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검찰공화국은 정치인 스스로 만들어냈다"

[인터뷰 ②] <희망을 향한 반걸음> 펴낸 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

등록 2019.10.17 13:33수정 2019.10.17 13:33
4
원고료로 응원
 
a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조국 사태'로 인한 국민여론 분열과 관련해 "정치권 내에서 정치적으로 협상해서 해결하지 않고?정치권이 스스로의 운명을 검찰과 법원의 칼날에 맡기는데, 그런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라며 "'검찰공화국'은 정치인 스스로 만들어낸 부분이 많다"라고 꼬집었다. ⓒ 유성호


[인터뷰 ①] "문재인 정부, 미국과 상의 않고 질러보는 배짱도 필요해"

"영변 핵시설 중단, 비핵화 해결의 상징적인 조치"

-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중지하라고 한다면 미국이 받아들이지 못하나?
"충분히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훈련은 돈 낭비'라고 말했다. 일부 제재 해제도 그렇지만, 한미연합훈련도 일단 중지했다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다시 재개해도 된다. (한미연합훈련 중지는) 큰 타격이 있는 게 아니다. 반면 북한은 실제로 있는 시설물을 부셔야 하고, 그것을 복구하려면 몇 년이 걸리는데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다시 할 수 있는 것(한미연합훈련)을 왜 마음먹지 않느냐고 북측에서 말할 수 있다."

- 부분적 제재 완화로서 섬유, 석탄 제재를 3년 유예하는 방안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나?
"북한이 먼저 미국이 원하는 것을 많이 내놓은 후에 그것(섬유·석탄 수출 제재)을 해주겠다는 것 아닌가? 9.19공동성명(평양공동선언)에도 나오지만 북측에서 보는 건 영변을 내놓으면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는 방안이 아니라 먼저 북한이 풍계리(핵실험장)·동창리(미사일발사장) 폐쇄나 미군 유해 송환을 해준 것에 미국이 상응조치를 해주면 (그 다음에 북측이) 영변을 포기하고, 그렇게 하면 다시 미국이 상응조치를 해주는 식이다. 이렇게 북미가 서로 주고받고 하는 식으로 하자는 것이 9.19 선언에 다 나와 있다. 그런데 (하노이 협상에서) 일단 영변을 줄 테니 상응조치를 해달라는 식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양보한 것인데 미국이 안 받아들이고 더 요구하니까 원래 요구 조치로 돌아가버렸다."

- '영변'이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시작이라고 보나?
"그게 시작이다. 북한의 강경파는 이미 만들어진 핵탄두를 어떻게 하냐고 한다. 옛날에 북한의 핵문제를 처리하려고 했다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는데 이제는 북의 핵능력이 고도화돼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오히려 단계적으로 하는 게 상호신뢰도 쌓을 수 있고 안전한 길이 될 거다. 과거에 이미 저질러진 부분은 시비해야 봐야 소용없다. 핵 물질이 쌓이고 있는 영변부터 중단시키는 게 급선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비핵화 해결의 상징적인 조치가 될 거다."

- 북한은 이미 비핵화 협상 시한을 "올해 연말"로 특정한 바 있다. 그때까지 북미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도록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작년 9.19(평양공동선언) 이후로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북측과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했으니까 그것을 발판으로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비핵화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전에는 북미가 만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중재 역할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구체적 행동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북미 어느 쪽에서도 현재는 한국의 역할을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북은 우리에게 미국을 설득하라고 하고, 미국은 북한이 양보하도록 도와 달라고 한다. 이제는 우리가 역으로 '너희가 못하겠다면 우리가 나서서 할테니 우리에게 이러한 역할을 맡겨라'는 식으로 단호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도 유엔 제재 때문에 못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일방적으로 닫은 거다. 미국 측에도 금강산관광 같은 건 제재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선제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남북관계계의 개선을 통해서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앞에서 해나갈 테니까 우리에게 맡기라'고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미 양측에서 한국을 존중할 것이다."


