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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조국 사퇴 많이 늦었지만... 문 대통령, 반전 기회 있다"

[인터뷰] "광화문과 서초동의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등록 2019.10.16 12:31수정 2019.10.1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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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시대정신연구소와 함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만났다. <오마이뉴스>는 시대정신연구소와 함께 '국가'를 주제로 인물을 선정해 기획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 첫 주자로 윤여준 전 장관의 인터뷰를 싣는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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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전 환경부장관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만났다. ⓒ 곽우신


"희(喜)소식이 아닌 비(悲)소식이다. 그러나 반전의 기회는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소식을 들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반응이다. 윤 전 장관은 "조국 장관은 어쨌거나 현 정권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사 아니냐, 그런데 왜 저렇게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뒀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조 전 장관의 사퇴는 윤 전 장관을 만나기 1시간 전에 발표됐다. 14일 오후 3시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윤 전 장관의 휴대폰은 계속 울렸다. 언론·청와대·정부·정당을 거친 원로에게 '조국 사퇴'에 대해 견해를 듣기 위한 기자들의 전화였다. 기자 역시 본래 예정된 주제에서 벗어나 조 전 장관 사퇴에 대한 평가, 검찰개혁의 향방, 문재인 대통령의 과제 등에 대해 물었다. 윤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머리)과 윤석열 검찰총장(팔다리)이란 '조합'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한 것은 좋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실화 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고 봤다.

그는 "문 대통령이 이제 아주 험한 산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서초동·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연달아 열리는 등 진영간 대립으로 정치적 리더십 실종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등 위기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렵지만 반전의 기회는 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촛불정부'라고 자처한 만큼, 검찰개혁을 포함한 모든 개혁 과제들을 혁명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무엇보다 "정치적 이상은 높되 그를 실현할 실력이 부족한 점을 솔직히 인정하면 국민들이 다시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윤 전 장관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딱 두 가지"

- 1시간 전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다.
"많이 늦었다. 최근에 보니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을 서두르는 게 보이더라. 가족들이 조사받는 상황에서, '조국 장관이 시간이 없구나' 싶었다. 본인이 사퇴하더라도 검찰개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구조를 만들고 빠지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고 짐작은 했었는데, 오늘(14일) 사퇴할 줄은 예상 못했다."

- 조국 장관의 사퇴가 왜 많이 늦었다고 보나.
"청와대 판단 근거를 잘 모르겠다. 조국 장관은 어쨌거나 현 정권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사다. 그러면 그 사람을 살릴 생각을 해야 하지 않나. 저렇게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면 앞으로 쓸 수가 없다. 그런데 왜 저렇게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뒀는지 모르겠다. 훌륭한 사람이 낙마했다. 가슴 아픈 일이다. 희소식이 아니라 비소식이다."

- 조국 장관이 발표한 검찰 개혁안들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조국 장관이 발표했던 검찰개혁안은 입법사항이 아니다. 법무부가 입법부가 아니니까. 그런 점에서 지엽적인 내용들이다. '피의자 인권을 고려해 포토라인 안 세운다' '밤에 수사 안 한다' 물론 그것도 고쳐야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게 검찰개혁의 핵심은 아니다."

- 그럼 윤여준이 보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개혁의 비중으로 보면, 진짜 핵심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검찰권력이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안 하는 게 중요한 검찰개혁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형로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검찰과 사법부를 대형로펌들이 좌지우지하고 있지 않나. 대통령 권력으로부터, 대형 로펌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제도를 고쳐야 하고 관행을 고쳐야 하는데, 그런 건 결국 입법 사항이다."

- 조국 장관은 사퇴했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 탄 사법개혁안은 여야 대치 국면 속에서 앞날이 불투명하다.
"물론 법을 고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행정부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조국 장관이 없으면 못하나?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 일각에서는 조국 장관 사퇴가 정권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연초에 내가 '해질녘에 산길로 들어섰다'라고 평한 적이 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데 아주 험한 산길에 들어선 형국이다. 큰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힘이 확 빠질 수 있다."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처음부터 인사가 잘못됐다. 인사는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조국 장관을 임명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의혹이 있어도 임명하는 나쁜 선례'가 됐다. 의혹이 있다면,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임명해서는 안 됐다. 법무부 장관이 어떤 자리인가. 국무위원 아닌가."

