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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도 조국에 관심... '르몽드' 도발적 제목 눈에 띄어"

[인터뷰] 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 "일본은 과거사 보복 아니라지만... 그걸 믿는 외신은 없다"

등록 2019.10.12 11:17수정 2019.10.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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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문결 연구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남북관계와 한일 무역 분쟁, 조국 장관 관련 이슈에 대한 외신 보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외신 가운데) 물론 한일관계, 남북문제에 대한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국 장관 이슈에 대한 보도도 다수 나오고 있다. (중략) 그중 많은 곳에서 한국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보도한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외신에서도 충분히 언급되고 있다."

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으로 인문결 연구소 소장 직을 겸하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인 국제 전문 월간 시사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문결 연구소에서 임상훈 평론가를 만나 현재 한국의 국내외적 상황에 대한 외신들의 관점과 분석을 물었다. 한일 무역 분쟁, 한일 과거사 문제 및 조국 장관 관련 이슈와 같은 내용이다. 제 3자들은 한국의 주요 이슈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과 선 그은 독일 언론, '1965년 한일협정은 무효'
 

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 “외신도 조국에 관심"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문결 연구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남북관계와 한일 무역 분쟁, 조국 장관 관련 이슈에 대한 외신 보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현재 외신들이 주목하는 한국의 이슈는 무엇인가.
"물론 한일관계 및 남북관계에 대한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남북관계 관련해서는 지난 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주로 보도됐다. 한일관계는 단연 양국의 경제 제재 조치에 대한 것이다."

- 외신은 한일 무역 분쟁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나.
"일본이 경제 제재를 수단으로 '과거사 보복' 한 것이라는 입장엔 이견이 없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할 때 '이건 과거사 보복이 아니다'는 식으로 말했지 않았나. 하지만 그걸 믿는 외신은 없다. 그저 과거사 문제의 출발점을 어디로 잡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과거사 보복이라는 것에는 모든 외신이 인정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과거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관련시켰다'는 취지로 비판한 데 대해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한 수출 관리를 적정하게 시행하기 위해 운용(방침)을 수정한 것"이라며 "대항(보복) 조치가 아니다"고 반박한 바 있다.)

- 예를 들면 어떤 기사들이 있나.
"대표적으로 독일 언론이다.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 9월 17일자에 'Südkorea und Japan: Ein Handelsstreit und eine alte Schuld 한국과 일본 : 무역분쟁과 오래된 책임'이라는 기사가 있다.

기사는 한일 간 무역 분쟁의 원인을 일본의 식민지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독일과 일본이 똑같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반인륜적인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지만, 두 나라가 이후 대처하는 방식은 명백하게 다르다'는 비판도 더한다. 기사에서 사용된 근거는 양 국가 간의 헌법 제 1조 1항이다. 각 나라의 첫 번째 헌법 조항은, 그 나라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와 같다."

- 두 나라의 헌법 1조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대응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
"헌법 조항을 비교하면 명백해진다. 일본은 헌법 제 1조에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기재돼 있다. 독일 헌법 제 1조 1항에는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이다'라고 돼 있다.

두 조항을 비교한 이유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도 헌법 제 1조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접근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 언론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 강제징용 문제 모두 인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독일 기사에도 "65년 한일협정은 강행법규 위반"이라고 명확히 비판한 내용이 실렸다.

즉, 아무리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절차나 행위라 하더라도 그 법이 상위의 개념, 예를 들어 헌법적 원리나 국제인권법 등을 위반한 경우라면 그 법은 무효라는 의미다. 설령 1965년의 기본협정으로 모든 청구권이 소멸되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국제법상으로 징용에 대한 배상 요구를 소멸시킨 조약은 '강행법규'를 위반했기 때문에 무효가 된다고 지적한다."

"지치지 말고 저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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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문결 연구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남북관계와 한일 무역 분쟁, 조국 장관 관련 이슈에 대한 외신 보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독일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 다른 나라 언론에서도 보기 힘든 태도다. 보통 외신들이 한일 문제를 전한다고 하면, 약간 양비론적인 관점에서 보도한다. 물론, 일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는 모두가 입장이 같다. 하지만 독일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선명하게 지적한다.