- 남한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중재자인가, 당사자인가?
"당연히 당사자다. 그런데 비핵화에서 미국이 강하게 나오니까 우리가 중재자 역할도 해야 한다. 북미 모두 한국이라는 중재자가 있다는 것을 고맙고,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하고, 한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 촉진자, 운전자의 역할을 자임해왔고, 그 역할을 실행해왔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한 건 확실하다. 문재인 정부가 햇볕정책 정신을 계승해서 주변 국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졌는지는 조금 의심스럽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미국이 적극 동의해서 이뤄진 게 아니다. 금강산관광은 미국과 협의 안 된 상태에서 당시 임동원 장관(통일부 장관)이 저희 아버지에게 귀띔만 하고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진다고 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개성공단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해가며 밀어붙여서 이뤄낸 거다.

지금 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서 그 시대에 보여준 것 같은 단호함을 보여준 일이 별로 없고, 대통령에게 부담만 지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모든 결단을 대통령이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지 않겠나?"

"한미동맹? 가끔은 상의없이 질러보는 배짱도 필요"
 

김홍걸 “문재인 정부, 미국과 상의 않고 질러보는 배짱도 필요해” 최근 <희망을 향한 반걸음> 책을 출간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10일 민화협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 문제, 조국 사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지나치게 미국의 눈치를 보는 건가?
"북한에 타미플루를 보내주는 것도 그렇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약을 보내주는 인도적 조치마저 미국 눈치를 보면 북한 사람에게 뭐라고 할 수 있겠나? 우리가 결단해서 밀어붙이면 미국도 한두 마디 불평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는 '이럴 거면 우리가 직접 미국과 얘기해서 풀지 남쪽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 지적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면서 '중재자-촉진자-운전자'로서의 역할은 소극적이거나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동맹이 사사건건 싸우면 문제가 있겠지만 항상 좋게만 가려는 생각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다. 모든 걸 다 싸우라는 말이 아니라 가끔은 상의 없이 질러보는 배짱도 필요하다. 상의 없이 앞서 나가면 미국 측도 시비를 못 건다. 동맹은 항상 좋게 갈 수 없다. 갈등은 항상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에 겁내는 태도가 보인다."

-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과 북미관계 선순환을 많이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나?
"그 논리대로라면 우리가 미국 눈치만 볼 게 아니고 독자적으로 할 것은 해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구경꾼 신세가 돼가고 있어서 문제다."

-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선순환에는 두 개의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남북관계를 잘하면 북미관계가 잘 풀린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북미관계가 잘 돼야 남북관계가 잘된다는 거다.
"북미가 잘 되기를 기대하면서 막연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중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해야지 북미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구경만 해서는 안된다. 당사자답게 나서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북미관계가 안 풀린다고 해서 남북관계를 중단시키고 남북 사이를 보류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우리가 미국에 단호하게 우리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 우리 정부가 볼 때 북한은 남북관계보다 북미관계를 우선한다고 볼 수 있지 않나?
"북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그런데 그렇게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든 데에는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했으면 북측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았을 거다. 우리가 너무 소극적어서 북측이 우리에 대한 기대를 너무 쉽게 접어버렸다."

- 우리 정부가 독자적,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현안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다.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해 대북제재 완화의 우회로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나중에 남북 경협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지는 시대가 왔을 때, 우리의 지분이나 입지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6.15 공동선언 직후 2000년대 초반에는 핵 문제만 없었다면, 미국과의 갈등 문제만 없었다면, 남북 경협을 추구해서 우리가 북방경제를 전면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아주 유리한 환경이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 이제는 그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그때는 북한이 여러 모로 경제수준이 낮아서 남측의 도움이 절실했던 상황인데, 지금은 북한도 예전과는 다르다. 이미 개방돼서 해외에서 자본을 유치하고 기술을 끌어들여서 어떻게든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계획이 있고, 남측에 의존하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중국 측에서 파악한 바로는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중국 기업인들이 연인원 6000명 이상이 북한에 가서 사업 협상을 하고 왔는데, 이미 그 사람들은 제재가 풀리고 중국 정부에서 오케이만 떨어지면 바로 북한에 투자하고 사업을 벌일 준비가 다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턱없이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중국 사람들은 지금 출발선에서 총만 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고, 우리는 라커룸에서 아직 유니폼도 갈아입지 않은 채 언제 경기가 시작하나 하고 기다리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경협이 우리 뜻대로 진행된다는 기대를 할 수 없다.

