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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최후통첩'...직접 민주주의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9차 검찰개혁 촛불 참가기] 행정부 이어 검찰권력 흔든 촛불의 힘

등록 2019.10.13 17:04수정 2019.10.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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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be back~ 최후통첩”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전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 수호 검찰개혁” “We'll be back~ 최후통첩” "검찰개혁 적폐청산"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지난 12일, 제9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도 엄청나게 많은 촛불이 등장했다. 제 8차 문화제 때 헤아릴 수 없는 인원이 참석했고, 대검찰청이 자발적으로 개혁에 착수했기에 혹시라도 규모가 줄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촛불이 서초역을 중심으로 한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검찰개혁!"
"최후통첩!" 


이 거대한 외침을 들으면서, 온몸이 전율했다. 국가 권력의 3대 기능인 입법·행정·사법 중 행정과 사법에 촛불의 의지가 강하게 파고드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촛불이 대한민국 국가권력에 확실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촛불의 의미   
 

행사 차량에 걸린 ‘최후통첩’ 플래카드. ⓒ 김종성

'2016년 촛불'은 '행정'에 영향을 줘, 정부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 수감시켰다. 그로 인해 남은 건 '입법'과 '사법'이었다. 

검찰은 행정부에 속해 있지만, 기능상으로는 사법부와 유사하다. 오늘날의 법정에서는 검사가 피고인 및 변호인과 마주보고 있지만, 예전에는 검사가 판사와 나란히 앉아서 내려다봤다. 1954년 10월 14일 대법원이 '검사 및 변호인의 공판정에서의 좌석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당일자로 시행하고 나서 바뀌었다. 일제강점기 및 미군정기에 이어 정부수립 이후의 처음 6년간에도 검사석은 판사석 옆에 있었다. 검사의 기능이 판사와 비슷한 면이 있기에 가능했던 장면이다.

지금 국회에 설치돼 있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국정원·경찰과 더불어 검찰의 권한을 다루는 것도, 이 기관들이 순수한 행정 기능을 하기보다는 상당 부분은 사법에 가까운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촛불집회에 나타난 국민의 외침은 검찰을 향한 외침인 동시에 사법 기능에 대한 외침이다. 
 

대검찰청 앞 도로의 모습. ⓒ 김종성

 
'2016년 촛불' 이래 한국 사법기관들은 명암이 극도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촛불민심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대법원은 헌법재판소보다 더디게 움직였다. 사법농단 사태 때 사법부는 자정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6월 검찰 수사로 적폐청산을 당하는 불명예를 입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재판에 넘겨지는 등 대법원 적폐청산 과정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대의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 

그런데, 사법농단 때 적폐청산의 임무를 완수한 검찰이 이번에는 스스로가 개혁 대상이 되자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민들 사이엔 검찰 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는 위기감이 번졌다. 결국 서초역 일대에 촛불이 재등장해 검찰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대의민주주의만으로는 검찰 적폐청산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자, 직접민주주의가 '구원투수'로 등장한 셈이다.

가장 든든한 구원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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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2일 제9차 촛불문화제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촛불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을 대신해 나온 게 아니다. 조국 법무부장관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나온 사람들도 아니다. 촛불 국민들로 인해 문재인 정권과 조국 장관이 정치적으로 득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부수적 결과일 뿐이다. 촛불 국민들은 다들 '자기 일'을 하러 나온 것에 불과하다.

이들은 헌법 제1조 제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을 실천하고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행정'에 이어 '사법'으로 향하던 적폐청산이 일부 검사들의 움직임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직접 뛰쳐나와 적폐청산을 완성하고자 나선 셈이다.

이렇게 검찰은 박근혜 청와대에 이어 촛불의 직격탄을 맞은 두 번째 국가기관이 됐다. 이처럼 2016년 이래 촛불은 박근혜 행정부를 강타하고 지금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나섰다. 촛불이 행정과 사법에 확실한 영향을 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남은 권력은 3분의 1이다. 나머지 3분의 1에 대한 국민의 뜻은 굳이 촛불집회를 거칠 것도 없이 내년 4월 제21대 총선으로 상당 부분 드러날 것이다. 물론 장애물이 없는 건 아니다. 선거 때마다 강해지는 보수 언론을 비롯한 보수 세력에 의해 촛불의 의지가 왜곡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도 전망은 어둡지 않다. 거듭되는 총선으로도 적폐청산이 어렵다면, 언제든 구원투수로 등판할 대규모 촛불이 있기 때문이다. 촛불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남아 있는 한, 나머지 3분의 1 적폐청산도 언젠가는 반드시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해서 입법부 적폐청산까지 마무리된다면, 국민의 뜻을 충실히 수행하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적폐를 양산하는 권력은 꼭 국가권력만은 아니다. 경제권력도 있고, 언론권력도 있고, 종교권력도 있고, 사학권력도 있다. 또 음지에서 국내총생산(GDP)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지하경제 권력도 있다. 이 모든 권력에 영향을 행사한다면 아름답고 공정한 세상이 될 수 있다. 만약 이들이 공동체의 행복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면 촛불은 그들을 향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촛불 문화제에서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진보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확인했다. 국가가 위급할 때 언제라도 촛불이 등장해 우리 사회를 올바른 위치로 돌려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이라는 존재, 이것을 이번 촛불 문화제의 가장 큰 소득으로 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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