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버림받은 쿠르드, 시리아군과 손잡아 '혼돈의 중동'

쿠르드-시리아, 터키 공격에 대응... 미국 "개입 안 해"

등록 2019.10.15 09:33수정 2019.10.1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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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군의 협정 체결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터키의 군사공격을 당한 쿠르드족이 시리아 정부군과 손을 잡았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각) 쿠르드 당국은 성명을 내고 "터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터키와의 국경을 따라 시리아군을 배치하도록 시리아 정부와 협정을 맺었다"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쿠르드족 민병대와 시리아군이 협력해 터키와 본격적으로 맞서면서 군사충돌이 더 격렬해지고 민간인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9일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이 철수 결정을 내리자 이 지역의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터키에 있는 시리아 난민 정착촌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군사공격을 개시했다.

터키는 자국 내에서 분리 독립을 꾀하는 쿠르드족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며 척결을 목표로 해왔다. 

반면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큰 역할을 하며 미국의 동맹으로 인정받았으나, 미군 철수로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터키의 공격을 당한 쿠르드족으로서는 '앙숙'이었던 시리아 정부와의 협력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리아로서도 북부 지역을 실효 지배하고 있던 쿠르드족과의 관계를 개선해 정권의 기반을 강화할 수 있고, 이는 곧 시리아를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군 철수로 쿠르드족과의 동맹 관계를 배신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전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시리아 북부의 미군 1000명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군인을 죽거나 다칠 수 있는 위험에 두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겠다"라며 "쿠르드족을 대신해 오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터키와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200년간 서로 싸워온 사람들 사이에서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쿠르드족이 억류하고 있던 IS 조직원들이 대거 탈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가 개입하게 만들기 위해 쿠르드족이 일부러 풀어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라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대외 정책은 오히려 미군과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다"라며 "미군 철수의 수혜자는 IS, 러시아와 이란"이라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쿠르드족과 시리아군의 협정으로 향후 터키군과 시리아군이 직접 맞붙게 되면서 중동 정세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쿠르드족 #터키 #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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