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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 박자 맞추기, 이렇게 어려울 수가

[물공포증인데 스쿠버 다이빙] DM을 위한 시험

등록 2019.10.23 16:51수정 2019.10.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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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다합(Dahab)에서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OpenWater)부터 다이브마스터(DM)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물 공포증이 있었던 필자가 2018년 12월 27일부터 2월 19일(55일)까지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 기자말

1. 레스큐 교육 및 시험
  

옥토퍼스 월드 다합 센터 다이버들과 함께. ⓒ 차노휘

 
교육생들 훈련 보조 외의 시간에 틈틈이 시험을 치렀다.


수중에서 의식 없는 다이버 수면으로 떠오르게 하기, 타원형 탐색, 원형 탐색, 소시지 쏘아 올려서 걷어 오기, 수면에서 패닉 상태 다이버 뒤에서 끌고 100미터 가기 등. 유난히 추운 날씨에 실수를 거듭했지만 통과했다. 다음날 실시한 레스큐 교육과 시험에 비하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레스큐 교육을 받기 전에 들은 말이 있었다. 구조자보다는 희생자가 더 고생한다, 물을 많이 마셔서 구토까지 한다 등. 이 모든 소문은 사실이었다.

희생자 역할 다이버는 장비 착용하고 물 위에 엎드려서 둥둥 떠 있다. 구조자는 희생자에게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물을 튕기면서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패닉 상태 희생자가 구조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자는 물을 튕기면서 "다이버, 다이버 괜찮으세요?"라고 외친다. 조나단은 시작 단계부터 나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내가 "다이버, 다이버, 괜…"라고 말하면 목소리가 왜 그리 작냐, 희생자가 듣겠냐…, 하다가 목소리를 크게 하면 다급한 목소리로 해야 되지 않냐, 라며 실실 놀려댔다. 나도 대거리를 해댔다. "여기가 뭐 연극 학원입니까?"라고.
 

다이빙하기 전 버디 체크(짝꿍끼리 서로 장비가 이상 없는지 확인해 주는 과정). ⓒ 차노휘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희생자를 수면으로 돌려세우고는 인플레이터로 공기를 최대한 BCD에 공급한다. 희생자 웨이트와 호흡기, 마스크를 벗겨낸다. 열을 센 뒤 인공호흡을 한번 시킨 다음 도와주세요, 라고 외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근 물속에 다이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다음부터가 어렵다.

박자 열에 맞추어 인공호흡을 실시하면서 희생자를 뭍으로 이동시키는 일이다(기본적으로 100m 이상). 이동시키면서 희생자와 구조자 장비를 하나씩 벗겨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호흡 박자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나, 둘… 일곱에 왼손을 턴다. 물기를 털어내는 작업이다. 여덟에 희생자 코를 쥐고, 아홉에 희생자 입술에 입술을 가져갈 준비를 하고는 열에 공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다시 하나 둘… 반복이다.

생각보다 박자 맞추기가 어렵다. 장비 벗기느라 반박자라도 놓치면 어김없이 다시, 라는 말이 떨어진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구조자는 시험 통과를 위해서 고생한다지만 구조자 역할을 하는 다이버는 물 위에 또 떠서(장비 벗겨내면 가라앉기도 하면서) 끌려가야 한다. 얼굴도 제대로 탄다. 일곱 번째에 손을 털지 않을 경우 희생자 코로도 물이 들어간다. 말 그대로 개고생이다. 훈련생 3명은 돌아가면서 희생자가 되었다. 그런 다음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2) 레스큐 시험에서의 마지막 관문
  

센터에 온 펀 다이빙 손님들과 함께. ⓒ 차노휘

 
레스큐 교육과 시험은 2미터에서 5미터 수심 바다에서 이루어진다. 인근 앞바다다. 해안가에는 카페가 죽 늘어서 있고 그곳에는 늘 관광객이 북적댄다. 관광객 바로 앞에서 다이버 다이버 괜찮으세요, 라고 외치거나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인공호흡을 하고 장비를 벗겨낸다.

