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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내부거래 규제 비웃는 '사각지대' 늘어간다

2018년도 사각지대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 금액 각각 12.4%, 27조5000억원

등록 2019.10.14 13:42수정 2019.10.1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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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비중 추이 ⓒ 공정위 제공


총수 일가가 높은 지분을 보유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가능성이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규제 대상으로 삼아온 '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지난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규제 대상회사의 자회사라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서 벗어난 '사각지대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은 모두 늘어났다. 사업자가 입찰이나 경쟁을 거치지 않고 적당한 상대를 선택해 계약하는 '수의계약'이 사각지대 회사의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90%를 넘어섰다.

14일 공정위가 발표한 '2019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지난 5년새 가장 높은 198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 가운데 내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2%였다. 공정위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의 내부거래 현황을 파악한 결과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금액과 비중에서 각각 7조2000억원, 0.3%p 증가한 꼴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발표한 2018년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조사에서, 2017년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이 각각 191조4천억원, 11.9%라고 밝혔다.

지난해 기록과 비교했을 때 내부거래의 '비중' 자체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12% 내외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금액 만큼은 '역대급'이었다. 공정위가 처음으로 사익편취를 규제하겠다고 나선 2014년(181조1000억원)부터 2016년(152조5000억원)까지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이 수치가 191조4000억원을 가리키며 역전됐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를 향한 공정위의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 금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186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11.2%, 금액은 9조2000억원으로 전년(내부거래 비중 14.1%, 금액 13조4000억원)보다 각각 2.9%, 4조2000억원 만큼 줄었다. 사익편취 규제 회사란 대기업 총수일가가 상장사에서 30%, 비상장사에서 2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를 말한다.

하지만 총수일가가 20%~30%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거나,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사각지대 회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 모두가 증가했다. 2018년도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은 12.4%, 27조5000억원으로 2017년도 11.7%, 24조6000억원이었던 것보다 각각 0.7%p, 2조9000억원 늘었다. 사각지대 회사라는 이름처럼, 그야말로 규제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사각지대 회사의 계열회사 간 거래 가운데 90.4%는 '수의계약'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은 경쟁이나 입찰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사각지대 회사들은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는 만큼, 이전부터 이들 회사 또한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법을 바꿔 사각지대 회사에 대한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통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 또한 규제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에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준인 총수일가의 지분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바꾼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후 공정위는 이 같은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여야의 의견 차이로 처리는 아직까지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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