2~3년 전에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70개에 가까운 북한 광산이 중국 기업의 손에 있다가 그 사람들이 철수하는 바람에 북측에서 중국의 기득권을 회수해서 현재는 중국이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제재만 해제되면 다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인데, 지금 전혀 준비가 안돼 있으니까 과연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 지금 당장이라도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최소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만은 대통령의 의지로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제재가 풀리고 남북 경협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왔을 때 우리도 북측에 할 말이 있어야 한다. 북방경제가 활성화되는 시기가 왔을 때 중국이나 일본이 주인공이 되고 우리가 구경꾼이 되는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불가역적 비핵화'와 북한의 '불가역적 경제발전'
 
a

김 상임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아직도 풀지 못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유성호


- 최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가 출범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현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아주 위태롭게 된 상황이라 정부뿐만 아니고 민간에서도 나서서 평화를 위해서 총력전을 벌어야 한다는 뜻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나서서 캠페인을 하기로 결정했다. 민간의 힘만으로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보고만 있으면 안되니까 민간 차원에서라도 나서자는 거다. 남측의 뜻이 이렇다는 것을 북측에도 보여주자는 의미도 있다."

- 책에서는 개성공단을 10만 명 단위의 산업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는 개성공단을 다국적기업공단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보나?
"원래 김정일 위원장과 아버지가 개성공단 만드는 거에 합의했을 때 북측에서 개성공단 땅값이나 임금을 굉장히 헐값에 제공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군사적 요충지였던 땅을 내놓겠다고 결심한 1차 목적도 돈을 벌어들이자는 게 아니었다. 다국적 기업도시가 거기에 만들어진다면, 그것이 군사력을 키우는 것보다 더 한반도 평화와 전쟁 억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개성공단을 그런 식(다국적기업공단 등)으로 발전시키는 게 맞다.

북한이 비핵화를 진짜로 할지 어떻게 믿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강압적인 수단으로 북한을 압박해서 핵을 포기한다고 하면, 그것은 북한이 마지못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진정성이 있는지 믿기 힘들 것이다. 오히려 북한에 다국적 컨소시엄이 들어가서 도로 놔주고 철도 놔주는 대규모의 역사가 이뤄진다면 북쪽도 자기네 경제가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핵으로 남을 위협해서 모든 걸 망칠 이유가 없다. 미국도 그런 북한을 선제공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서로 안전 보장해줄 장치가 된다. 그러니까 '불가역적 비핵화'를 말하려면 북한에 '불가역적 경제발전'이 시작되게 하면 된다."

- 문 대통령도 최근에 유엔총회 연설에서 판문점과 개성까지 평화협력도시로 지정하고,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드는 구상을 제안했는데 개성공단의 다국적기업공단화와 맞물려 있는 구상으로 보인다.
"북측이 비무장지대, 휴전선에서의 위협을 줄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더 핵심적으로 안전보장을 위해 원하는 건 한미합동 군사연습 문제, 미국의 핵 잠수함, 항공기, 스텔스 같은 전략자산이 한반도를 드나드는 상황을 해결해 달라는 거다. 그게 더 중요하다."

- 남북문제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나가자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있다. 두 정권은 통일부를 처음에 아예 없애고 싶어했는데 그게 여의치 않으니까 통일부 무력화 전략을 써서 통일부가 제 역할을 못하게 했다. 또 통일부 직원들이 일을 안 해야 칭찬받는 분위기를 만든 게 근본적으로 잘못된 거다. 서서히 정권이 바뀌면서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현실이다."

- 새로운 정부에서 새로운 장관이 들어가면 강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장관 한 사람이 부처 분위기를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 현재 통일부가 임동원·정세현 장관 때 통일부의 역할이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지 않나?
"그때는 위(장관)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이끌어 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고, 지금은 정부 내의 외교안보라인이 그렇게 적극성을 띄지 않고 있어서 문제다."