독일에서도 양비론적인 보도가 없는 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의 9월 9일자 기사는 'Neue Fronten in Ostasien : 동아시아의 새로운 전선'이라는 제목인데, 현재 한일 경제 문제를 언급하면서 일본과 한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사 부분에서는 일본이 잘못했지만, 한국도 실용주의적 자세를 잘 유지해서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기사가 나온 후, 같은 매체에 반박 기고문이 실렸다. 9월 23일자에 나온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한국학과 하네스 모슬러(Hannes Mosler) 교수의 글이다. 'Wehret der Müdigkeit! 지치지 말고 저항하라!'는 제목이다. 여기서 지치지 말라고 하는 건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 어떤 의미로 한일 양국에게 '지치지 말라'고 하는 건가.
"먼저 한국 사람들에게는 오랜 시간 동안 일본이 사과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지치지 말고, 사과 받는 것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사과를 하지 않고서 도리어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를 감행한다든지, 이번 일본의 전시회에서 소녀상 전시를 중단시켰다든지... 그런 일련의 행동들을 이어오지 않았나.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일본과 싸우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본에게는 일종의 반어적 표현으로 사용한 것이다. 일본 사람들 가운데 '언제까지 우리가 사과해야 하냐'며 도리어 한국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미 우리가 사과하지 않았냐는 주장이다. 하네스 모슬러 교수는 일본에 '사과하는 것을 지쳐서는 안 된다'고 한다. 피해자가 인정하기까지, 사과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 독일 사례 외에도 한일 관계에 대해 목소리를 낸 사례가 있다면.
"과거사를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왜 미국에는 누구도 책임을 따지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는 역사학자 알렉시스 더든(Alexis Dudden)이 <뉴욕타임스>에 9월 23일 기고한 글에 담긴 내용이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America's Dirty Secret in East Asia(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추잡한 비밀)이다. 1965년 당시 한일 졸속 협정의 배후에는 미국 정부가 있다고 폭로한 내용이다."

- 외신들은 지금의 한일 무역 분쟁이 어떻게 되리라고 전망하나.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에 경제적 파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머지않아 중국이 한일 경제 문제에 개입할 것이라는 분석도 보도된 바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에 끼치는 경제적 영향도 클 테니까. 이처럼 외신들은 한국의 경제 동향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보도한다. 한국의 경제 실적이 전 세계의 경제 지표를 반영한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외신도 조국 장관에 주목... "잠재적 계승자의 가혹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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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 국제문제평론가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으로 인문결 연구소 소장 직을 겸하고 있다. ⓒ 유성호

 
- 언급된 이슈 외에 최근 외신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조국 장관에 대한 보도다. 물론 양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이슈들보다는 훨씬 적지만, 최근 들어서 이 부분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국내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 관계를 받아 적는 정도였는데 이 이슈가 워낙 오래가다 보니까. 외신들도 점차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던 거다.

그중에 내가 관심 갖고 본 건 프랑스 <르몽드>(Le Monde) 9월 18일자 보도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En Corée du Sud, l'âpre combat du potentiel successeur de Moon, 문재인 대통령 잠재적 계승자의 가혹한 투쟁'이다."

- 무엇에 대한 계승을 의미하는 건가?
"제목만 놓고 보면, 대권주자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긴다. 물론 이것은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모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제목이다. 하지만 본문은 국내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초점 맞춰져 있다. 한국에서 조국 장관에 대한 논란이 이는 이유는 검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의 한국 검찰은 절대 권력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를 이어 받은 게 조국 장관이라고 언급한다."

- 외신에서도 국내 검찰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 이 기사에서는 한국 사법기관이 일제시대의 잔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현 정부는 그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실패했던 것을 이번 정부에서 다시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외신에서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충분이 이해하고 있다."

- 조국 장관 임명과 관련해 현 정부에 대한 언급도 있었나.
"중국 기사였을 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왜 조국 장관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기사는 '문 대통령의 트라우마'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지 않았나. 문 대통령은 당시 검찰의 잘못된 수사로 노무현 대통령이 사망하게 된 것을 직접 목격한 당사자기도 하다. 그때의 기억이 문 대통령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고, 이것이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로 더 강하게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물론 조국 장관은 그 의지를 이어 받은 적임자였던 거고."

- 마지막 질문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검찰개혁뿐만 아니라, '언론개혁'도 같이 언급되고 있다. 해외 주요 외신들과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교해볼 수 있을까.
"내 경험을 빗대볼 수 있겠다. 2002년 당시, 내가 프랑스에 있었을 때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사회학자의 부고 소식이 있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학자였던 만큼 전 세계적 이슈였다. 하지만 나는 그 분의 부고 소식을 한국의 일간지를 통해 먼저 접했다. 반면 프랑스의 <르 몽드>는 그의 부고소식이 나온 후 느지막하게 심층 분석 기사를 냈다.

어느 것이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한국 언론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다. 집단 광기라고밖에 안 보이는 모습들도 더러 있다. 광기라고 표현한 이유는 한국 언론의 단독, 속보 경쟁 때문이다. 이런 경쟁이 정확한 사실 확인보다 속보에 더 가치를 두게 만들지 않나.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과열된 취재 경쟁이 시민들로 하여금 계속 '언론개혁'을 외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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