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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왜 전 생애에 걸쳐 차별받아야 하는가?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 5강 마녀, 성평등X노동을 외치다

등록 2019.10.16 11:53수정 2019.10.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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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는 일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해 '페미노동아카데미' 를 운영합니다. 올 2019년은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를 맞이하여 "독립생존을 준비하다"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독립된 주체로 지속가능하게 노동하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5회의 연속강의를 마련했습니다. 5강 <마녀, 성평등X노동을 외치다 (강사: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후기를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 전 강좌를 수강하신 신배경님의 글로 전합니다.[편집자말]
독립, 그리고 생존. 언제부터인가 삶을 살아간다기보다 버티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 사람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독립과 더불어 경제적인 독립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즉, 내가 나를 먹여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2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살아낸 시간을 돌아보니, 어느 순간부터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내 안에 있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진행하는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 5강 <마녀, 성평등X노동을 외치다>에서 성평등노동을 주제로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가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을 통제해오던 역사’ 파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나'의 역사에서 톺아보는 가부장제

종갓집 장손을 아버지로 두고, 또 한 명의 종갓집 장손을 손 위에 두고 자라온 세월 속에서 보고, 듣고, 익힌 것은 '차별을 감내하기'였다. 집 안의 제사를 비롯한 대소사가 있을 때 마다 '가사노동자'인 엄마와 '딸'인 나는 집 안의 남성들이 제사라는 "그들만의 의식"을 잘 지낼 수 수 있도록 시중을 든 후에야 앉을 수 있었다.

사표를 낸 며느리와 B급을 단 며느리를 비롯한 한국 '며느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게는 '며느리'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았다. 가부장제라는 틀 안에서 주체적 인간으로 도저히 발 디딜 틈 없는 여성의 서사. 나, 그리고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여성들의 서사와 맞닿아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던 온도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별에 따른 불평등이 존재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겪는 부당함에 대해 표현 할 수 있는 언어를 찾고 싶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홀로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요즘처럼 생존이란 단어가 절실하게 와 닿은 적이 있었던가. "독립 생존"에 대한 준비를 고민하던 중 때마침 <페미노동아카데미>를 만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진행하는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 5강 <마녀, 성평등X노동을 외치다>에서 성평등노동을 주제로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가 ‘여성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성장한 경제’ 파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나'를 둘러싼 세계, '여성'을 억압하는 구조였다

역사 안에서 여성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구축한 구조 안에서 개별주체로 서는 기회를 박탈 당하고 가부장제+자본주의가 원하는 '여성성'을 강요받아왔다. 이번 강의에서 국가가 여성의 자기 신체에 대한 권리를 부정하고 있음을 설명했는데, 최근 헌법불합치 판결이 난 낙태죄의 경우, 국가는 낙태가 필요한 시기에는 적절히 눈감으며 여성의 재생산권을 통제해온 역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대신'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억압의 구조가 여성에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은 명백한 '불평등'이다.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기저에 깔려있는 흐름 안에서 여성의 노동 또한 평가절하 되어왔다. 강의 내용에 따르면, 각 직종에서 여성을 배제시킨 '동업조합 운동'과 여성의 외부 활동을 금하고, 남편을 돕는 방식으로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동업조합법령'을 통해 사회생활의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시켰던 기록이 남아있다.

