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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마셔도 화장실에? 당신의 장이 약한 이유

[김창엽의 아하! 과학 27] 설사 좌우하는 장내 미생물 차이도 면역 유전자 영향 탓

등록 2019.10.16 14:28수정 2019.10.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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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환절기 시쳇말로 '물이 바뀌면' 아랫배가 아프다든지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이 약하다'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현상이 도드라진다. 설사를 유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른바 약한 장을 '타고 난' 사람들에겐 잦은 설사가 숙명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장이 약한 이유도 여러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는데, 흔한 게 장내 미생물 집합체('장내 균총'이라고도 함)의 '부조화'에 기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건강한 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들의 종류와 이들의 구성비율 등이 적절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설사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장균 전자현미경 사진. 사람 장에는 인종에 관계 없이 대장균 등 대여섯 가지 미생물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또 사람마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미생물까지 합치면 대략 20여 종 안팎이 사람과 공생하고 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장내 미생물과 인간은 공존관계로, 장내 미생물 집합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인간 또한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까짓 미생물이 아니라 너무도 긴요한 그래서 장내 미생물 집합체는 크게 보면 인간을 구성하는 신체 '부위'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기도 한다.

장내 미생물 집합체는 출생 후 음식 등을 섭취하는 등의 과정, 즉 후천적으로 대부분 형성된다. 그렇다면 음식만 제대로 섭취하면 누구나 건강한 장내 미생물 집합체를 가질 수 있을까?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노란색)가 세균(주황색)을 포식하고 있는 모습. 면역체계는 인체와 미생물의 공생 혹은 침투 저지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최근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먹는 음식이 똑같다 해도 장내 미생물 집합체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연구팀은 먹는 음식이 다르고 주거 등 환경이 달라도 쌍둥이들의 경우, 장내 미생물 집합체가 비슷하다는 등의 사실에 착안해 실험을 실시한 결과, 유전자가 장내 미생물 집합체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카고 대학의 알렉산더 체르본스키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면역 유전자의 특질이 다른 무균 생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무균 생쥐이므로 처음에 이들의 장내에는 이렇다 할 미생물이 없었는데도, 같은 먹이를 주고 나중에 형성된 장내 미생물 집합체를 조사한 결과 생쥐들끼리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면역 유전자가 다른 생쥐를 선택한 이유는 면역 시스템이 박테리아 등 체내 미생물의 존재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체르본스키 박사는 "적응 면역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크지 않았다. 타고난 면역 유전자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장내 미생물 집합체의 성격이 좌우됐다"고 말했다. 적응 면역이란 이른바 T세포 B세포 등으로 알려진 면역 체계의 하나로써 외부에서 세균 등이 침입하면 그에 맞춰 면역력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이는 순수하게 타고난 면역 체계와는 구별된다.

연구팀은 면역 체계가 장내 미생물 집합체 형성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인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그 같은 일이 일어나는 지는 향후 밝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일부 미생물들은 면역 체계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한다는 점 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시카고 대학의 이번 연구는 한방 등에서 종종 얘기하는 사람의 '체질'이 사실상 유전자에서 비롯된 차이일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랫배가 차갑다든지 하는 이유로 설사가 잦은 게 따지고 보면 유전자에서 유래한 것일 수도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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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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