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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대승 거둔 벤투호, 밀집 수비 해법까지 찾았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2차전 한국, 스리랑카에 8-0 대승

19.10.11 09:35최종업데이트19.10.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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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붙은 미드필더 이강인이 가세한 덕분에 한국 남자축구의 F4가 드디어 완전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어느 자리에서나 성실한 에이스 '손흥민', 별들의 잔치라 불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절정기로 떠오르고 있는 '황희찬', 머리나 발끝 모두가 득점 기계라 할 수 있는 '김신욱'에 이어 왼발의 마법사로 인정받고 있는 '이강인'까지 당당하게 모였으니 한국 축구의 중흥기를 이끌어갈 F4가 완성된 셈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0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스리랑카와의 홈 게임에서 예상했던 대로 8-0 대승을 거두고 북한과 나란히 조 선두권을 유지하게 됐다.

밀집 수비 해법 (1) 세 가지 '크로스' 패턴
 

10일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차전 한국 대 스리랑카 경기 김신욱이 헤딩슛으로 오버 해트트릭에 성공하고 있다. 2019.10.10 ⓒ 연합뉴스

 
역시 스리랑카는 상대적 열세를 인정하며 게임 내내 벌떼 수비를 펼쳤다. 이 상황에서 공격이 안 풀리고 골이 안 나온다는 조급함에 어설픈 개인 플레이에 의존했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일부 팬들에게 비난받는 플레이를 펼쳤을 것이다. 

이 흐름을 충분히 예상한 우리 선수들은 스리랑카의 밀집 수비를 벗겨내는 몇 가지 공격 패턴을 준비하여 승점 3점 그 이상의 완벽한 승리 공식을 만들어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을 겨냥한 크로스 패턴이었다. 

오랜만에 국가대표 공격 중심에 선 김신욱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 크로스의 정확성이었다. 그의 전 소속팀 풀백 두 선수(김진수, 이용)가 이 게임에 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신욱은 이마로 2골, 오른발로 2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결정력을 맘껏 자랑했다. 

김신욱의 4골 중에서 3골이 측면 크로스를 직접 해결한 것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의 큰 키를 충분히 활용한 로빙 크로스가 31분에 오른쪽 풀백 김문환으로부터, 65분에 왼쪽 풀백 홍철로부터 정확하게 올라와 골로 연결됐고 18분에 넣은 자신의 첫 골은 손흥민의 빠른 돌파에 이은 얼리 크로스 패턴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김신욱 말고도 크로스 패턴으로 골을 넣은 선수가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온 권창훈이다. 그는 77분에 황희찬의 왼쪽 끝줄 앞 컷 백 크로스를 침착하게 잡아놓고 시원하게 왼발로 때려 넣었다. 

이 게임에서 나온 8골 중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4골이 세 가지 크로스 패턴(로빙 크로스 2골, 얼리 크로스 1골, 컷 백 크로스 1골)으로 완성시켰다는 점은 아무리 상대가 약체라 해도 높게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밀집 수비 해법 (2) 날카로운 '세트 피스'

'막내형' 이강인이 우리 대표팀의 F4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할만한 장면은 게임 곳곳에 새겨졌다. 상대의 빠른 압박과 거친 태클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키핑 능력을 자랑하며 유연한 180도 턴 동작을 구사한 것은 기본이고 볼 때마다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왼발 패스의 정확성과 시원한 킥 궤적은 이강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상징할 만했다.

21분에 황희찬을 활짝 웃게 만든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를 이강인이 왼발로 정확하게 차 올렸다. 골문 앞에서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이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을 때 가까운 쪽 기둥 방향으로 빠져들어오는 황희찬과 왼발 세트 피스 전문 키커 이강인의 눈빛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스리랑카 골키퍼 수잔 페레라의 부상 치료가 길어져 전반전 추가 시간이 5분이나 이어질 때 스리랑카 수비수 찰라나 차미라가 황희찬과 높은 공 소유권을 다투다가 오른손 끝으로 공을 건드린 것을 하산 아크라미(이란) 주심이 잡아내 페널티킥이 선언되었으니 이것도 일종의 세트 피스 득점 패턴이라 하겠다. 

전반 종료 직전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잡아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이었다. 최근 A매치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했던 손흥민이었기에 더 신중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왼쪽 구석으로 낮게 깔아 차 넣었다. 그동안 느낀 부담을 덜어내기에 매우 좋은 기회였던 셈이다.

밀집 수비 해법 (3) 빠르면서 정확한 '전진 패스'

크로스, 세트 피스 이외에도 돋보인 공격 패턴으로 가운데 미드필더의 재능을 맘껏 뽐내는 전진 패스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역시 그 중심 역할은 왼발 패스의 마법사 이강인이었다. 

게임 시작 후 11분만에 터진 첫 골이 이강인의 날카로운 전진 패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만 봐도 대승의 발판을 막내형이 놓은 꼴이었다. 이강인의 발끝을 떠나 강약 조절이 완벽했던 전진 패스는 왼쪽 풀백 홍철에게 정확하게 전달됐고 홍철은 곧바로 주장 손흥민을 발견하고는 짧은 패스로 이 게임 첫 골이자 결승골이 된 손흥민의 오른발 골을 도왔다.

이강인 말고도 가운데 미드필더로서 날카로운 전진 패스 실력을 뽐낸 또 하나의 주인공은 부상을 털고 다시 붉은 유니폼을 입은 남태희였다. 55분, 남태희를 포함한 네 선수가 보기 드문 추가골을 터뜨렸다. 센터백 김민재부터 시작된 빌드 업은 황희찬을 거쳐 남태희에게 빠르게 전달됐다. 여기까지 과정도 매끄러웠지만 남태희의 논스톱 전진 패스는 김신욱이 스리랑카 수비수들의 오프 사이드 함정을 단번에 허물 만큼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이처럼 우리 선수들은 어느 한 패턴에 집착하지 않고 비교적 다양한 공격 패턴을 펼친 덕분에 모처럼 어깨를 펼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는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어웨이 게임이 인조잔디 그라운드, 일방적인 홈 팀 응원 등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 아래 열리기 때문에 이번 화성에서 완전체 가능성을 입증한 F4(손흥민, 황희찬, 김신욱, 이강인)의 머리와 발끝에서 모두 10개(7득점 3도움)의 공격 포인트가 나왔다는 것은 많은 축구 팬들이 기뻐할 일이다.

O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결과
(10일 오후 8시, 화성 종합 경기타운 주경기장)

O 한국 8-0 스리랑카 [득점 : 손흥민(11분,도움-홍철), 김신욱(18분,도움-손흥민), 황희찬(21분,도움-이강인), 김신욱(31분,도움-김문환), 손흥민(45+5분,PK), 김신욱(55분,도움-남태희), 김신욱(65분,도움-홍철), 권창훈(77분,도움-황희찬)]

O 한국 선수들(4-3-3 포메이션)
FW: 손흥민(62분↔권창훈), 김신욱, 황희찬
MF: 남태희(76분↔이동경), 백승호, 이강인
DF: 홍철, 권경원, 김민재(69분↔박지수), 김문환
GK: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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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황희찬 김신욱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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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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