남성의 노동과 여성의 노동에 대한 '차별'은 산업화와 함께 시작되었는데,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남녀 임금차별을 보여주는 기록이 남아있다. 1970년대 경공업 수출산업의 비중이 컸던 한국의 경제 성장은 여성의 임금을 낮추어 수출상품의 단가를 낮추고, 성별 임금불평등이 발생했다고 한다. 강사가 예시로 들었던 사례 중, 직원 5명 규모였던 가발공장 <YH무역>은 3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규모로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강사는 당시 수출산업부문 여성노동자의 비중이 50~70%였는데, 이때의 성별임금격차는 48.5%에 달한다며, 이는 여성노동자들의 임금 착취로 이루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어떨까?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른 통계를 보면 한국 여성 노동자의 50%이상이 비정규직이며, 월 임금총액 또한 남성노동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강사 배진경은 지적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성별에 따른 차별은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임금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성차별은 임금차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IMF 당시 해고 0순위가 여성이었다는 점,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기반하고 여성을 '가정'의 영역에 두며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등 한국 임금노동의 역사 속에서 여성노동자들은 부당해고-불안정한 상황으로 내몰려온 것이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손잡은 '여성통제'는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며, 여성의 노동은 여전히 평가절하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성은 가정주부인 무급의 돌봄 노동 제공자로, 남성은 생계부양자인 유급의 노동자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노동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 노동으로 치부되고 있다. '일하지 않는 것처럼 아이를 돌보아야 하고, 아이가 없는 것처럼 일해야 하는 것은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하는 대다수 여성들의 몫이다.
 

5강 후기를 작성해주신 신배경님은 강의가 끝난 뒤, 10월 3일 9차 사파 작은희망버스에 참여했다. 이번 희망버스는 강남역에서 김용희 삼성해고자, 서울요금소(하행선) 캐노피 아래에서 투쟁중인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과 김천 한국 도로공사 본사,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고공농성중인 노동자들까지 찾아갔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은 왜 전 생애에 걸쳐 차별받아야 하는가?" : 해답을 찾아가기 위해

<페미노동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리는 계기가 되었던 내 안의 생존에 대한 두려움의 실체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한 나의 의식과 무의식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이번 강의를 통해 직면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문장이 "여성도 사람이다."라는 급진적인 주장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내가 속한 사회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강남순 교수는 '21세기 페미니스트 철학'이라는 책에서 "역사성에 대한 철저한 인식은 역사에 대한 책임적 개입을 의미한다.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이 역사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인간이 '역사에 의해' 구성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역사를' 구성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의식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페미노동아카데미>가 끝나고 며칠 뒤 "희망버스"에 올라 강남역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님, 이재용 님과의 만남 후에 서울요금소로 향했다. 캐노피 위에서 투쟁 중인 6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마주보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건물에는 "사람 중심의 스마트 고속도로"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걸려있었다. 6명의 여성노동자들은 매일 매 시간 그 문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서울요금소 캐노피 위에서 투쟁 중이던 6명은 지난 10월5일 98일 만에 땅을 밟고, 곧바로 김천 한국도로공사본사 농성장에 합류하였다.)

왜였을까. 전에 만난 적 없고, 이름도 알지 못했던 생면부지의 여성노동자들 앞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캐노피 위에서 손을 흔드는 6명을 뒤로 하고,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정문을 막아선 방패 너머로 농성중인 여성노동자들 몇 분과 겨우 눈을 마주치고, 다시 영남대 의료원으로 출발하여 옥상에서 해고자 고공농성 중인 박문진, 송영숙 님을 위한 연대집회에 참여했다.

그날 서울에서 김천으로, 영남까지 하루 종일 돌며 만났던 노동자들은 두 명을 제외하고 다 여성노동자들이다. 왜 그들은 캐노피 위에, 옥상 위 난간에 올라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강의를 통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여성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고, 여성을 착취하고 있음을 배웠다면, 이번 현장에서 만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내가 발 딛고 있는 세상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을 어떻게 대우하고 판단하는지 여과 없이 마주하게 되었다.

노동자들의 여러 투쟁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사람답게 살고 싶다"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가르치는 이 사회에 "모든"의 범주에 대해서 묻게 된다. 동시에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역사에 의해 구성된 구조적 차별과 배제에 대해 역사적 존재로서 주체적 목소리로 "그것은 아니다"라는 외치는 소리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나의 목소리를 건네고 싶다. 토머스 머튼의 말을 빌려 "당신은 또 다른 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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