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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교사 이념 주입? '보이텔스바흐 원칙' 필요하다

[분석] '교화' 대신 시대에 맞는 정치·역사교육 방법 써야

등록 2019.10.16 17:05수정 2019.10.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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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부산시교육청이 이 지역 초중고에 보낸 공문. ⓒ 부산시교육청

 
부산교육청이 시끄럽다. 이 지역 두 고교 역사 교사가 각각 시험출제와 정규수업 과정에서 정치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권까지 나서 논란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부산지역 2개 고교 두 역사교사의 상반된 사건
 
지난 15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정치검찰', '조국'이란 말이 지문과 보기로 나온 지난 8일 A고 <한국사> 중간고사 문제를 놓고 질타했다.
 
자유한국당 이학재 의원은 "중간고사에 관련 인물 찾기 문제가 나왔는데 그 예시가 '바꾸라 정치검찰'이었다"면서 "어떻게 이런 문제가 학교에서 버젓이 출제될 수 있었는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한표 의원도 "정치 편향은 사회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한창 커가는 아이들에겐 문제"라고 거들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부산지역 D고에서는 '친일우익 수업' 논란이 벌어졌다. 이 학교 역사교사가 수업시간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선전 효과를 노리기 위해...대법원에서 개인 배상 판결에서 (한국인 피해자) 손을 들어줘버린 것"이라면서 "(현 정부가) 지금 간첩이 넘어와도 넘어 왔던 것으로 뭐 (봐주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말썽이 됐다. (관련 기사: "우리하고 일본하고 싸우면..." 이상한 고교 역사수업 http://omn.kr/1l22k)
 
이 지역 교육시민단체들은 해당 교사 파면을 요구하며 D고와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두 학교 역사교사를 모두 수업에서 배제했다. "실태조사를 거쳐 징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 교육청의 설명이다.
 
학교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는 대목은 교실 속 좌우 편향성과 특정이념 주입 시도 여부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에게 정치(역사)교육을 할 때 교육선진국처럼 교육적 원칙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육자가 최소한 교실 안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견지해야할 원칙"이라면서 "사회현안에 대해서는 특정한 방향과 관점을 유도하거나 강요해선 안 되고, 토론 등을 통해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은 "부산지역 두 교사의 경우 한 교사는 수업시간에 교사 의견을 주입한 것이고 다른 교사는 시사에 대해 확인하려는 차원이라고 볼 수도 있어 두 사례에 대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우리도 특정 생각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으며, 교실 안에서 논쟁을 재현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교육선진국에서도 정치(역사)교육을 놓고 비슷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좌우가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주제에서는 더 그렇다.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합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주입 금지 원칙'과 교실 속 '논쟁성 재현 원칙'이 교육법 제406조와 제407조로 1996년부터 명문화됐다.
 
이 두 원칙은 1976년 서독의 좌우 교육학자들이 보이텔스바흐 지역에 모여 합의한 내용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보이텔스바흐 원칙'은 독일에서 다음과 같은 3대 원칙으로 뿌리내렸다.
 
제1원칙: 학생에 대한 주입과 교화 금지 원칙
제2원칙: 논쟁적 주제에 대한 교실 논쟁 재현의 원칙
제3원칙: 학생 이해관계 중심 원칙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민주시민교육 위해 한국형 보이텔바흐 원칙을..."
 
우리나라 교육계에도 이 보이텔스바흐 원칙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2~3년 전부터 나오고 있다. 서울과 부산, 전북 등 상당수의 교육청들은 학교에 공문을 보내거나 교사 연수를 통해 이 3대 원칙을 전파하고 나섰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노태훈 사무처장은 "좌우 모든 정파가 합의한 최소한의 민주시민교육 원칙인 보이텔스바흐 원칙은 지금 교육선진국에서 정치역사교육의 지침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교육계도 특정 이념 주입 논란을 벗어나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을 위해서는 이 3대 원칙을 한국에 맞게 적극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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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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