓰레기 수거 차 1톤 트럭을 개조한 쓰레기 차가 다세대 주택 단지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 강대호

 
어느 날 쓰레기 거둬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노란 1톤 트럭이었다. 쓰레기를 종류별로 실을 수 있는 적재함을 가진 작은 트럭이 다세대 주택 단지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봤던 커다란 트럭이 기계 집게로 쓰레기를 들어 올리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이곳에서는 청소 노동자 한 명이 직접 운전도 하고 쓰레기봉투와 재활용 쓰레기도 일일이 트럭에다 실었다.

"따로 내놓기만 하면 우리가 종류별로 다시 분류합니다."
 

그에 의하면 많은 거주자가 공인 쓰레기봉투를 사용하고 종류별로 잘 분류해서 내놓지만 그렇지 않은 집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웬만하면 거둬 간다고. 민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맡은 곳이 깨끗해야 일하는 자기 마음도 편하다고 했다. 그 청소 노동자는 거주자가 조금만 신경 쓴다면 동네가 더욱 깨끗해질 거라고도 덧붙였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이면 도로를 쓸고 있는 사람들을 봤다. 형광 조끼를 입고 있진 않았지만, 그들은 거리를 쓸고 낙엽을 마대에 담았다. 주민이었을까, 청소 노동자였을까.

문득 아파트 생활이 떠올랐다. 아침이면 경비원들이 아파트를 쓸었다. 인도나 차도에 나뭇잎이 떨어지거나 눈이 내리면 쓸고 또 쓸었다. 플라스틱 수거함에다 음료수 캔을 잘못 버려도 그들이 제대로 분류했다. 어쩌면 거주자가 해야 할 몫을 관리비를 냈다는 이유로 나의 일이 아니라 생각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아파트를 벗어나서 다세대 주택에 살아보니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게 많아졌다. 쓰레기를 종류별로 따로 버리는 일이 대표적이다. 물론 아파트에 살 때부터 해온 거였지만 더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적응해간다
 

분리 수거 안내 플래카드 다세대 주택 단지 곳곳에 행정 시스템이 미치는 걸 볼 수 있었다. ⓒ 강대호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은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 처음에는 이사해서 그런 건가 했는데 여러 날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한 무더기 버렸는데도 비닐과 플라스틱은 계속 쌓였다. 가게에서 뭔가를 산다는 건 쓰레기도 함께 산다는 거였다. 자주 사게 되는 식료품이 특히 그렇다. 포장만 해도 플라스틱과 비닐은 기본이고 스티로폼도 따라올 때가 많다.

우리 가족은 쓰레기를 없앨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줄여보자고 뜻을 모았다. 우선 식료품 구매를 줄이고 집에 있는 재료부터 요리해서 먹었다. 냉장고가 비면 필요한 걸 필요한 만큼만 샀다. 음식 쓰레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외출할 때면 에코백과 텀블러도 가방에 함께 챙긴다. 그리고 음료수와 과자 등 군것질도 줄였다. 나 때문에 생기던 플라스틱과 비닐봉지가 눈에 띄게 줄었다. 종이컵 안 쓴 지는 이미 꽤 됐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아파트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의 일상이 변해 가는 게 느껴졌다. 옥상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다세대 주택에, 옥상집에 적응해 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대호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옥상집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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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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