"지금 정부 이상 높지만 실력 부족... 대통령, 진솔하게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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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 곽우신

 
- 애초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말로 들린다.
"처음에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수사관 문제가 생겼을 때, 민정수석실 내부 사정을 조금 들어본 적이 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검찰을 잘 관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 그럴 수밖에! 검찰 조직이 보통 조직인가. 교수를 하던 사람이 어떻게 지휘를 하겠나. 경험이 있어야지. 그 말을 딱 듣고 내가 방송에 나와서 그랬다. '읍참마속' 했어야 한다고. 제갈량이 엎드려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벴다. 안 베면 군령이 무너지니까. 이때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수석을 해임했어야 된다고 본다.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막았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 머릿속에 검찰개혁이 꽉 차 있으니까, 조국이 검찰개혁의 제일 적임자라고 봤을 수 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조직을 지휘·감독하려면 그것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거의 현안에 손을 안 댔다는 이야기가 당시에도 나왔었다. 그래서 윤석열과의 조합을 생각했을 것이다. 조국 수석이 다 할 수는 없으니까 조국 법무부 장관은 머리가 되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팔다리가 되는 검찰 개혁을 꿈꿨던 것 같다.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현실화 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퇴 직후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라고 밝혔다.)

- 그렇다면 지금 상황을 만회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하나.
"어렵지만, 반전의 기회는 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 '반전의 기회'를 어떻게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 정부는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촛불정부'라고 명명했다. 촛불혁명이 무엇인가? 사실 이름이 혁명이지만 혁명은 아니었다.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하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새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러면 왜 혁명이라 이름 붙였을까? 시민들이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다. 붕괴된 기존의 국가 시스템을 대체할, 무너진 국가를 다시 세울 혁명적인 변화를 원했다.

이 정권의 정치적 이상은 높다. 다만 그 이상을 실현할 실력이 부족하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개혁을 완수하려고 했는데, 어떤 점들 때문에 어렵다. 못했다. 죄송하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을 비난할까? 아니다! 용서하고 기회를 줄 거다. 그리고 남은 임기 동안 모든 걸 바꾸려고 노력하는 거다.

예컨대 검찰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나부터도 검찰개혁을 강렬하게 원하고 있다. 광화문에도 '조국에는 반대하지만, 검찰개혁은 필요한데...'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서초동에 나선 사람 중에서도 '검찰개혁은 원하지만, 조국 수호는 좀...' 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이들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 의회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민국은 대의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거대 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를 봐라. 서로 상대방을 죽이겠다고 공격하지만, 결과적으로 죽었던 상대방을 살려주는 모양새가 됐다."

"참회 안 하는 한국당, 대안세력 될 수 없어"

- 조국 장관 사태로 인해 한국당 지지율이 반등했다.
"내가 봤을 땐 한국당이 지지율 올랐다고 좋아할 일이 하나도 없다. 앞으로 첩첩산중이다. 일반 국민의 정서가 앞으로 한국당에 우호적으로 작용할까? 검찰개혁을 바라던 중도층이 한국당을 어떻게 보겠나?

그렇다면 검찰은 어떨까? 정경심 교수의 구속 영장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 교수가 만약 불구속기소되더라도 조국 장관 조사는 불가피하다. 장관도 그만뒀으니까. 그러면 검찰이 한국당 의원들은 그냥 둘까? 패스트트랙뿐만이 아니다. 거기는 지금 속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오죽하면 법사위원장(여상규)이란 사람이 '정치적 사건이니까 수사하지 마라'고 국감장에서 이야기를 하나. 그것도 판사 출신이. 그게 말이 되나? 정치적 사건이어도 위법이면 수사를 해야지 왜 안 하나. 말도 안 되는 궤변이다."

- 한국당은 대안 세력이 될 수 없다는 뜻인가?
"보수는 참회부터 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 모두 모이자? 말은 좋지. 그런데 그들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유주의자를 탄압했고, 민주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탄압했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공정이다. 그런데 공정이라는 가치를 탄압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승해 극심한 빈부격차를 만들었다. 이에 대한 반성은 하나도 없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실현하겠다? 그들이 한 번이라도 이걸 해 본 일이 있었나?"

- 정치가 불신받고 있다. 해결 방법이 없을까?
"폴리티컬 리더십(Political Leadership) 실종 상태다. 대통령과 여야 중진을 막론하고 정치적 리더십이 없다. 이런 수준의 리더십으로는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 디지털 혁명의 물결이 노도처럼 들어오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대내외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 총의를 모으고 역량을 모아도 쉽지 않을 판인데 나라가 이렇게 쪼개져 있으면 무슨 수로 국력을 모으겠나. 

국가가 신뢰를 통해 굴러가도 시원찮을 판에 불신이 지배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분열의 메시지가 아니라 통합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 대통령을 포함해서,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은 정의롭고 자발적인 시민, 상대를 지지하는 국민을 동원된 군중으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한쪽만 듣지 말고 모두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회에서 민의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 국회에서 정치 안 하고 광장에 나가 있는 국회의원들 모두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배지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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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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