- 일반 부처도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외교안보 핵심 부처는 더 청와대 눈치를 본다.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는 청와대의 지나친 주도성 때문 아닌가?
"청와대 안보실에서 통일부와 외교부가 좀 더 적극성을 띄고, 남북관계나 주변국가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데 나서도록 뒤에서 독려할 필요가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야당 복'이 있었다"

- 책에서 "우리는 '1991년 체제'의 한반도에서 살고 있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가?
"남북기본합의서가 작성되던 시대에 그동안의 적대적인 남북관계를 종식하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기 위해 당시 노태우 정권과 야당이었던 아버지가 초당적으로 거국적으로 협력해서 나온 것이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다. 지금까지도 그것이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고, 그 정신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전에는 서로 적으로 보고 괴멸시켜야 할 상대로 봤지만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이후에는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 그런 점에서 보면 노태우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북방정책이 반드시 재평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
"노태우 정권이 잘한 점을 들자면, 북방외교와 남북기본합의서 등이다. 물론 그 당시에 냉전체제 해체 분위기가 강했지만, 어쨌든 군 출신이고 쿠데타 세력의 한 사람이었던 노태우 대통령이 나서서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노태우 정권이 그런 걸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제1야당을 이끌어가던 아버지의 협력이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서 당시에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성과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본인이 먼저 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텐데, 노태우 정권이 그걸 할 수 있도록 대승적인 차원에서 도왔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한마디로 야당이라고 해서 정부 일에 사사건건 트집 잡고 발못잡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옳은 방향으로 간다면 얼마든지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철학이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요즘 정치 상황과 비교하자면 그때가 지금보다 정치 수준이 높았던 것 아닌가? 오히려 정치는 지금이 더 퇴보한 거 아닌가? 그 당시에는 정쟁을 벌이더라도 각 당 지도부가 만나서 해결책을 찾아내고 지도부 간 합의를 찾아내서 문제를 풀어갔는데 지금의 정치는 너무 양극화돼서 정치권 내의 문제를 정치로 풀어내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노태우 대통령은 '야당 복'이 있었던 거다."

-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정치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이었다. 왜 정치가 중요한가?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정치에 있다. 정치를 더럽고 지저분한 것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정치인 욕만 한다고 정치수준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정치를 바꾸고 싶다면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정치 더럽다고 외면하면 정치는 점점 더러워지고 더러운 정치인들만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에 이어 민화협 대표상임의장까지 맡으며 사실상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인데 '어떤 정치'를 꿈꾸는가?
"아버지를 따라가기는 한참 모자란 사람이고, 그분의 10분의 1, 100분의 1도도 안되지만 그분이 갔던 길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분에게 본받고 싶은 모습은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고 초당적으로 국익을 위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협조했던 정치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 정치를 해나가던 그 모습을 따라하고 싶다."

-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가? 출마한다면 어디서 출마할 것인가?
"그 부분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거 없다."

- 총선 출마를 고민하고는 있나?
"그렇다."

- 지역구 출마인지 비례대표인지?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협의된 게 없다."

- 언제까지 고민할 것인가?
"일단은 한반도 평화와 교류문제가 시급하니까 그 일부터 정리하고 싶다."

-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국민여론이 극렬하게 양분됐는데, 이를 국민통합으로 묶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가장 안타까운 건 정치권 내에서 정치적으로 협상해서 해결하지 않고 전부 검찰에 고발해서 스스로의 운명을 검찰과 법원의 칼날에 맡기는 것이다. 그런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검찰공화국'은 정치인 스스로 만들어낸 부분이 많다."

-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집권 후반기 국정을 어떻게 운영해 가야 한다고 보나?
"아직 개혁작업이나 적폐청산 부분이 완수되지 못한 게 많다. 집권 초 1년에 집중적으로 강도있게 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 그래도 국민에게 한 약속이니까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이 많이 미흡하니까 그 부분에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반도 평화체제가 만들어져 가는 모습은 최소한 보여주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게 불가역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길로 가야 한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불가역적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서 남북미 지도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그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는 협력이 잘됐는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워낙 예측불허고 정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 쉽게 조언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남북관계 주도성 발휘해라',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남측이 충분한 역할을 못한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남측이 미국을 설득하고 국제사회에 북측의 비핵화 의지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양보하고 손에 쥘 수 있는 성과를 보내주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남북 간 민간 차원의 교류는 곧 재개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신호가 보인다. 정부 대 정부 교류는 우리 정부가 좀 더 확실한 목소리를 내거나 북미 간에 협상의 가닥이 잡히기 전에는 쉽지 않다. 그래도 10월 말에 민간 교류가 있을 수 있다."

- 어떤 종류의 민간교류인가?
"산림녹화 관련 물자를 보내는 것 등이 곧 이루어질 수 있을 거다. 식량 문제도 그렇다."
#김홍걸 #희망을 향한 반걸음 #민화협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