박자 틀리면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작은 소리로 하면 큰소리로 하라고 조나단이 버럭 고함을 친다. 군대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구령 맞추는 소리가 딱 그 소리가 아닐까 싶다. 해안가 카페에 한국말을 알아들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마는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해주는 셈이다.

희생자도 구조자도 장비를 다 탈의하고 해안가까지 무사히 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구조하느라 수면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았던 장비를 찾아서 잽싸게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웨이트는 수면이 아니라 2,3m 물 바닥에 있다(그때 나는 6kg 웨이트를 착용했다).

조나단은 장비 다 착용했으면 2, 3m 수심에 떨어진 웨이트를 어김없이 주워오라고 명령했다. BCD, 웨트슈트, 공기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부력이 상당하다. 가라앉는 것도 힘들다. 그것을 짊어지고 2m 수심 바닥에 떨어진 웨이트 6kg을 주워 와야 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물속에서 허리에 착용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순토 다이브 컴퓨터, 터키식 커피, 로그북, 웨트슈트) ⓒ 차노휘

 
몇 번 실패 했지만 기어코 해냈다. 한번 해내고 나니 계속해서 성공했다. 부력 강한 장비 짊어지고 세 번이나 해냈다. 

레스큐 시험은 무사히 통과했다. 고통 끝에 오는 쾌감은 상당했다. 그리고 실력이 늘었다. 바닥에 떨어진 웨이트를 주워온 뒤부터 장비 도움 없이 폐 속의 공기 조절 만으로도 잠수가 가능해졌다. 조나단은 심술궂은 교관처럼 DMT들에게 훈련을 시켰지만 그는 훌륭한 스쿠버 다이빙 강사였다. 또 한 가지 안 사실은 규만 2m 수심에서 웨이트 주워오는 것에 세 번 다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녀도 못하는 것이 있었다.

3) 끝나지 않는 위기
  

인근 앞바다에 변기가 수심에 따라 몇 개 있다. 수중 변기에 앉아보기. ⓒ 차노휘

 
이렇게 하여 이곳에서 오픈워터부터 시작해서 어드밴스, 스페셜티 3개, 레스큐, CPR 자격증을 취득했다. 최종은 DM(다이브 마스터)이다. 2월 19일 다합을 떠난다. 8일 정도 남았다.

이제 남은 시험은 두 군데 가이딩 테스트와 물속 지도 2군데 그리기, 400미터 수영 10분 안에 들어오기이다.

가이딩 테스트는 인근 바다 두 군데 포인트 길을 익혀서 교육생(손님)을 가이드하는 것이다. 실제 교육생이 아니라 가이딩을 하지 않는 DMT 둘과 줄리아가 펀 다이빙 손님 역할을 한다. 가이드가 알지 못하는 돌발 상황을 준비한다. 가령, 핀을 잘못 신었거나 수면 위로 붕, 뜨거나 하는. 그럴 때면 가이드로 나선 이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내게 가이딩 테스트는 최대의 위기였다. 3개월째 훈련을 받고 있는 규, 한 달 잡고 훈련받으러 온 J. J는 짧은 훈련 기간 때문에 몰아서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 덕에 실력이 빨리 늘었다. 이 둘은 한 달 전 귀국하기로 했지만 연장해서 셋 다 귀국 날짜가 비슷하게 되었다. 그들이 남아서 나는 외롭지 않았지만 한 달 혼자 훈련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

교육생들 훈련은 센터 수입과 연결되기 때문에 실수하는 훈련생보다는 좀 더 잘하는 훈련생에게 시범 기회가 늘 돌아가기 마련이다. 빈번하게 나는 배제되었다. 열등생만이 알 수 있는 열등감으로 나는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가이딩 테스트 때 폭발해버린 것이다.
 

다합의 밤거리. ⓒ 차노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스쿠버다이빙 #여행 #다합 #이집트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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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문학박사.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투마이 투마이》, 장편소설 《죽음의 섬》과 《스노글로브, 당신이 사는 세상》, 여행에세이로는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물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 등이 있다. 현재에는 광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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